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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주노동자 인권도 유보

민주당, 산업연수생제도 유지키로


민주당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개선 의지마저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장선 수석부대변인은 당4역·상설특별위원장 연석회의 뒤 "중소기업계가 반대하는 데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혀 현행 산업연수생제도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12일 민주당 인권향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고용허가제 유보는 이미 작년 12월에 결정된 일"이라며 "허가제 시행원칙엔 당정이 합의하고 있으나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작년 8월 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현행 산업연수생제가 갖고 있는 인권침해, 송출비리 등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연내에 고용허가제 법률안을 통과키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당정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중소기업의 고용비용이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고 "인권탄압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오명도 벗을 수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당정 합의사항대로라면 올해 6월부터 고용허가제가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제도시행은 유보된 것이다.

현행 산업연수생제도는, 사실상의 노동자인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저임금 노동을 강제할 뿐 아니라 노동 3권 등 기본적 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연수생들은 작업장을 스스로 이탈해 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가 일수다. 불법체류자 수는 2000년 7월 현재, 26만여 명의 전체 이주노동자 중 17만 여 명에 이르고 있어 합법체류자의 수가 40%도 못 미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불법체류자 뿐 아니라 연수생의 근로자성까지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늘고 있어 연수제 폐지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고용허가제 유보방침에 대해 「외국인노동자 차별철폐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단병호)는 10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불합리한 정책과 그릇된 경제 논리로 반인권·반개혁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이주노동자투쟁본부 이윤주 집행국장도 "중소기업협동중앙회와 같이 연수제로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는 이권 집단에 민주당이 휘둘렸다"며 "3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자 지위와 권리 획득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