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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엔인권위원회 이슈와 전망

[연재] 61차 유엔인권위원회 소식 ①

[편집자주] 제61차 유엔 인권위원회(아래 유엔 인권위)가 3월 14일부터 4월 22일까지 열린다. <인권하루소식>은 유엔 인권위 소식을 매주 전하기로 한다.

제61차 유엔 인권위원회가 지난 14일부터 6주간의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해 임명되어 공식업무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유엔 인권위에 서게 된 루이스 아버 인권고등판무관은 개막연설을 통해 "유엔 인권위가 그동안 인권기준들을 규범화함으로써 인권의 언어가 널리 이해되고 사용되도록 하는 데 있어 많은 기여를 한 반면, 그 구체적인 이행에 있어서는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유엔 인권위에 참여하고 있는 각 국의 태도에 대해 "이행없이 각 권리들의 정의와 취지만을 다듬고 재확인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더러 인권이슈들에 대한 이론적인 공방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들의 불이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회기의 의장을 맡고있는 인도네시아의 마카림 위비소노 대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노력에 매번 제동을 걸어왔던 소위 동종그룹(Like-Minded Group: 알제리, 방글라데시, 벨라루스, 부탄, 중국, 쿠바, 이집트,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수단, 베트남, 짐바브웨이) 국가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그가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20여년 이상 유엔을 무대로 활동하여 왔던 그가 노련한 외교력을 통해 각 회원국 간의 정치공세를 완화하고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유엔 인권위, 구조개혁의 향방

이번 유엔 인권위 회기의 가장 큰 화두는 유엔 인권위를 비롯한 유엔 인권기구 개혁논의이다. 유엔 인권위의 첫주에 진행되는 각 정부 고위대표들의 기조연설 첫머리에 매번 등장할만큼 유엔 인권위 개혁 논의는 현재 모든 회원국과 참관국, NGO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유엔 개혁논의는 1997년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임명된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 온 사안이지만, 이러한 논의가 이번 유엔 인권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게 된 이유는 지난 12월 코피 아난 사무총장 산하의 "위협과 도전, 변화에 관한 고위급 패널 (High-Level Panel on Threats, Challenges and Change)"이 유엔 주요기구의 역할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권고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유엔 인권위에 대해, "각 정부가 회원국의 지위를 자국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한편 인권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이중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유엔 인권위의 신용과 전문성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위급 패널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사항으로 ▲회원국(현재 53개국) 구성을 191개 전체 유엔회원국으로 확대하고 ▲인권분야에 탁월한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인물이 각 정부대표단을 이끌도록 해야하며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으로 하여금 전세계의 인권상황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준비하도록 요청하고 ▲장기적으로는 유엔 인권위를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의 한 기능위원회가 아니라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로 승격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AI)와 국제법률가위원회(ICJ)를 비롯한 많은 민간단체들은 이미 상당부분 제 기능을 상실한 유엔 인권위가 본 보고서를 기회로 개혁을 감행해야한다는 점은 적극 지지하는 반면, 유엔 인권위 회원국 구성을 191개 전체 유엔회원국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결국 어느 국가도 인권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부정적인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지난 21일(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현재의 인권위원회를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로 대체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유엔 인권위 개혁논의는 이번 회기내내 최대의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주요 인권이슈와 민간단체의 활동

유엔 인권위에 참석 중인 민간단체들은 유엔 인권위 개혁논의로 자칫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인권침해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희석될 것을 우려하며 인권문제 제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유엔 인권위 회기에서 다루어질 인권이슈들 중 '대테러(counter-terrorism) 과정의 인권침해',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과 인권' 등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주요 관심사로 제기되고 있다. 국가별 인권상황에 관해서는 지난 2월 국왕의 비상사태 선포이후 인권상황이 급격히 심각해지고 있는 네팔, 민병대와 반군의 충돌로 대량인권침해사태가 발생한 수단 다푸어 지역의 상황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이라크의 아부그라브, 쿠바의 관타나모,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의적 구금과 고문, 굴욕적 처우문제 등으로 미국 역시 민간단체들의 집중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주노동자의 인권, 북한인권문제, 다국적 기업과 인권책임 등이 국내 민간단체들의 주요 관심사로 제기될 전망이다. 이번 유엔 인권위 회기에서 새로 등장하는 결의안 중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진실규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실에 대한 권리(right to truth) 결의안'을 둘러싼 논의도 주목할 만 하다.

제61차 유엔 인권위에서 발표된 각 정부, 국제기국, NGO의 발언문들은 www.unchr.info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덧붙임

김기연 님은 포럼아시아(FORUM-ASIA)의 유엔 인권활동 자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