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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누구를 위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 "고용허가제 1년은 최악의 시간"

8월 17일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 동안의 고용허가제에 매길 수 있는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시행 1년을 맞아 고용허가제를 평가하는 작업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 민주노총,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등 노동·인권단체들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허가제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6일 명동성당 앞 들머리에서 진행된 고용허가제 시행 1주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16일 명동성당 앞 들머리에서 진행된 고용허가제 시행 1주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정부는 2003년 8월 16일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을 공포해 지난해 8월 17일부터 고용허가제를 시행했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산업연수생제도는 송출비리와 함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과 같은 인권침해, 그리고 구조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및 관리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며 그동안 확대되어온 불법체류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 도입을 결정한 것. 그 기본방향에는 △송출비리 방지를 위해 투명한 외국인력 도입절차 마련 △국내 취업 이주노동자에 대해 내국인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노동조건 보호원칙 견지 등도 포함하고 있었다.


송출비리 문제 여전히 기승

하지만 이주노동자인권연대(아래 이주인권연대)가 지난 10일 발표한 '고용허가제 1주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이 입국을 위해 현지에서 실제 지불하는 비용은 노동부에서 발표한 비용을 훨씬 웃돌고 있다. 2004년 말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국을 위해 현지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미화 900달러를 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필리핀 출신 노동자의 90% 이상, 인도네시아와 태국, 스리랑카 출신의 80% 이상, 베트남 출신의 75% 이상이 일반적인 비용 이상을 지불하였으며, 심지어는 일반 비용의 6∼7배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한 이주노동자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허가제 실시를 통해 송출비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송출비리를 통한 입국 비용 상승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이후 노동조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입국 비용은 고스란히 빚이 되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벌어야 할 돈도 그만큼 많아진다. 따라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용자들의 인권침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용허가제가 제한하고 있는 체류기한 '3년'의 기간은 빚 갚을 돈을 벌기에도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다.

국가별 송출비용 (USD 기준, 2004년 12월 12일 현재)

▲ 국가별 송출비용 (USD 기준, 2004년 12월 12일 현재)



실제 지불한 입국 비용

▲ 실제 지불한 입국 비용



작업장 내 인권침해도 여전해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에도 작업장 내 인권침해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아래 표 참조). 게다가 이주인권연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49.6%의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신분증 압류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의 작업장내 불법행위 경험.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 등 국회노동기본권연구모임에서 이주노동자 291명을 조사한 자료

▲ 이주노동자의 작업장내 불법행위 경험.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 등 국회노동기본권연구모임에서 이주노동자 291명을 조사한 자료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 꾸준히 늘어

애초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또다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는 2000년 28만여 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04년 42만여 명까지 증가했다가 2005년 들어 34만9천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둔 부분합법화 조치에 의해 2003년말 13만여 명까지 감소했다가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5년 6월에는 19만6천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무려 전체 이주노동자의 5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노동·인권단체들은 "이는 고용허가제 실시와 함께 미등록 체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내세운 강제단속과 강제출국 정책이 완전히 실패하였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무리한 단속 과정에서 단속공무원의 불법·과잉단속으로 인한 인권침해만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1년의 평가 및 향후 발전방향」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이 향상되었다(65.0%)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외국인근로자의 무단이탈 및 불법체류가 감소했다(60.7%) 등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들과 상반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한국노동연구원 역시도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신장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용자들의 인식에 동조하고 나섰다.

한편 지난 7월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기존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2007년 1월 1일부터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온 산업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정부가 결국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의 도입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2005년 상반기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수가 5월말 9,185명인데 비해 산업연수생 입국자는 12,864명(2005년 6월)에 달하며, 8월 1일 노동부장관은 산업연수생 7천 명을 추가 대체예비인력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고했다.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파탄선언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파탄선언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이주노조는 17일 '고용허가제 파탄선언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지난 1년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보냈던 시간 중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나긴 시간이었다"고 절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다'던 고용허가제. 놀랍게도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은 '고용허가제 1년은 최악의 인권유린 기간이었다'고 호소하고 있고 사용자들과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 1년, 진정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한번쯤 되물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