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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세계인권선언의 현재적 의미

함부로 가두지마, 재판은 공정하게, 무죄추정의 원칙

[세계인권선언의 현재적 의미] 제 9-11조 인신의 자유의 원칙들③

세계인권선언 10조의 상세화
모든 사람은 재판에 있어서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그에 대한 형사상의 죄의 결정 또는 민사상의 권리 및 의무의 다툼에 관한 결정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권한 있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원에 의한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보도 기관 및 공중에 대하여서는, 민주사회에 있어서 도덕, 공공질서 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거나 또는 당사자들의 사생활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공개가 사법상 이익을 해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의 견해로 엄격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한도에서 재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형사소송 기타 소송에서 선고되는 판결은 미성년자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당해 절차가 혼인관계의 분쟁이나 아동의 후견문제에 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된다.(시민·정치적 권리규약 14조 1항)

모든 사람은 민사상의 권리 및 의무, 또는 형사상의 죄의 결정을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독립적이고, 공평한 법원에 의하여 합리적인 기한 내에 공정한 공개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판결은 공개적으로 선고되며, 다만 민주사회에 있어서의 도덕, 공공질서 또는 국가안보를 위한 경우, 미성년자의 이익이나 당사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공개가 사법상 이익을 해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 엄격히 필요한 한도 내에서 보도기관 또는 공중에 대하여 재판의 전부 또는 일부가 공개되지 아니할 수 있다.(유럽인권협약 6조 1항)


선언 10조가 다루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는 두 요소로 구분된다. 사법절차(공정하고 공적인 심문)와 사법부의 조직(독립적이고 공명정대한 법원)이다.

원래 제출됐던 선언의 1차 초고에는 ‘권리와 의무, 독립적이고 공명정대한 법원에 대한 접근보장, 공정한 심문, 자신이 선택한 자격 있는 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양식으로 설명을 들을 절차에 대한 권리, 그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할 권리’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후 토론에서는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부터 뒷부분 내용이 모두 생략됐는데, 그 이유는 내용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조항을 간결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특히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빼는 것에 대한 강력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공정한 재판의 질을 규정하는 자세한 내용은 이후 국제규약이 정할 일’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공정한 재판의 개념을 규정하는 기본 요소들은 선언에서 10조 바깥에 위치한다. 예를 들어 국내법원의 권한에 대해서는 8조에, 피고인의 권리에 대해서는 11조에 규정돼 있다.

* 공정한 재판의 구성요소들
이를 구체화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예를 들어 법원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사람은 우선 법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이라는 단어의 단순한 사용자체가 사법 절차에 내재돼야할 특정한 최소한의 보장을 내포하고 있다.

* ‘법원’은 ‘독립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사법체계가 존재하기에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철저한 목록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서비스와 재직의 조건, 임명과 해임의 방식, 안정성의 정도, 외부의 압력과 폭력으로부터의 물리적, 정치적, 법적 보호 등이 중요한 것들이다. 판사의 독립성과 연관된 문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다양해서 세계의 어떤 곳에서는 판사의 봉급을 단체 협상하는 체제가 있는가 하면 물리적 실종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규약 등 국제인권법은 법원이 “법에 의해 설립”될 것을 요구한다. 즉 법원은 행정부의 재량에 의존해서는 안되며, 법원의 조직구조에 관한 한 법률에 의한 제정에 기초해야 한다. 특별 법원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용인될 수 있다.

* 법원의 ‘공정성’에 관하여
법원은 공정한 것으로 보여야만 한다. 공정성은 주관적 의미에서뿐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공정해야 한다. 판사의 공정성은 재판 당사자의 평등에 부응하는 것이다. 공정한 심사란 최소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을 당연 포함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포괄한다.

법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많은 방식으로 판사의 그것과 연관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특정 상황 하에서 무료 법적 조력에 대한 접근은 민사절차에서조차 공정한 재판의 요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공개적’인 심문
심문은 ‘공개적’이어야 한다. 공개성의 문제는 복잡하다. 공개성은 소송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재판을 공적인 감시에 놓이게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법 제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한다. 반면에 공개성은 반대 방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대적인 언론의 보도는 어떤 상황에서는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권리를 침해하고, 재판의 공정성에 편견을 가할 수 있다. 공개성의 요건에 예외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공개성의 종류와 정도는 결국 전반적인 공정성 평가와 연관된다.

* 신속성
시민·정치적 권리규약은 이에 대해 언급 안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럽과 아프리카 인권협약은 재판이 “합리적인 시간 내에”이뤄져야 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법의 지체는 정의가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특히 형사 범죄로 기소당한 사람에게는 운명의 불확실한 상태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형사 책임만이 아닌 권리와 의무의 결정
1948년 미주인권선언은 오직 범죄혐의의 사람과 연관해서만 공정한 재판의 권리를 언급했고, 시민·정치적 권리규약, 유럽인권협약 또한 형사 책임에 관해서 더 상세하다. 대부분의 인권문서가 형사절차와 형법 문제에 몰두하는 것은 아마도 역사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인권에 대한 관심은 초기에 형법의 맥락에서 더 현저했다. 반면에 다른 분야의 인권운동은 법적 투쟁에서 나중 무대에 출현했다. 현대의 복지 사회는 복잡한 법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의 범위와 영향이 더 넓어지고 있다.
미주인권협약 8조 1항은 공정한 재판의 권리를 민법의 권리와 의무의 결정뿐만 아니라 ‘노동, 재정 및 기타 성격’의 것까지 확대하고 있다.(“모든 사람은 자신에 대한 형사기소를 확정함에 있어서나 자신의 민사상, 노동, 재정상 또는 기타 성격의 권리와 의무를 결정하기 위하여, 법률에 의하여 사전에 설립된 권한 있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법원에 의하여 정당한 보장을 받으며 합리적인 기한 내에 심리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민사상 사항에만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공공당국이 당사자일 때도 공정한 재판은 요구된다. 사회보험의 급여에 대한 고려로도 확장되고 있다. 개인이 타인, 기업, 노조, 정부와 다투고 있는 어떠한 법적 청구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다.(다음 기사로 계속)

덧붙임

*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http://khrrc.org)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