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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외소식> 또 하나의 동티모르, 아체


11월 20일 인도네시아에서 아체(Aceh)의 독립요구시위를 주도한 학생운동가 나자르(Nazar)가 체포되었다.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를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북쪽에 위치한 아체주(州)는 51년 인도네시아에 강제 합병되었다. 천연가스와 석유가 풍부하나 자원수익의 80%를 중앙정부가 가져가 주민 생활은 빈곤했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독립운동이 계속되어 지난 10년간 수천 명 이상이 불법적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무장충돌이 격화되자 올해 5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와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자치권부여, 자원수익 반환, 그 동안의 인권유린 수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인권침해로 이 협정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아체의 민간인들은 계속되는 실종, 살인, 고문 등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 하던 사람들이 연속해서 실종되는 일도 빈번하다. 앰네스티가 보도한 사이플(22세, 가명) 씨의 경우 9년 전 그의 아버지가 실종되었고, 형을 찾으러 나선 삼촌도 정부군에 체포된 뒤 소식이 단절되었다. 작년에 아버지와 삼촌의 자취를 추적한 형이 실종되었고, 가족을 찾으러 나선 사이플은 올해 정부에 의해 자유아체운동(아체의 대표적인 독립운동단체)의 회원으로 고발당했다.

여자들의 희생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5월 7일 북아체에서는 자유아체운동을 추적하던 군인들에 의해 7명의 소녀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이 강간당했다. 정부는 인권유린 수사를 약속했으나 범인 중 누구도 재판을 받지 않았다.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협박과 실종도 종종 발생하는데 9월 2일 미국에 본부를 둔 아체 인권운동단체의 회원 5명이 실종된 한 달 뒤 수마트라 북쪽 골짜기에서 발견되었다. 철사로 묶인 몸에는 고문당한 흔적이 있었다. 많은 인권침해가 정부군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으나 반군 또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1월 10, 11일 양일간 아체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군의 발포로 2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시위를 이끈 학생운동가 나자르는 형법 154, 155조에 의하여 '정부에 대한 증오감을 고취시킨' 혐의로 체포되었다. 국가보안법을 연상케하는 위 형법 조항은 '정부에 대한 적대감, 증오, 경멸을 공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네덜란드 식민지배의 유물인 이 조항을 이용하여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동티모르를 탄압하였다. 수하르토 하야 이후 폐지가 기대되고 있던 이 조항을 이용해 나자르를 체포한 것은 와히드 대통령에게 민주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