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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연재] 60차 유엔 인권위원회 소식 (끝)

유엔 인권위원회 막 내려

60차 유엔 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23일 6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예년과 같이 인권위는 100개에 달하는 결의안과 결정을 내렸다.

올해 인권위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평가는 '외화내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적으로는 작년과 대동소이하지만, 내용에서는 여전히 함량미달이 많다'는 말이다. 국가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에 의해 인권위에 인권은 없어지고 정치적 흥정 또는 담합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이다. 60차 인권위에서는 '국익', '주권' 또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인권위가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국제적인 인권감시 제도를 약화 또는 제거하자는 주장과 발전권,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무시 또는 부정하는 발언이 과거에 비해 더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이다.


나라별 결의안, 힘없는 나라에만…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나라별 인권결의안의 경우 쿠바, 투르크메니스탄, 미얀마(버마), 벨라루스, 북한, 수단에 관한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중국, 짐바브웨, 체첸의 경우는 부결되었다. 벨라루스와 북한의 결의안에는 특별보고관 임명이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올해 인권위 내내 관심의 초점이었던 중국결의안은 예상대로 불처리 동의안 (no-action motion)이 찬성 28, 반대 16, 기권 9로 통과됨으로써 결의안 상정자체가 무산되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짐바브웨는 불처리동의안 (찬성 27, 반대 24, 기권 2) 채택으로 상정이 무산되었고 체첸의 경우는 표결에서 찬성 12, 반대 23, 기권 18로 부결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즉 '강대국 (중국과 러시아)과 친구가 많은 나라(짐바브웨)는 결의안을 피해나가고 힘없고 고립된 나라들만 걸려든다'는 인권위의 위선에 대한 비판이다.

이 와중에도 이번 인권위는 몇몇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테러리즘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문제에 관한 결의안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결의안에 따라 임명될 독립전문가는 각 국의 대테러 법안이 국제인권규범에 맞게 제정되고 이행되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결의안은 작년 멕시코가 추진하다가 미국의 압력으로 포기했었는데 이후 대다수 인권단체들의 집중적인 지원과 노력을 배경으로 올해 채택되었다. 이밖에도 올해 인권위에서는 인신매매와 불처벌에 관한 특별보고관 제도가 채택됐다.


인권교육 3년 행동계획 추진

인권교육의 경우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제안한 인권교육에 관한 협약 제정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인권교육을 위한 두 번째 10년 선포는 논의에서 인권교육을 위한 세계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에 따르면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인권교육 3년간의 행동계획을 유엔 총회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인권단체들은 구호적 성격이 강한 10년 보다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적 성격이 강한 이 결의안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결의안 로비에서 형성된 인권단체 연대회의가 앞으로 이행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초국적기업(TNCs)의 활동을 제약하는 국제적인 인권규범을 만들자는 유엔 인권소위원회의 제안은 협상에서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이에 관한 사례 및 조사연구를 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인권위 초반 적지 않은 선진국과 후진국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고사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 문제는 유엔 인권위에서 계속해서 다뤄지게 됐다.

인권과 성적지향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이에 관한 결의안 상정이 좌절되었다. 인권단체들의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재상정을 시도했던 브라질은 이슬람국가와 바티칸 그리고 미국의 압력으로 중도에 포기했다.


한국정부, 눈치보기·이중잣대로 일관

한편 '참여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맞이한 인권위에서 한국정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눈치보기와 이중잣대 관행이 이어졌다. 나라별 결의안의 경우 '국익'논리에 따라 강대국 관련 결의안(체첸, 중국)은 기권, 작은 나라의 경우 미국 및 유럽과 보조를 맞추어 찬성하는 이중잣대의 관행은 여전했다. 올해 표결에서 꼽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는 사형제도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변화이다. 한국정부는 작년까지 사형제도 폐지 결의안에 반대해왔는데 법무부의 전향적 입장을 수용하여 기권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발전권 및 인종차별 관련 결의안에서 한국 정부는 여전히 기권을 해 참여정부의 인권외교 정책이 구태의연함을 그대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