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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비대해지는 경찰, 위축되는 인권을 막아내야 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경찰의 모습은 차벽, 마구잡이 채증과 불심검문을 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막아서고 위협하는 모습말이다. 최근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은 이러한 공권력의 폭력이 응집되어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통령이 나설 것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은 동사무소 앞에서 며칠 동안 경찰차에 둘러싸여서 그들의 존재자체가 지워졌고, 이들을 응원하러 가는 사람들은 불법적인 불심검문에 시달린다. 이러한 불심검문이나 통행 제한의 이유를 물으면 무조건 채증을 내세워 위협하는 것이 경찰의 모습이다. 

현재 경찰의 행동이 법률적 근거가 없음은 이미 명확하다. 2011년 헌법 재판소는 차벽 설치가 ‘시민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 판결하면서 중대하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에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채증의 경우에도 대법원에서는 범행 중이거나 그 직후 긴급할 때에 한해 영장 없이 채증할 수 있다고 판시했지만, 경찰은 자신들만의 예규에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도 가능하다고 하여 법적 엄정성을 무시하고 있다.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경찰이 오히려 법을 무시하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비대해지는 경찰, 차단되는 비판의 목소리

이러한 경찰의 공권력 과잉은 박근혜 정부의 방향과도 연결된다. 박근혜 정부는 통합 정원제를 내세워 공무원 인력의 증원을 억제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유독 경찰 병력에 대해서는 2017년까지 2만 명을 늘리기로 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올해까지 5,300여 명의 공무원이 증원되는데 그 중 80%가 넘는 4,700여명이 경찰 증원 인원이다. 사회복지사의 부족으로 공공 서비스 사각 지대에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증원은 거의 없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소방 공무원 부족과 노후 장비 문제도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였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계획은 내놓지 못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경찰 병력 증가가 범죄 예방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그래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많은 경찰 병력을 볼 수 있는 곳은 청와대와 광화문 일대이다. 주말이면 수천 명, 평일에도 100여 대의 경찰 버스와 수많은 경찰 병력을 일상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는 이동권을 비롯한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일상적으로 통제받게 된다. 증원된 경찰 공권력의 무엇을 할지는 신임 경찰청장의 전력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에 이미 세월호 집회를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하는 등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보다 사람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물이다. 결국 지금의 경찰 병력의 증강 등의 공권력 강화는 안전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사회적 목소리를 억압하고 일상적인 인권 탄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지금의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강정, 밀양의 사례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강압적인 국책사업의 문제가 드러난 사례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후 수십 건의 안전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정작 어느 하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고 있다. 잘못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정작 책임져야할 정부 각 부처, 더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강화된 경찰 병력으로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고만 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더욱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 비대해지는 경찰 병력으로는 결코 나은 사회를 위한 우리의 목소리가 잠기거나 가려질 수 없음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더 나아가 경찰력이 정말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경찰에 대한 인권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작게는 모든 경찰관이 식별표시를 부착하여 집단의 폭력에 자신을 감추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함은 물론이며, 경찰의 자의적인 공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경찰직무집행법 등 법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경찰에 대한 일상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국회는 물론 시민 사회에 주어져야 한다. 그럴 때야 정부만을 위한 경찰이 아닌 ‘국민의 곁에 있는 경찰’이 될 수 있다. 


경찰이 아닌 대통령과 만날 수 있는 청와대를 만들어내자

청와대를 둘러싼 차벽은 거대한 성벽과 같다.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오직 복종을 강요하는 왕의 궁궐이 되었고, 주변 접근을 온통 차단한 경찰은 무능한 왕실에 맹목적 복종만을 하는 수천 명의 수비대 노릇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인 늘린 것은 안전을 위한 인원이 아니라 자신을 지킬 병력뿐인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해결되지 못한 안전을 비롯한 사회 문제를 껴안고 살아야 할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뮤지컬’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고 박근혜 자신만의 궁전을 허물기 위해 우리는 더욱 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경찰 병력 증강으로는 결코 지울 수 없는 우리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