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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신보호법, 국회를 통과하다

남자 2명이 집으로 찾아와 “경찰관인데 조사할 게 있으니 문 좀 열어달라”고 했다. 경찰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유씨가 문을 열어줬지만 이들은 경찰을 사칭한 한국응급구조단원이었다. 그들은 “부인과 딸이 당신을 정신병원에 넣어달라고 하니 같이 가자”며 발을 걸어 유씨를 넘어뜨리고 목을 조른 뒤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팔과 다리에는 포승줄이 감겼다. 유씨는 응급차에 실렸고 충남 공주의 한 정신요양원으로 옮겨졌다. (<경향신문> 2006년 8월 7일자)

인신보호법은 헌법적 요청

나경원 의원(한나라당)이 2005년 1월 대표 발의한 인신보호법안이 지난 11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형사피의자에 대해서만 구속적부심이 인정되어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사인에 의한 시설 수용으로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경우는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이번 인신보호법의 통과로 이런 경우에도 법원에 구제청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6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 적부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의 명문규정은 학자들의 해석으로, 입법의 불비로 ‘수사기관에 의하여 체포·구속된 자’로 한정하여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인신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인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다.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갇히는 것’은 엄격한 법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강제구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적법성과 정당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범죄인에게도 철저히 보장해야 하는 인신의 자유를 ‘보호’와 ‘치료’라는 미명 아래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구금’이 행해졌던 것이다.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사인에 의한 시설 수용으로 인해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에게 강제구금에 대한 구제절차를 마련한 것은 인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고 하는 헌법적 요청이다.

국회를 통과한 인신보호법

인신보호법은 대통령의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법인 또는 개인,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수용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되어 있는 피수용자는 수용이 위법하게 개시되거나 적법하게 수용된 후 그 사유가 소멸되었음에도 계속 수용되어 있는 때에는 피수용자, 그 법정대리인·후견인·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동거인·고용주가 법원에 그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형사절차에 의한 체포·구속된 자, 수형자 및 출입국관리법에 의하여 보호된 자는 제외되고,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 내에 그 법률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없음이 명백해야 한다.

구제청구는 구제청구자의 주소 및 성명, 수용이 위법한 사유 등을 기재한 서면으로 해야 한다. 법원은 구제청구에 대하여 지체 없이 수용의 적법 여부 및 수용을 계속할 필요성 등에 대해 심리를 개시해야 하고, 필요한 때에는 관련 전문가 등에게 피수용자의 정신·심리상태에 대한 진단소견 및 피수용자의 수용 상태에 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직권 또는 구제청구자의 청구에 의해 피수용자의 수용을 임시로 해제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피수용자와 구제청구인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법원은 구제청구사건을 심리한 결과 그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결정으로 피수용자의 수용을 즉시 해제할 것을 명해야 한다. 또한 법원은 구제청구사건의 재판에 소요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구제청구자 또는 구금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하지만 인신보호법에서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보호된 자를 배제한 것은 문제이다. 외국인보호소의 경우 단속과 보호 그리고 강제퇴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행정기관에 의해 체포와 구속, 감금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통제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 제12조 제6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한 피수용자가 수용시설에 위법·부당하게 구금되어 외부와의 소통권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피수용자가 직접 구체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많은 경우에 피수용자들이 가족들에 의해 수용시설에 보내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법정대리인 등이 구제청구를 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구제청구권자를 국가인권위원회와 피수용자의 부당한 수용사실을 알게 된 자로 확대해야 하고, 피수용자 본인의 구제청구권을 담보하기 위해 수용시에 수용이유와 법원에 구제청구할 수 있는 권리 및 그 절차에 관해 사전고지를 의무화시키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피수용자는 불법감금에 관해 입증할 능력이 미약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법원에서 보호사건의 처리에 있어서와 같이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직접 조사하거나 검찰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원이 수용해제결정을 했음에도 수용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수용해제된 사람에 대해 같은 사유로 재구금하는 경우, 법원의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구제청구사건의 재판에 소요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구제청구자 또는 구금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피수용자의 구제청구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므로 구제청구를 남용하는 경우에 한해 재판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맞다.

인신보호법 제정은 환영

위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흡하나마 사적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에 대해 법원에 의한 사후구제방안을 마련한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병원이나 시설 등에 수용된 사람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수용시설 안에서도 구체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여러 방안들이 필요하다. 아울러 시설 수용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복지정책과 정신보건정책은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시설에 수용된 수용자 또한 인간이므로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는 인권의 주체이고 그들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그들은 10년이고 20년이고 수용시설에 수용되어도 상관없는가? 당신은 그럴 수 있겠는가?
덧붙임

◎ 염형국 님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