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2026년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활동 5년 차에 접어드는 기후정의동맹(이하 동맹) 활동에 대한 기대와 과제를 충실히 나누는 알찬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는 작년을 포함하여 지난 4년간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좀 더 중장기적인 시야를 가지며 계획을 토론하였습니다.
먼저 작년 한 해만 보자면, 정말 크고 굵직한 활동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회 입법청원을 성사시키고, 연말에는 입법 발의까지 했다지요. 이 일련의 흐름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 공공재생에너지가 왜 필요한지, 재생에너지는 누구를 위해, 누가 어떻게 생산하고 확대 되어야 하는지 등을 알려내며 기후위기에 저항하는 많은 시민에게 기후위기 시대 대안적 에너지 전환의 상을 제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다른 한 축으로 작년에 열린 ‘공공성x체제전환으로 길찾기’ 포럼(이하 공공성 포럼)은 앞으로의 동맹 활동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거 같습니다. 생태적이고 평등한 기후정의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지요. 작년의 공공성 포럼은 그 혜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공공성으로 삶의 지지대가 마련되고 정의로운 전환의 경로가 열릴 때 우리가 누리게 될 정신적, 물질적 풍요가 무엇일지를 구체적으로 토론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행경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주요하게 나눈 평가 중 하나는 동맹이 기후운동의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조직하는 대중운동을 펼쳤다는 겁니다. 한시적인 ‘탄소중립위원회 해체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이후, 동맹의 본격 출범과 함께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기후정의선언운동’을 자기 과제로 제기하였고, 담론으로 떠돌며 정책으로 포섭되어 가던 ‘정의로운 전환’을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있는 석탄발전노동자들과 기후정의운동이 함께 제기하는 정치적 투쟁으로 만들어왔습니다. ‘N개의 기후정의선언운동’이라는 공동활동을 통해 여러 사회운동이 ‘기후정의운동’으로 스스로를 갱신하는 과정은 만들었고, 그 성과 위에서 작년에 치룬 ‘공공성x체제전환으로 길찾기’ 포럼도 가능했습니다. 이는 모두 기후정의운동의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조직하는 과정이었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9월 기후정의행진, 414 기후정의파업, 발전노동자행진과 같은 대규모 집회와 투쟁들은 삶의 불안을 안고 일하는 노동자와 기후정의운동이 만나 이뤄낸 연대와 주체화의 경험으로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탄소환원주의를 넘어, 체제전환의 전망으로 ‘정의로운 에너지체제전환-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을 평가 지점으로 남겼습니다. 동맹은 출범과 함께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전환’을 핵심과제로 설정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해결책은 ‘온실가스 감축’과 이를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만 부각되었기 때문이지요. 기후위기라는 전면적 위기 앞에서 모든 걸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핵심인 자본주의 시스템은 문제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동맹은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을 통해 체제전환의 전망 아래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그 노력은 구체적으로 2023년과 2024년 공공재생에너지 구상과 법안 연구를 통해 드러났고, 이를 통해 공공재생에너지가 단지 선언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체제전환의 경로의 대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사회를 사는 모든 사람에게 에너지는 필수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구 생태 한계 내에서 무엇을 위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느냐에 대한 결정권은 쥐는 것은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맹은 체제전환의 전망을 가지고 ‘기후정의운동의 주체’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연결하며, 의미 있는 세력화를 이뤄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공재생에너지 운동 주체’를 제대로 조직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체회의는 공공재생에너지운동의 과제와 ‘사회생태적 공공성운동’이라고 하는 동맹의 방향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발전노동자들이 공공재생에너지 운동의 주체로 스스로를 조직해오면서 여러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왔지만, 이 운동이 고용 위기 당사자의 요구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삶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파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라는 구체적인 운동 과제(법 제도, 투쟁 주체 등)를 통해 주거, 의료, 교통, 돌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의 가능성을 찾고, 반대로 공공재생에너지는 다양한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과의 연결 속에서 ‘에너지 정책’을 넘어 다른 세계를 향한 대안적 비전과 경로의 위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재생에너지 운동 주체’는 ‘사회생태적 공공성 운동 주체’이기도 하겠지요?
작년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청원에 이어 공공재생에너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법 제도화는 우리의 목표 중 하나지만, 의미 있는 법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운동 주체’의 조직과 대중운동 그리고 사회 세력화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동맹 활동은 앞으로 22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2027년까지 2년의 시간을 시야에 두면서, ‘공공재생에너지 대중운동’을 본격적으로 수립하고 사회적 연대를 구축해나가는 활동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또한 여전히 9월 기후정의행진은 동맹의 중요한 활동 거점일 거 같습니다. 주거, 의료, 교통, 돌봄 등 기후위기 시대 사회 곳곳의 변화의 전망을 함께 외치며 다양한 사회운동들과 ‘사회생태적 공공성 쟁취’라는 목표로 구체적인 과제를 드러내고 확산시키는 장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국제적으로 경제·외교·군사 영역에서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자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대혼란을 겪고 있고,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란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말하면서 2026년 사상 최대의 군비 확장(66조원/북한 GDP 1.4배)에 나섰고, 연일 주가 부양을 외쳐대며 경제성장동력 확보와 AI 반도체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폭주 아래 삶의 토대가 흔들리고 온갖 경쟁과 차별, 혐오가 강화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사회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 긴요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흡수하려는 국가와 자본의 흐름에 맞서, 에너지와 경제 체제 자체를 민주적이고 평등한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힘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동맹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환경을 넘어 사회와 체제를 바꾸자는 정치적 구호로 등장한 동맹의 활동이 세계를 다시 쓰는 세력을 형성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 속에서 더 평등하고 존엄한 세계를 원하는 우리가 더 많이 결정하고, 더 많이 책임질 수 있는 기후정의운동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