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특집> 김대중 정부 1년을 돌아본다 ③ 인신구속과 행형

시늉에 머문 인권보장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50년만에 처음인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이고 또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지역출신 대통령의 등장이었기에 현 정부에게는 기득권과 부패로 얼룩진 한국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출범 당시에 맞은 미증유의 경제위기 탓일 수도 있겠지만 출범 후 1년여가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건대 국민의 정부의 개혁정책은, 적어도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부분까지 나아가지 못한 듯 하다.


불구속수사 원칙

우리 헌법은 독립된 법관에 의한 재판에 의해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누구나 무죄로 추정되며 예외적으로 구속할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법관에 의한 영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범죄혐의자는 불구속 재판을 받는 것이 원칙이며, 이것은 이른바 문명화된 법치국가의 일반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해왔다.

대략 1년에 14만여 건에 이르는 구속사건은 미국이나 독일 등에 비해 몇 배에 이를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검찰 내부의 기준에 의해 구속여부가 결정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지난 96년 개정되고 97년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은 이른바 ‘구속영장실질심사제’를 도입하였지만 이 제도는 검찰과 법원 사이의 치열한 공방 끝에, 시행 1년 만인 97년 말 다시 ‘피의자 등 신청권자가 신청하는 때’에 한하여 구속영장에 대한 실질심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재개정됨으로써 그 의미가 반감되고 말았다. 그 결과 구속영장신청에 대한 기각율은 한 때 높아졌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낮아지는 현상을 빚게 되었다. 지금은 또 피의자 심문에 대한 권리를 피의자에게 고지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간에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구속은 형벌이 아니다. 다만 수사나 재판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강제처분의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일반국민 뿐 아니라 수사기관마저도 구속을 마치 형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그 동안 구속이 지나치게 남용되어 온 탓이기도 하고 인신의 자유를 그만큼 소홀히 여겨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속은 그 내용과 절차가 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수사상의 편의나 사정기관의 권력에 의해 구속이 남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일반국민들의 직접적인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형사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국선변호인의 조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입회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인 변호가 가능하도록 수사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최근 법무부는 이같은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므로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된다.


감옥의 인권

구속 후 형벌이 확정되어 집행 단계에 있는 재소자들의 인권은 어느 정도로 보장되고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재소자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는 지난 한해 교도소 인권문제에 있어 몇 가지 진전된 노력을 보여주었다. 예컨대 모범수용자에게 전화통화를 허용하고 재소자 개인의 부담으로 신문구독을 허가한다든지, 각 수용거실에 조그만 책상을 지급하도록 한 것 등이다. 그러나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 대규모의 개선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의 어려운 경제사정은 일반범죄의 증가와 함께 많은 생계형 범죄를 낳았고, 이로 인해 교도소의 수용여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말았다. 이와 함께 냉난방 시설의 미비나 의료시설의 부족,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이나 교화 인력과 프로그램의 미비 등 우리 교도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별로 개선된 바가 없다.

더불어 지적하고 싶은 것이 교도관과 재소자사이의 관계다. 부족한 교정인력 사정으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엄격한 규율과 구호 인사, 하루에 몇 차례씩 있는 점호 등 우리 교도관과 재소자 사이의 관계는 아직도 마치 군대의 상하위 계급자간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재소자의 인권이 진지하게 존중될 수 있을까?

최근 교도소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법무부는 재소자의 청원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자 일선 교도소에 이를 시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또 행형법 개정 움직임도 이미 시작되었다. 교도소라는 다소 특이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 이들 역시 우리 사회가 다시 껴안아야할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범죄에 대한 책임만큼의 형벌을 받을 뿐 그 이상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재소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최정학(서울대 법대 박사과정, 민주주의법학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