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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를 막기 위한 기업처벌법] ②기업처벌이 안전을 위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이유(1)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그 전에도 대형 참사는 꾸준히 있었고 그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서 많은 조치도 취해졌다. 하지만, 한국은 대형 참사를 수차례 겪으면서도 공공의 안전, 시민의 안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여러 원인이 있다. 빠름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으로 사고가 빠르게 잊혀지고, 정부부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책임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 등의 임기응변식 대책만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 수준에서도 재난이나 안전에 대한 논의가 그다지 진척되지 않았다.

최근 몇 십 년간 발생했던 재난 중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경주마우나 리조트 붕괴 3건의 참사를 복기해보자. 사건의 발생과정과 해결과 처벌 과정들을 보면, 대형사고에 있어 기업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그에 반하여 책임지는 정도는 얼마나 미흡한지 드러날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 건설 비리와 재벌의 탐욕이 낳은 참사

한국은 참으로 붕괴사고가 많은 나라다. 특히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502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낳은 대형 참사로, 천여 명이 사망한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고(2013년) 전까지 세계 건물 붕괴사고 사상 최다사망 사고였다. 당시 외신에서조차 북한의 폭파테러를 의심했다고 한다. 지진이나 폭발 같은 외부충격 없이 건물이 이렇게 무너진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전에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5층 식당 관계자들, 인근 주민들은 균열과 이상 징후를 느끼고 제보하거나 문제제기 했다. 백화점 시설부 회의에서도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1995년을 삼풍백화점의 ‘확장원년’으로 결정한 경영진의 방침에 가로막혀 그 주장은 묵살되었다. 사이렌은 울렸지만 안내방송은 하지 않았고, 붕괴직전에 자신들만 대피했다.

<표1>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판결<br />

▲ <표1>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판결


이례적인 최고경영자 처벌, 하지만 구조적 원인은 그대로

애초에 이준 회장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붕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이를 의도했다는 증거 없이는 법적 처벌이 어려웠다. 이준 회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구속되었으며 뒤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추가되어 징역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그런데 기업이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경우에 이처럼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처벌된 사례는 사실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준 회장 등이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된 옥상 증축공사를 직접적으로 챙겼을 뿐만 아니라, 건물 옥상에 무리하게 에어컨 냉각탑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5층 천정에 균열이 발생하였음을 보고받고 직접 균열보강공사를 지시하는 등의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비용절감을 위해 뒷전이 된 안전, 대구지하철 화재

대구는 지하철 공사 도중에 일어난 가스폭발사고(1995년, 101명 사망), 지반붕괴사고(2000년)에 이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까지, 총 세 차례나 대형 사고를 경험했다. 영국에서 1863년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전 세계 지하철 사고 중 1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대형 참사는 총 3건 2건이 대구에서 일어났다. 이런 정도의 큰 사건을 두 번이나 겪었다면 지하철에 관해서는 안전에 더욱 민감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질 법도 하지만, 2003년 이후 지금까지 그 변화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2인 승무였다면 초기의 대응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과 거의 대부분의 언론에서 1인 승무에 대해 문제제기하였다. 최초에 화재가 발생했던 1079열차의 기관사는 화재가 발생하자 운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 이동해서 우선으로 화재진압조치를 했다. 그래서 당시의 1079열차의 기관사는 관제에 화재사실을 알리지 않고 화재진압의 현장조치만 했다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표2>  대구 지하철 화재 판결<br />

▲ <표2> 대구 지하철 화재 판결



대구지하철 사고는 기관사들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쓴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실제로 기관사 및 관제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받아 4-5년의 금고형을 받았다. 1인승무제 아래서 기관사가 혼자 위급상황 대처, 승객대피, 사령교신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없었던 것이나 비상유도등·피난로·소화설비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피가 어려웠던 점은 대구지하철공사의 책임이라 볼 수 있지만, 결국 회사의 책임자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기소가 되긴 했지만, 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아니라 사고 직후 물청소를 지시했다는 사실 때문에 기소가 되었다. 물청소로 시신이 사라졌지만 증거인멸혐의만 걸렸다. 그나마도 대법원까지 가는 항소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안전관리, 사고 관리의 책임은 묻지도 않았다.

처벌에서 빠져나간 코오롱, 경주 마우나리조트 강당 붕괴사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체육관 천정이 붕괴되면서 학생 9명과 이벤트업체 직원 1명 총 10명이 사망하고, 194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수사결과에서는 부실시공을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체육관 기둥과 지붕 등에 강도가 떨어지는 자재를 사용했고, 불법 시공이 이뤄졌으며, 설계 또한 임의로 도면을 변경하는 등 총체적인 불법 시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코오롱이 있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안에 신축된 체육관은 코오롱 그룹차원에서 결정된 건축이었다. 그리고 리조트 측은 계속되는 대설 속에서 진입로와 주차장 등에 대한 제설작업은 했지만 다중이 이용하고 적설하중이 제곱미터 당 50kg으로 설계돼 붕괴위험이 있는 체육관 지붕에 대한 제설작업은 하지 않았다.

<표3>  경주 마우나리조트 강당 붕괴사고 판결<br />

▲ <표3> 경주 마우나리조트 강당 붕괴사고 판결


검찰은 사고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마우나오션리조트 대표와 코오롱건설 차장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단체투숙객 유치를 위해,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 그룹차원에서 체육관 신축을 서둘렀고, 사고의 근본원인이 이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묻지 않았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공기 단축뿐 아니라 폭설에 대한 관리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공을 맡은 하청업체에서 시공을 앞당기라는 요구에 응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원청보다 많은 금고 3년 3월을 구형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사업본부장의 형량은 2심에서 1년 6월로 줄었다. 한국 원청-하청업체 구조상 하청업체에서 원청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임에도 원청의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를 탓하지 않고 그 요구를 따른 하청업체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 사법부의 현실이다. 체육관 신축 관련 서류를 마우나오션리조트 측에서 위변조 할 수 있도록 내준 공무원은 별건 수사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주시청은 이 공무원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징계를 묻지 않은 것과 같은 ‘불문경고’를 하는 것에 그쳤다.

2015년 광화문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

▲ 2015년 광화문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


지금 우리에겐 강력한 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이윤을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채 무리한 운행을 강요한 청해진 해운의 행적이 드러나 김한식 대표이사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지만, 고법재판에서 징역 7년으로 형량이 낮춰졌다. 앞서 살펴봤듯이 세월호 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나 정부 관료가 의무사항을 소홀히 해 인명과 환경에 피해가 발생해도 이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형사고 직후에는 기업과 경영책임자, 담당 정부 관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며 처벌 수위 또한 낮았다.

이런 미온적 처벌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정부의 입장이 안전 문제를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부실방지 대책은 곧 건설업체의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탈바꿈하는데 일조했다.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전국 지하철 전동차 4325대에 대한 내장재 교체 공사를 3년 동안 진행했지만, 내구연한 규정은 삭제되고 근무인원은 대거 감축되었다.

책임을 묻는 과정이 분명해져야, 위험이 전가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또한 재발방지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사고를 유발한 기업과 정부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필수인력을 감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제도 마련 검토나 재난안전사고의 책임자 처벌 방안에 대한 모색도 필요할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덧붙임

이진우 님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