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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황필규의 인권이야기] 닫힌 사회의 갇힌 '이방인들'을 위하여

이주노동자들에 대하여 언제부터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같은 것을 같게 보고 다른 것을 다르게 보면서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조차도 '꿈'꾸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도 슬퍼서, 그리고 그 슬픈 현실의 정점에 이주노동자들이 있어서, 현실에 반하는 '상식'이 생기기 시작한 후부터 그랬노라고 말하고 싶다.

관련 단체 분들과 함께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아노아르 위원장이 감금되어 있는 청주외국인보호소를 방문했다. 약 30분 정도 특별면회를 하면서 강제연행의 경과와 보호 후의 상황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듣고 동행한 의사 분이 신체건강상태를 점검했다. 긴급보호서의 미제시, 폭행, 불법체포, 불법감금, 심지어 소지품 일부의 절도, 격리 수용 등 그동안 지적되어 온 단속 및 보호상의 문제점들의 백화점이었다. 곧장 소장 면담이 이루어졌다. 손의 일부에 감각이상 증세가 있는 등 외부진찰이 반드시 필요함을, 그동안의 수많은 선례처럼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강제퇴거의 신속한 강행은 없어야 함을 이야기하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신뢰를 이야기했다. 나는 아직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다지 상식적이지 않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 지난 4월 24일 이주노조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될 당시 모습.

▲ 이주노조 아노아르 위원장. 지난 4월 24일 이주노조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될 당시 모습.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아노아르 씨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일행이 떠난 직후 보호소 직원이 와서 보호명령서, 강제퇴거명령서, 여권신청서 등을 들이밀었단다. 또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간다. 저녁 때 법무부는 모 신문의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연행 논란' 기사에 대한 해명 보도자료를 뿌렸다. 표적 단속이나 강제 연행이 아니란다. 20여명이 지하철역 출구에서 앞뒤좌우로 둘러싸고 "아노아르다! 잡아!"하며 땅에 눕히고 발로 짓밟으며 뒤로 수갑을 채워 끌고 간 것이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는 임의수사'인 불심검문이란다. 보호를 목적으로 한 행정작용에서는 경찰권 행사가 있을 수 없다. 법집행 공무원인 그들이 법을 모를 리 없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보도자료 작성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모 신문에 추가 보도된 법무부의 입장은 나를 더 슬프게 한다. "미국"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불법체류자는 "국내에서" 노동의 권리는 물론 노조결성권과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불법체류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것은 "선진 외국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란다. 법집행을 그 고유의 업무로 하는 정부기관이 '국내법과 판례'에 의하여 규정되고 확립된 권리를 '외국판례'를 들어 부정하고, 노조결성 움직임의 합법성에 침묵하면서 '외국 유례' 여부를 들먹이는 것은 '선진' 외국뿐만 아니라 '후진' 외국, '독재 정권 시절'에도 유례 없는 일이다.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구 출입국관리법상의 고용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근로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대법원 1995.9.15. 선고 94누12067 판결) "불법체류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규정이 적용된다"(대법원 1997.8.26. 선고 97다18875 판결)는 대법원 판결, 사회권규약 제6조 근로의 권리규정 등에 의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근로자성은 인정되며, 자유권규약 제22조, 사회권규약 제8조의 노조결성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9조 노조원의 인종 등에 의한 차별금지규정 등에 의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조결성권은 보장된다.

그리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위 미국의 판결이 나온 직후 미국의 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이 판결에 반발하여 ILO에 결사의 자유 위반으로 제소하였고, 경영계도 노동권 보호를 촉구하였으며, 심지어는 미국 정부도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부당해고 등에서 노동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발표하였다는 점이다. 보도상의 법무부의 입장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어디서 주워들은 '선진' 외국의 판례를 국민들에게 알려 계몽시키려는 선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달랑 내세우려는 악의에 의한 것인지 정말 알고 싶다.

법과 무력을 자의적으로 넘나드는 法武部나 법에 대한 무지, 무식과 무시로 이루어진 法無部는 없다고 나는 믿고 싶다. 법무부를 法務部로 이해함은 나의 어리석음인가. 이렇듯 말싸움과 말장난을 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닫혀 있고 또 하나의 우리인 '그들'은 갇혀 있다.
덧붙임

황필규 님은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