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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엔기준 따라 병역거부권 인정해야"

병역거부 해외활동가들, 한국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를 주제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국제회의 주최측과 해외 참가자들이 이번 회의의 의의를 돌아보는 자리가 13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마련됐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한홍구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병역거부권 문제가 이슈화된 지 불과 1, 2년밖에 되지 않아 운동의 경험이 짧고 군사주의문화가 팽배해 병역거부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힘든 상황에서 타국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이번 회의의 의의를 밝혔다.

회의에 참석했던 해외 활동가들 대부분은 "머지 않아 한국내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가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국가안보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전 인터내셔널'의 안드레아스 스펙 씨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병역거부자들이 1천4백여명이나 수감돼 있는 현실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며 "한국정부가 국가안보를 군사적 문제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의 페터 토비아슨 씨 역시 "1949년 병역거부권이 인정될 당시 독일도 한국처럼 분단상태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정부가 양심의 자유의 일환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네바 퀘이커 유엔사무국의 레이첼 브렛 씨는 이날 오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중인 병역거부자 2인을 면담하고 온 소감을 발표했다. 브렛 씨는 "오늘 만난 22살의 두 명의 청년 모두 변호인의 도움이나 제대로 된 진술절차도 없이 재판을 받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브렛 씨는 이어 "자신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을 형사처벌 한다고 해서 그들의 양심을 꺾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이들을 수감하는 것은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라며 한국정부가 유엔 기준에 따를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5명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와도 공식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경서 상임 인권위원과 최영애 사무총장 등 인권위측 관계자 5명이 참석했다. 박 상임위원은 "국제인권기준과 한국 상황 사이에 간극이 커 그동안 인권위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며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권위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하고, "병역거부 문제가 '종교'문제가 아니라 '인권'문제인 만큼 인권위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인권위에는 이 문제와 관련해 7건의 진정이 제기돼 있다.

최정민 활동가는 "특히 이번에 소개된 대만 사례를 통해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근거없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을 것"이라며 회의를 다녀간 병무청이나 국방부, 법무부 관계자들의 입장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러한 기대에 한국정부가 어떻게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