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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검찰의 수사 과정에 나타난 법의 불평등

피해자들을 가해자로 만드는 검찰수사

검찰은 지난 9일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참사의 원인 등에 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검찰은 지난 2009. 1. 20. 이른 시간에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위 대형 화재참사의 주된 원인을 철거민들의 과격시위와 철거민 농성자들이 뿌린 다량의 인화물질에 화염병 불이 옮겨 붙어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평등한 수사는 없었다!
이러한 검찰 발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철저하고도 공정한 조사과정을 거친 것일까, 아니면 농성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위한 편협한 수사의 결과물일까? 과연 충돌의 양 당사자였던 철거민들과 경찰에 대해 평등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나 한 것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검찰의 수사는 애초부터 철거민들의 농성행위 자체가 경찰의 정당한 공무수행 내지는 법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불법행위라는 도식 하에 진행되었다. 그런 까닭에 결론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대형 화재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경찰의 무리한 강경진압과정에 대해서는 "작전수행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선택할지 여부는 경찰의 합목적적 판단에 맡겨져 있는 사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정말 경찰특공대의 조기투입이 과연 적법한 것이었는지, 경찰특공대 투입 후 1차 화재의 발생과 진화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강행한 2차 진압이 과연 적법한 것이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다. 그 결과 검찰은 경찰의 판단이 객관적 상황에 비추어 '합목적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수사대상에서 제외하여 공권력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화재를 피해 건물 밖으로 피신하는 철거민(출처:빈곤사회연대)

▲ 화재를 피해 건물 밖으로 피신하는 철거민(출처:빈곤사회연대)


이례적인 조기 진압과 이례적인 검찰 수사
다른 철거민 망루농성 사례와 비교해볼 때, 대형화재 참사를 낳은 이번 용산사건에서 경찰의 '3시간만의 진압 결정'과 '만 25시간만의 강경진압 실행'은 매우 이례적인 것어었다. 이러한 이례성은 다른 지역의 망루 농성 사례와 비교해봐도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례적인 성격을 갖는 용산사건의 원인과 진상을 올바르게 규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사건의 당사자인 경찰의 조기진압 결정이 과연 적절하였는지, 진압 방식과 과정에서 안전수칙과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였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초기부터 그러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객관적 증거조차 무시하는 편파수사
결국 검찰은 처음부터 ‘편파수사’와 ‘뒷북수사’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철거민 농성자들과 관련된 내용이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일지라도 마치 객관적 사실인 양 언론에 흘린 반면, 유족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제기하는 경찰 진압의 위법성이나 용역들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언론이나 일부 국회의원이 물증을 제시하면 그때에서야 마지못해 수사하였고, 물증에 대한 경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곧바로 근거가 없다거나 처벌이 어렵다는 해명성 수사만을 지속하였다.

실제 검찰은 당초 경찰의 무선교신을 근거로 '용역과 경찰의 합동작전 의혹'을 제기했을때 이를 무시하더니 모 언론사에서 용역이 경찰들 속에서 물대포를 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방영하자 수사하였다. 또한 경찰특공대의 투입을 최종 승인한 책임자인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형평에 맞지 않게 지위를 이유로 서면조사만을 했을 뿐이다. 결국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많은 이들은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었다.

피해자들을 가해자로 만드는 검찰수사
검찰이 '대형 참사의 원인', '화재 원인', '경찰 진압의 위법성', '용역업체의 불법행위' 등에 대해 일관되게 편파적인 태도로 수사한 결과, 우리가 매일 만나는 식당주인이었던 이웃들은 최대 가해집단으로 그리고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범죄자가 되었다. 재개발사업에서의 최대 피해자인 세입자인 철거민들을 가해자로 만든 것이 검찰의 수사결과이다.

검찰은 ‘용산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참사를 제대로 수사하기도 전에 이미 수사의 방향은 "철거민 책임"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언론을 통해 경찰에 대해서는 "공무집행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겠느냐"고 속내를 드러냈다. 구속자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경찰의 진압작전은 지극히 정당한 공무수행"이라고 한 반면, 철거민에 대해서는 "법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수사는 단지 의도된 결론에 살을 붙이고 근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검찰 수사발표 날, 검찰청앞에서 유족들과 이명박정권 철거민살인진압범대위에서 규탄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검찰 수사발표 날, 검찰청앞에서 유족들과 이명박정권 철거민살인진압범대위에서 규탄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법에 대한 권리는 평등하지 않았다!
이처럼 검찰은 철거민들의 불법에 대한 응징 의지는 드높았던 반면 진압 경찰과 철거용역업체의 불법에 대해서는 눈을 감거나 관용을 베푸는 이중 잣대를 사용하였다. 수사권이라는 이름으로 불공정성과 편파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세계인권선언, 헌법, 국제규약에서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고 모든 사람은 법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땅에는 그 권리가 없다. 공권력과 가진 자들을 편드는 검찰권의 행사로 인해 생존의 벼랑에 내몰려 있던 철거민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수사받을 권리조차 짓밟혀버렸다. 검찰의 불공정 수사는 사회정의를 역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대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이은 검찰권의 횡포이다. 우리는 법이, 수사권이 인권 위에서 횡포를 부리며 내놓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
덧붙임

권영국님은 '용산철거민사망사건진상조사단' 조사위원이자 변호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