활동 이야기

노동자는 하나가 아닌 현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총파업과 미조직노동자’징검다리 워크숍을 준비하며

 

올해부터 사랑방은 주요한 의제에 대해서 공부하고 입장을 벼리기 위한 징검다리 워크숍을 열고 그걸 바탕으로 입장을 내기로 했어요. 그 첫발이 사랑방 월담팀이 맡은 ‘총파업과 미조직노동자’라는 주제였어요.

 

작년 민주노총 조합원이 직선으로 뽑은 한상균 위원장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부터 총파업을 내걸었고 당선되자마자 총파업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랑방은 2013년부터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를 위해 공단을 다니다 보니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다르게 다가왔어요.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총파업은 어떻게 다가올까? 총파업은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에 영향을 미치나? 총파업이 가능했던 물적 조건이나 주체적 조건은 무엇일까? 등등의 고민을 안고 논의를 시작했어요.

 

두 번의 세미나를 거쳐 징검다리 워크숍을 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자료(논문)들을 읽고 논의했어요. 세미나는 두 번 하지만 자료검색과 발제, 논의 등이 참 긴 과정이었어요.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정말 분주한 한 달 반의 시간을 보냈어요.

 

먼저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97년 총파업투쟁에 관한 논문과 평가 자료집을 보고 논의했어요. 곁다리로 85년 지역 파업이었던 구로동맹 파업도 살펴보았지요. 파업이 미조직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논문은 없었고요. 그래서 노동자 조직화나 계급의식 형성과 관련한 논문, 한국 파업의 특성 분석과 같은 자료를 봤습니다. 병영적 현장 통제에 맞선 싸움이기도 했던 87년 투쟁으로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의 자유, 노동3권이 보장되면서 작업장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보장되었고 그건 노조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 후 신경영전략 등으로 현장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이 강화되고 노동운동이 작업장 민주주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떨어지면서 작업장 민주주의는 먼 의제가 되었지요. 97년 총파업투쟁은 정부정책 강행을 막았으나 다음 해 IMF 구제금융의 조치에 합의하는 일이 벌어졌고요. 파업투쟁에 대한 평가는 파업 이후까지 봐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87년 총파업 이후 노조 조직률이 올랐으나 89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더군요. 물론 89년 이후 파업이나 쟁의행위의 숫자도 줄었고요.

 

다음으로 본 자료는 파업이 발생했던 제도와 노동시장의 변화, 노동운동(주체)의 변화입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울산의 중화학 자동차 대공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노조 조직화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노조 조직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격차를 더 벌리기도 했습니다. 97년 IMF 체제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은 급속도로 이루어집니다. 파견법 제정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 제도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내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발생합니다. 87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내부 노동시장의 분할이 97년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내부 노동시장의 분할이 전환되었다고 보는 학자들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른바 87년 노동체제가 97년 노동체제로 전환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 임금이나 노동조건의 격차를 살펴보니 여전히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격차는 큽니다. 한국이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다단계 하도급 산업 구조로 되어 있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특히 정부 정책도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이렇듯 한국 노동자들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으로 분할될 대로 분할되어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성별 분절도 한몫하지요. 그런데 노조운동은 대기업 중심의 임단협 투쟁을 벌이면서 이를 보정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명박 정권부터 달라진 노동정책을 살펴보았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라는 거시적 노동정책 기조는 그대로 이어지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미시적인 노동정책은 변화됩니다. 87년 민주화 국면에서 약화된 ‘계급권력의 회복’을 위해 보수정권의 행정적 개입은 강화됩니다. 노조를 무력화되고 노동시장의 전면적 유연화를 추진합니다. 또한 과거 정부보다 노사정위원회의 위상도 많이 낮아지고요.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통합된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법외 노조화), 시국 선언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등 법적 타당성과 무관한 행정적 개입으로 노조권력을 약화했습니다. 87년 투쟁으로 얻은 노사자율교섭이 무색해진 것이지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민주노총이 밝혔듯이 4월 총파업은 노동자의 제도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며, 반노동 정책을 막아내는 싸움입니다. 424 총파업이 끝났지만 이후에도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 총파업을 하반기까지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법안 통과 이전에도 △단체협약 가이드라인, △시행령, △업무지침 등 통해 취업규칙 불이익 조항 변경 및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벌써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시간과 복지가 축소되는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정말 함께 싸우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 밑바닥으로, 아니 지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4월 20일에 열린 징검다리 워크숍은 상임돋움활동가만 참여했어요. 그 자리에서는 주제가 ‘미조직 노동자와 총파업’인데 미조직 노동자의 현실은 담겨있지 않다는 것, 민주노총 총파업의 요구안에 대한 분석 등이 없다는 것에 대한 의견이 나왔어요. 하지만 87년 이후 내부노동시장의 변화, 이른바 노동자들의 분절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이야기도 나눴고요. 이후 워크숍의 내용을 어떻게 외화 할지는 사랑방 월담팀에서 잡기로 했어요.

 

징검다리 워크숍이 424총파업이 있는 중에 열렸기에 우선 총파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내기로 했어요. 이슈페이퍼로 외화 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요. 인권운동사랑방은 23일 저녁에 민주노총의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정부가 ‘정치파업이니 불법이다, 대기업노조의 귀족적 행태다’라는 공세를 하고 있는 만큼 노동자들의 싸움이 정당한 노동권 행사임을 알리고 지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취업규칙과 단협 개악에 맞서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 병원에 대한 지지도 필요하구요. 그리고 확인은 못 했지만 안산의 미조직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알아보는 것도 우리의 숙제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