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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법딱지 떼도 인권침해 여전

고용허가제가 되려 미등록이주노동자 양산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단속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근로자고용법'(아래 고용허가제)가 17일부터 시행됐다.

지난 해 7월 고용허가제가 제정되고 난 후 1년 동안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단속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불러왔다. 가스총과 수갑을 동원한 단속과 외국인보호소 내의 비인간적 처우, 해고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이주노동자들의 고난은 수 차례 인권단체와 언론을 통해 보고되어왔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서선영 선전국장은 "고용허가제는 4년 이상 체류한 노동자들을 추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리하게 강제추방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작년 11월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2만 명이었는데 올해 8월 17만 명으로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되려 미등록이주노동자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입국관리소가 '지금 17만 명인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출국시켜 10만 명까지 줄이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서류 상으로만 가능한 숫자놀음"이라고 비판했다.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에도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고용허가제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발생한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정주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 취업 기간을 최장 3년으로 설정, 작업장 이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도록 했다. 또한 국내에서 취업한 후 출국한 사람들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일정기간(1년)이 경과해야만 재입국 또는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 자히드 씨는 "사업주들이 이를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각종 협박을 한다"며 "추가 수당 없이 연장 근무와 휴일 특근 등을 시키며 임금 체불을 하고, 재계약 시에 일방적으로 임금을 깎는 등 계약조건을 나쁘게 하지만 사업주가 계약권을 쥐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거나 미등록상태를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용조건에 있어서 불안정성은 이주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자히드 씨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었던 산업연수제도도 몇 가지 조항만 바뀐 채 그대로 실시된다. 서 씨는 "고용허가제가 기존의 산업연수제와 병행적으로 실시되므로 노동자 신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가하는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히드 씨 역시 "이번에 산업연수제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것과 똑같다. 여전히 현대판 노예 제도다"며 "본래 4시간 교육을 받고 4시간 노동을 하는 연수생의 제도는 간데 없고 하루에 12, 13시간 중노동을 하며 최저임금 50만원을 받는다"고 산업연수제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어 "사업주가 노동자가 도망칠 것을 우려해 50만원 중에서 반을 갖고 있으므로 노동자들이 13시간씩 일하면서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25∼30만원 뿐"이라며 "그 돈으로 먹고살고 본국에 돈을 보내 가족을 부양하고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빚진 1,500만원을 갚으려 하니 10년 일해도 부족할 정도인데, 당장 돌아가라고 하니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농성투쟁단, 민주노동당 등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는 1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을 비판하며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