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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9회 인권영화제 드디어 개막

'어린이·청소년의 인권' 주제로 7일간 이어져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은 모두가 관심 있어 하지만 아직 인권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름으로 제9회 인권영화제 개막을 선언합니다"

20일 300여명의 관객으로 가득 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고근예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제9회 인권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개막식 사회는 '발전하는 학생회 가자!'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누리 학생과 올해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의 총연출을 맡은 주현숙 감독이 맡았다.

개막식 축하공연에 나선 하자센터의 '재활용상상놀이단'은 플라스틱, 나무, 알루미늄, 장화, 책, 그릇 등 생활용품을 재활용한 악기로 독특한 음악을 창조해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무용, 마임, 연극, 스포츠를 통합한 이날 공연은 빠르기와 세기의 조절만으로 음을 조율하는 기존의 타악 퍼포먼스와는 달리 상상력과 생태적 감수성으로 관객과의 쌍방향 소통을 시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진영(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씨는 영화제 취지에 대해 "가족, 학교, 사회 곳곳에서 어린이·청소년은 스스로의 권리신장을 위해 저항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 당하며 자기 결정권을 지닌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해왔다"며 "이윤추구를 향한 탐욕이 부른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환경실태, 여성·성적소수자·장애아동 등 사회적으로 깊숙이 내재된 차별의 시선이 어린이·청소년 공동체 내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인권유린의 뿌리는 깊다"고 말했다.


개막작 <예스맨> 상영

개막식에 이어 저급한 탐욕에 매몰된 신자유주의의 허망함과 빈곤한 실체를 경쾌하게 풍자한 <예스맨>이 상영됐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패러디한 웹사이트를 만든 것을 계기로 WTO 관계자로 오인되어 세계 각지에서 열린 주요 경제회의에 초청받게 된 두 만담가를 쫓는 카메라는 신자유주의를 움직이는 무역질서를 풍자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를 본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당연시되는 만큼이나 허술한 체제임을 유쾌하게 보여줬다"며 "두 '사기꾼'이 위험할 정도로 신자유주의 강화를 외치는데도 청중들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신자유주의 질서에 익숙해져 공포마저도 내면화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숨어있는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찾아

제9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어린이·청소년의 인권 관련 작품은 모두 10편으로 이 가운데 해외작은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 착취를 국제적으로 고발하다 살해된 소년 아크빌의 죽음을 그린 <한 노예소년의 죽음>과 함께 애니메이션 <과도한 흥분>, <작은 목소리들>, <질서를 지켜라> 등 4편이다. 국내작은 사전제작지원 작품인 <사레가마 송>, <이반검열>과 함께 애니메이션 <누구세요>, <헤븐> 그리고 <우리 사이>, <학교 이야기> 등 6편이 상영된다.

이 씨는 "일각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을 억압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를 개혁하라고 주장하지만 '인권'으로 호명되어야 할 영역은 훨씬 광범위하다"며 "이번 영화제가 어린이·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공감하고 권리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돋보이는 사전제작지원작

2002년 <먼지, 사북을 묻다>로 인권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사레가마 송>의 이미영 감독은 내전과 왕정쿠데타로 얼룩진 네팔에서 가속화되는 아동들의 이주노동을 그렸다. 여성영상집단 '움'이 제작한 <이반검열>은 이른바 동성애자를 색출한다는 '이반검열'을 통해 머리가 짧거나 손만 잡아도 제재를 가하고 '스킨쉽'에 따라 벌점을 매겨 행동을 규제하며 정학이나 퇴학을 시키는 학교의 현실을 보여준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폭력과 피해를 당한 청소녀들의 증언을 통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녀 동성애자의 삶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 대해 이 씨는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부당함을 교육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비디오로 행동하라!

지난해와 올해 영상미디어 활동가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가보안법·비정규직·이주노동자 등 첨예한 인권문제를 영상화해왔다. 그 결과물이 <비디오로 행동하라!> 섹션을 이룬다. <독립영화인 국가보안법 철폐 프로젝트>는 2004년 가을 오랫동안 보안법 철폐운동을 벌여왔던 진보진영과 보안법을 완강하게 고수하는 보수세력간의 한판 승부를 보여준다. <비정규직 투쟁 속보>는 2004년 비정규직 권리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열린우리당 점거농성과 국회 타워크레인 점거 고공농성을 벌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선도투쟁을 속보영상으로 담았다.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는 동정의 대상, 폭력적인 단속추방 대상으로 간주되는 이주노동자들의 진짜 목소리를 인터뷰 형태로 담았다.


다채로운 부대행사 마련돼

올해 인권영화제는 '어린이·청소년의 인권'과 관련된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먼저 5월 21일(토) 3시 서울아트시네마 상영관에서 열리는 '청소년 인권운동, 미래를 본다'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토론자로 나서 청소년 인권운동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모색한다. 5월 24일(화) 오후 2시에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한국독립영화협회, 인권운동사랑방 등의 주최로 <비디오로 행동하라!> 섹션 관련 토론회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열린다.

이 외에도 청소년 운동의 이슈를 알리는 부스가 영화제 기간 내내 행사장에 설치되며, 청소년들의 인권 감수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퀴즈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노력

지난해 시작된 인권영화제의 장애인 접근권 확보 노력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감독과의 대화 자리 등에 수화통역이 이뤄지고 대다수 국내 작품에는 한글 자막이 깔려 있다. 시각 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점자 해설책자와 함께 <돌속에 갇힌 말>과 <학교이야기>, 일부 애니메이션 작품에 한국어 화면해설과 대사가 '투니버스' 성우들의 도움으로 더빙되었고 별도의 음향수신기가 제공된다. 이 씨는 "지체 장애인, 시각 장애인들이 극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이 활동보조인으로 대기하니 서울아트시네마로 연락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한편 '올해의 인권영화상'은 출품된 국내작 11편중에서 선정되며 영화제 마지막 날인 26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