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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 반값등록금 투쟁, 복지를 넘어

고등교육에 대한 권리를 구체화하자


높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불법 아르바이트나 위험한 노동을 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언론에 연일 보도된다.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휴학을 수시로 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러한 고통 속에서 자살까지 하는 대학생들이 존재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도대체 대학등록금이 얼마나 높길래, 위험과 죽음 속에서 20대의 청춘을 옭아매고 있는 것인가.

신자유주의가 잠식한 대학교육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공시한 대학등록금은 국공립대의 경우, 평균 443만 원, 사립대는 768만 원이다. 한국의 국공립대학교 비율이 전체의 22.7%(독립사립77.3%)라는 점을 고려하고, 교재비, 실습비 등을 포함한다면 연간 등록금은 천만 원 가량이다. 1년에 천만 원을 대학생이나 그/녀의 가족이 부담한다면, 월별로 나누면 최소부담금이 84만 원이다. 작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비정규직 평균임금은 125만원이니 등록금 지불 후 남는 돈은 41만 원에 불과하다. 노동자 절반이상이 비정규직인 현실을 감안하면 웬만한 자산이 있지 않고서는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적정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한국에서 등록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것은 1989년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부터이다. 1990년 12.7% 오른 것을 시작으로 1991년 15.1%, 1992년 14.4%, 1993년 16.8%, 1994년 13.6%, 1995년 13.8%, 1996년 14.7% 등 연속 10% 이상 인상됐다. 여기에 2002년 국공립대의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전체 등록금이 동반상승했다.

이러한 등록금 인상은 80년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체계가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교육이 상품화되고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교육)서비스를 받는 구매자로 전락시키면서 기업이 대학을 잠식했다. 더 이상 대학은 학문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고, 취업시장에 진출하기 좋은 상품 그 자체가 되었다. 좋은 상품을 만든다며, 사립대학을 필두로 대학들은 ‘대학교육’의 이름으로 등록금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등록금만으로 대학운영비를 충당했을 뿐 아니라 건물을 우후죽순 세우고 적립금을 쌓는 등 대학 자산늘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 돈이 이른바 질 좋은 교육 서비스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의 비정규 강사들의 비중은 높아지고, 강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서관의 책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적 교육은 사람들의 교육접근성을 차단하고, 공교육이 시장의 강화에 복무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교육기관내의 노동을 상업화하고 착취했으며, 교육체계조차 시장화됐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한국은 그동안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장화, 신자유주의화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 대다수의 대학생과 그/녀들의 가족이 겪는 고통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의 요구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체계가 강요하는 고통을 더 이상 감수하기 어렵다는, 감수하지 않겠다는 울부짖음이자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 투쟁, 이름에 가두어져서는 안 된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반값 등록금 투쟁은 기본적으로 높은 등록금 때문에 가로막혀 있는 대학교육(고등교육)에 대한 장벽을 없애라는 요구이다. 즉, 고등교육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라는 요구이다. 1967년 만들어진 사회권 규약은 초중등교육만 아니라 고등교육도 무상교육을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까닭은 개인이나 가족의 경제력에 의해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평등지향성, 비차별성에서 비롯된다.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투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2010년 기준 한국의 대학등록금 총액은 14조 5천억 원 정도이고 이 중 3조 원 정도가 장학금으로 지원되므로, 12조 원 정도를 학생이나 가족이 오롯이 부담하고 있다. 학생이나 가족이 내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려면 6조 원의 재정이 든다.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 비율은 GDP 대비 0.6%로, OECD 평균인 1.1%에 못 미친다. 이에 상응하는 교육재정인 12조 원 정도를 마련하려면 2012년 고등교육 지원 예산액 8조 3,198억 원에서 4조원 정도의 추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 교부금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요구가 재원마련 논의에 한정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낳았던 포퓰리즘적 복지공약에 놀아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반값등록금 투쟁을 낳았던 신자유주의적 교육시스템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교육개혁을 함께 요구해야만 한다. 그래야 대학 내의 노동착취를 외면하지 않고, 취업경쟁으로 영혼을 빼앗긴 인적자본(상품)으로 살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반값등록금 투쟁으로 촉발된 고등교육에 대한 권리를 인권적 관점으로 더 구체화하고 확장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권리, 고등교육(대학교육)에 대한 인권적 접근이란 무엇일까? 인권의 기본적 원칙인 개인의 자기결정권, (경제력, 나이, 장애, 능력, 이주 등) 차별 없는 교육접근성, 교육주체들의 교육 내용 및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참여 보장, 이에 대한 공공성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가가 교육에 대한 권리보장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권리 보장은 네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대학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학체제 재편

첫째,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교육은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창구로서만, 인적자본의 생산창구로만 이용되고 있다. 이는 대학내부만이 아니라 대학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대학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 서열화는 부유한 집안의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계급재생산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다. 경쟁과 서열화를 넘은 대학교육의 공공성 보장을 위해서는 지금의 한국 대학체제 재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학체제 재편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이다.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와 권역별 대학네트워크안, 국립교양대학안이다.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서울대를 포함한 기존의 국립대와 일정한 조건을 갖춘 사립대학이 협약체결을 통해 통합선발네트워크체제에 결합하는 방안이다. 국가는 통합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에 대해 ‘재정지원 확대+국립대와 동일한 행정정적,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고 참여 대학은 학생을 통합선발, 통합학위를 부여하는 안이다. 국가적 책임 하에 대학의 균등발전이 이루어지도록 공공성이 강한 대학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권역별 대학네트워크안은 대학서열화의 정점은 사립대학이므로 수도권 사립대학이 통합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있도록 권역별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안이다. 국립교양대학안은 고등학교를 2년제로 재편하고 교양대학 2년으로 하여 무상화하자는 안이다. 세 안 모두 사립대학을 포함한 모든 대학이 서열화에서 벗어나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대학서열화가 사라진다면 중학교․고등학교의 입시경쟁체제도 바뀔 수 있다. 또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국공립대학의 비중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대 법인화 등 국공립대 법인화는 대학의 공공성을 더욱 해체하는 일이다.

대학의 상업화, 기업화에 대한 제어

둘째, 대학의 사유화, 기업화를 제어하는 일이다. 대학의 기업화와 학원화는 학문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사립대학은 국가가 아닌 ‘학교법인’이 설치 운영하지만 공공적인 목적의 비영리기관이다. 한국에서 사립대학 자율화는 국가로부터의 학문의 자유라는 맥락에서 추진되었기보다는 대학법인이 이윤추구를 자유롭게 하는 방향일 뿐이었다. 지금 한국 사립대학은 학교법인의 최소의무인 법정부담금조차 책임지지 않고 있으며, 학교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는 일인 건물 짓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조차 등록금으로 하고 있다. 또한 등록금인상은 교육환경 개선이 아니라 적립금 쌓아놓기로 이어졌다. 적립금 보유액은 2001년 4조 6,393억 원이였던 것이 2009년 10조 834억 원으로 5조 4,441억 원(117.3%)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바꾸려면 사립대학에 대한 감시와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적립금 보유 상한선을 도입하고 ‧적립금 내역 상세공개 등을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부금에 대한 관리 감독을 포함한 재정 투명성을 의무화하고, 책임행정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주체들의 참여 보장

셋째, 대학교육의 내용 및 운영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참여와 통제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립대학만이 아니라 국공립대학도 교육주체 중 일부가 대학운영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대학은 총장이나 이사진이 등록금 및 고용, 교수임용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대학이 수익성(이윤추구)을 높인다며 많은 비정규강사를 채용하는 관행을 통제할 수 없다. 대학을 구성하는 주체인 교수․ 학생․ 교직원의 의사가 교육내용이나 교과과정, 교육행정 등에 평등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대학이 경쟁력을 내세워 비영리적 학문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고 순수학문을 폐과 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대표적으로 중앙대는 작년 4월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학과 40개 학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수렴과 참여 없이 추진했고 이에 반대한 학생을 퇴학 처분하는 독재적 운영을 하였다. 항간에 나도는 말처럼 중앙대는 두산대학, 성균관대학은 삼성대학이라는 말이 빈 말이 아니게 되었다.

또한 등록금 결정도 교육주체들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있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구성원의 이해를 반영하려면, 학생-학교위원이 동수가 되어야 한다. 또한 등록금 책정에서 등심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의무화해 등심위를 실질적 의결기구화해야 한다. 물론 대학등록금은 개별대학의 자율적 결정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전체 사회의 요구를 반영해서 공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학력 간 임금격차 해소

넷째, 학력 간 임금격차 및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권리란 고등교육을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도 하나의 선택지로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기회를 차단해서는 안 되지만 고등교육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한국은 고등학생 대학진학률 80%로 이미 대학교육이 보통교육이 되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높은 등록금을 마련해서까지 대학에 가려 하는가. 그것은 바로 대학에 가지 않으면 한국사회에서 차별 받기 때문이다. 노동소득으로 생계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도 어렵고 취업이 되더라도 임금격차나 승진기회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고등교육이 강요되는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학력 간 차별 해소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교육내용이나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청년층에서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는 고졸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대졸 임금이 2007년 141에서 2011년 150으로 켜졌다. 2011년 통계청 발표 실업률도 고졸의 경우 2010년 4.2%, 대졸이상의 경우 3.6%로 차이가 난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고졸자와 대졸이상자에 대한 임금차이를 줄이기 위한 임금체계 개선, 학력·학벌에 대한 제도적·문화적 차별을 없애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력 간 임금격차 및 차별 해소 방안은 대학을 가지 않는 20%가 차별받지 않는 길이자 80%가 교육내용에 대한 권리와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다.

따라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처럼 기업은행 등 몇몇 금융권에 고졸우선채용이라는 이벤트성 지침으로 해결될 수 없다. 근본적 학력차별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있는 그/녀들과 함께 하자

한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을 누리려면 지식․기술․문화 등의 교육은 누구나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권이며, 다른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권리이자 자력화를 위한 중요한 권리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개인이나 집단이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힘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러나 교육을 시장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일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도식 속에서 교육은 ‘권리’가 아니게 되고, 사람은 교육상품(서비스)의 구매자로 전도된다. 그 속에서 학생은 수혜를 받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 비용을 무한정 부담해야 하고, 교육내용과 과정에 대해 군소리 없이 받아야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된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반값등록금 투쟁은 이러한 시장주의적 도식을 깨기 위한 ‘주체’들의 투쟁이다.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궁지에 몰리고 몰린 대학생들이 자신의 처지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생들끼리 연대하면서 개인의 난관을 함께 풀면서 자력화(empowerment)를 이루고 있다.

총선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여러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를 교육복지로만 접근하려고 하지만, 이는 운동을 협소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복지제도 마련이라는 구호로 한계 지워질 때 놓칠 수 있는 ‘주체’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반값등록금 투쟁을 시작으로 대학생들이 지배적인 교육체제에 반대하여 저항하고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더 큰 사회 문제에 발언하며 싸울 수 있도록 우리도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발을 내딛은 그/녀들과 함께 말이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