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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7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망과 비판

준비 7호 | 2008년 1월 22일
지난 대선 결과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후보가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당선자는 “북한 비판은 삼가고 일방적으로 비위를 맞췄던 과거 정권과는 달라질 것이다”라고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에서는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대북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있지만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3000’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면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안에 3000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이다. 비핵화는 6자회담과 북미관계를 통해서 해결해 가는 과정에 있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 공백 동안 남북경협 등 남북관계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비핵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한다고 해도 ‘개혁, 개방’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북한과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런 태도는 한미동맹 강화를 얘기하면서도, 북한과 협상하는 미국 정부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자체 모순적 상황을 발생시킬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이끌려 한다면, 지난 김영삼 정부 때처럼 북한은 ‘통미봉남’하여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남한은 한반도 문제에서 또다시 국제관계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또한 ‘비핵개방3000’ 공약은 ‘경제살리기’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한반도 전체로 넓힐 가능성이 있다. 남한 민중에게도 양극화와 사회불평등, 분배 구조의 왜곡을 낳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사회주의를 경험한 북한 민중들에게 어떻게 다가설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중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북한인권 정책이다. 이 당선자는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여러 가지 사안 중에 북한인권에 관한 질문에 대해 비중 있게 답변했다. 이 당선자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00달러 전후였던 1960년대에 선진국들이 인권문제를 많이 지적했다. 그때 군사정부는 그런 지적에 반대했지만, 선진국의 언급이 한국의 인권을 진작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북한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 특징과 우려

이명박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국가기구 내 북한인권 전담 부서의 설치, 대북지원 및 남북경협과 인권 연계, 납북자·국군포로·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부상, 유엔대북인권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한 적극적 대응, 북한인권법 제정,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 등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첫째 국가기구를 살펴보면 두 가지 방법이 예상된다. 하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재편이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 해석상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 사법, 행정 등 3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국가 독립기구이다. 그러나 최근 인수위가 확정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겠다고 한다. 이는 국가인권기구설립에 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본준칙인 파리원칙에 어긋난다. 파리원칙은 ‘국가 인권기구는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하여 그 구성과 권한의 범위를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부여받아야한다’는 원칙이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도 1월 1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화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만약 인수위 안이 확정된다면 국가인권위는 독립성을 잃고, 인권의 원칙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왜곡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북한인권에 대해 지금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독립을 유지하더라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 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위원은 국회 선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위원 중에 대통령이 임명한다. 2008년 상반기에 치러질 총선 결과에 따라 약간 변수가 있긴 하지만 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다면 국가인권위원은 친이명박정부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고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위원장 임명권한에 따라 북한인권에 적극적 문제의식을 가진 인사가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자연스럽게 북한인권에 대해 지금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부기구 내에서 활용할 가능성이다. 통일부가 존속된다면 보수적 북한인권단체들이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처럼 통일부 내에 북한인권국을 따로 설치할 수도 있고,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통일부가 외교통상부에 흡수 내지 통합된다면 외교통일부 내에 별도의 북한인권국을 신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 조직이 신설된 후에 북한인권 의제는 북한인권단체의 협력 하에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이전 정부가 북한인권 의제를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았던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북한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둘째 대북지원에서의 변화도 예상된다. 대북지원은 유상지원인 대북식량차관과 무상지원인 비료지원, 각 지방자치단체별 지원, 국내외 민간단체의 지원이 있다. 과거 정부는 정부차원의 대북지원에서 북한의 핵실험 등 북핵문제와 연계하여 지원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 과거 ‘퍼주기 논란’을 잠재우려 할 것이다. 인권 이슈와 연계하여 대북지원을 결정하고 결정된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이전 정부보다 더 ‘분배투명성’과 ‘모니터링’을 빌미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연계할 인권 이슈에는 정치범 수용소 같은 북한 체제를 건드리는 경성 이슈보다는 먼저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 인도적 사안의 연성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는 긴급구호에서 개발지원 형태로 전환하여 북한 당국과 협력을 필요로 하는 민간지원에도 영향을 끼쳐 대북민간지원단체의 남북교류협력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정공법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정부가 남북회담에서 의제로 다루려다가 실패하거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해 회담 테이블에 직접 올려놓고 북한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에 대해 학습효과를 가지고 있는 북한이 어떤 수위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의 구성원인 국군포로, 납북자 관련 단체의 활발한 활동에 따라 관련 법안의 제·개정도 예상된다. 먼저 「군사정전에관한협정체결이후납북피해자의보상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전후납북피해자지원법)에 대해 납북자단체는 “납북자 가운데 북한에서 사망했거나, 한국으로 오지 못하는 납북자들에 대해서도 귀환자와 동일하게 대우해 위로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납북자단체는 전시 납북자에 대해서도 같은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전시납북자피해자지원법 제정 요구는 전후납북피해자지원법 개정 요구와 맞물려 총체적으로 법안이 손질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제정된다면 한국전쟁 당시 월북과 납북의 경계가 모호했던 부분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과 혼란이 예상되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북한 내 납북자에 대한 기획탈북 시도가 더 빈번해지고, 거액의 위로금을 노리는 탈북 브로커들의 활동도 활발해 지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납북자 문제제기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인도적 시각에 따른 해결이 필요하다.

넷째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정부가 유엔인권위원회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불참, 기권, 찬성, 기권의 입장을 보인 반면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면서 북한을 인권의제로 압박하는데 국제사회와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해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고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인권단체들은 베이징올림픽 전에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6자회담과 북미관계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그 다음은 북한인권 이슈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유럽의 인권단체, 국내 보수적 북한인권단체의 북한인권관련 행사, 보고서, 성명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을 의제화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방식으로는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없다.

다섯째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과 자유신당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북한인권법제정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 북한민주화위원회 등은 북한인권법제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2004년에 논란을 일으키며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모델로 하고 2005년에 한나라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수정한 후 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당시 일어난 북미간의 ‘자주권 침해와 인권의 보편성으로 위장한 개입’이라는 왜곡된 쟁점이 국내에서 북한인권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미국식 인권제국주의로는 한 사회의 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식 인권제국주의가 ‘한국식 인권제국주의’로 바뀐다고 해도 그 해악적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여섯째 북한인권단체와 북한인권개선협의체를 민관 합동으로 구성하고,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보수적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수적 북한인권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며 각종 정책과 담론을 생산해 내고 정부의 북한인권정책에 대한 싱크탱크 역할과 함께 정책적용과정에서 민관협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인권현실에 대해서는 별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대부분의 북한인권단체들은 그동안 ‘인권’ 담론에 대한 왜곡된 수용을 통해 북한인권 담론을 정치화해왔다.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은 노골적으로 “김정일 정권 붕괴, 체제 전환”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인권 침해의 주체이자 인권개선의 주체이기도 한 북한 당국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50년 이상 남북이 대치해온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어떻게 북한 당국을 인권개선의 주체로 나서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북한인권과 한반도 평화의 선순환 관계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적 북한인권단체들과 이명박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잘못된 인권의 원칙으로 남북관계 해칠까 우려

남북관계는 여러 문제점들을 여전히 안고 있긴 하지만, 지난 10년간 신뢰를 쌓아오면서 놀랄 만큼 발전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인도적 지원의 비인도적 지원화 및 인권 이슈 연계로 인해 북한이 인권 개선 노력을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자칫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고 남북관계를 경색시킨다면 북한의 긴급구호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마저 실기하여 더 큰 인권침해를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최근 발표한 ‘경찰 저지선’ 방안, 해프닝으로 끝난 ‘산업평화TF구성’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 노동3권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인권관이 우려스러운 현실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지에 대해 ‘한반도 인권’의 관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책의 새 판을 짜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으로 접근하거나 남한과 같은 자본주의적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접근할 경우, 그리고 그런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보수 진영의 입장으로 정부의 정책이 경도될 경우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과제는 오히려 멀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중심의 한반도 정책으로 북한을 무리하게 ‘개혁·개방’으로 이끌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만을 강화하고 남북관계를 한미동맹의 하위변수 내지 종속변수화 시킨다면 오히려 한반도 문제의 개입력을 잃을 뿐 아니라 북한과 쌓아온 신뢰도 잃게 될 것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정책인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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