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사랑방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했던 2008년 여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벌어진 경찰폭력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바삐 쫓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촛불집회에 내가 열심히 나가게 되었던 건 광우병 소고기 수입이라는 이슈보다도 5월 말 평화롭던 집회를 무참하게 진압하던 경찰 때문이었다. 광화문 한복판에 몇 겹의 컨테이너를 쌓아 가로막고, 색소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아대며 도심 거리를 점령하고, 곳곳에서 사복경찰들은 색소가 묻었다는 것이 집회 참여의 증거라면서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잡아가고, “손가락이 잘린 사람이 있다”며 주변 바닥을 잘 살펴달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평화집회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그 거리에서 이런 게 인간사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사랑방 활동을 하면서 보낸 10년은 수많은 경찰폭력, 국가폭력의 경험을 쌓아온 시간이기도 했다. 용산 남일당, 평택 쌍용차공장과 대한문 분향소, 밀양과 강정, 세월호 추모집회와 민중총궐기 등 경찰폭력이 자행됐던 현장들은 막개발로 대책 없이 쫓겨나는 상황에 항의하는 것이었고, 부당한 해고와 노조 파괴에 맞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었고, 주민의견 무시하며 강행되는 국책사업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현장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경찰폭력이었다. 공권력이라는 경찰의 모습은 이랬다. 용산에서 철거용역이었던 경찰은 평택에서는 구사대였고, 밀양에선 한전 경비, 강정에선 해군 경비였다. 밀양 주민의 말처럼 경찰은 언제나 부도덕한 기업과 패악한 정권의 하수인 노릇만을 해왔다. 사적 폭력집단과 다를 바 없는 이러한 모습들은 근본적으로 공권력의 실체에 대해 질문하게 했다.

 

그러던 경찰이 정권이 바뀌고 수사권 조정 논의가 불붙자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단다. 집회시위 현장에 차벽과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 등 인권친화적 경찰 구현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故백남기 농민에 대해 이철성(현 경찰청장)의 누구를 향해,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사과도 있었다. 이철성은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부검영장을 청구하고 강제집행 하려던 이로, 법적으로 끝나기 전에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었다. 원격 방식으로,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래서 앞으로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지 아무 내용도 없는 가짜 사과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철성이 숙인 머리는 어디를 향해 있던 걸까? 현재 경찰은 그간 자행됐던 경찰폭력, 인권침해에 대해 어떠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인권’ 운운하고 있다. 국가폭력의 경험은 지나간 과거의 고통이 아닌 현재도 생생하고 언제든 그날로 되돌리는 고통이다. 그런데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경찰이 행했던 불법적이며 초법적인 폭력과 인권유린은 모두 용인되어 왔다.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건 죽건 문제될 게 없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 때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할 수 없다”고 했던 강신명(당시 경찰청장)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퇴임했다. 용산참사 살인진압 책임자 김석기(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는 망루농성 하루도 채 안돼 경찰특공대 투입을 하며 무리하게 진압했다는 비판에 “도심테러에 맞선 정당한 법 집행”이라 항변해왔고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다. 쌍용차노동자들의 파업 진압을 가장 자랑스런 업적이라고 꼽았던 조현오(당시 경기경찰청장)는 당시 경찰청장도 승인하지 않은 경찰특공대 투입을 강행했고 이것이 자신의 경찰청장 승진 기회로 이어졌다. 대한문 분향소에서 추모와 애도를 짓밟고, 철도파업 당시 민주노총 침탈에 앞장섰던 최성영(당시 남대문서 경비과장)은 ‘대한문 대통령’이란 별명처럼 노동자 위에 군림한 대가로 현재 승진하여 구리경찰서장으로 있다. 폭력과 인권유린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었던 건 경찰에게 철거민과 노동자, 정권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시민들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린 사람이 아니었어요”라는 말로 그날들을 떠올리는 경찰폭력 피해 당사자들에겐 ‘인권경찰’이란 말 자체가 모욕적이다.

기업과 정권에 반하는 이들에게 행하는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진압은 경찰에겐 언제나 포상과 승진의 사다리가 되어왔다. 이 사다리를 끊어내지 않는 한 ‘인권경찰’이란 어불성설이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은 경찰폭력을 겪은 현장 당사자들과 함께 지난 6월 ‘인권경찰’ 운운하는 경찰이 즉각 이행해야 할 필수 인권과제를 전달했다. 경찰개혁위원회에도 전했지만 아직까지 어디서도 어떠한 응답이 없다. 필수 인권과제는 우선 다음의 5가지다. ①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 ②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 위한 인권정책 시행, ③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과 사찰․감시 중단, ④국민에 의한 경찰 통제 실질화, ⑤국제인권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즉시 이행. 각 과제에 대해 이철성을 비롯한 경찰들이 잘 새겨듣길 바라며 [경찰청장에게 고함-인권경찰의 조건]이란 제목으로<오마이뉴스>에 기획연재 중이다.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다. ‘인권’은 진실과 정의 위에 있음을 새기며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경찰폭력 책임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을 위한 목소리도 함께 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