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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를 막기 위한 기업처벌법] ①경영주 처벌도 안 되는데, 법인 처벌까지 한다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

<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 이후 ‘이윤보다 사람을’ 라는 이야기가 많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참사를 보면 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한 사회를 위한 실천은 이어지고 있기에 우리의 바람은 현실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부터 노동․법률․인권․ 학계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참사를 막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했습니다. 그 중 하나의 결과가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 정부 책임자 처벌법>입니다. 아직 법안이 발의된 것은 아니지만 취지와 주요 쟁점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연재를 합니다.


재해공화국, 그러나 사업주의 책임은 없다?

연간 2,000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산재사망율은 OECD국가 중 1위이다. 산업재해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다단계 하도급과 원청사업주의 무리한 공기단축 요구 등이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은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기업의 안전업무에 관련된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여, 산업현장에서 가스, 유독물 등 안전보건 관리자의 법정 의무고용을 완화하고,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였다. 이를 계기로 하여 기업들은 비용절감의 명목으로 기계설비의 정비・보수를 비롯한 안전관리 인력을 감축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재해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 마무리 짓거나, 기업의 책임이 문제된다고 해도 기껏해야 기업의 하위직 현장관리자를 처벌하는 정도가 보통이며 그나마도 대부분 소액의 벌금형에 그친다. 산재사망사고에 대하여 기업이나 기업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는 일은 거의 없다. 대법원 판례는 사업주에게 안전관리 의무 위반의 형사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로 작업을 지시했거나 이를 방치한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앞세운 기업의 경영전략 그리고 하도급 사업구조가 재해사고의 궁극의 원인임에도 그것은 법적 책임의 시야에 전혀 포착되지 못한다.

원청사업주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유해업무는 점점 더 외주화되고 있는 반면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업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안전조치 의무는 직접고용의 경우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실제 하청업체의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의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림산업의 가스폭발사고(6명 사망, 11명 부상), 삼성 불산유출사고(1명 사망, 5명 부상), 청주 SK 폭발사고(8명 사망) 등에서 원청사업주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원청사업주는 실제로는 하청노동자들의 작업을 지배・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형식적인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사업주에게 안전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원청업체의 책임은 증발해 버리는 구조이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기업도 처벌되지 않는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기업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하여 재해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기업 자체’에게 책임을 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의 사업수행과정에서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로 대형 재해가 발생하였더라도 그에 대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개인 행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위반 내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할 수 있겠지만, 해당 기업에 대하여는 재해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기타 법률에서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그에 따라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는 정도이다.

이러한 법체계가 재해사고에 관한 기업의 책임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안전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 기업에 대해서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는 소위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이 기소되는 경우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기소되더라도 벌금 액수는 많아야 2,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4명이 사망한 이마트 냉장설비 질식사고의 경우 원청업체가 받은 벌금은 고작 100만 원이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1회 접대비 정도이니 이런 벌금형으로 기업의 안전의무 강화를 유도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세월호참사에서, 검찰에 의하면, ‘기업’ 청해진해운은 2013.3.15.부터 2014.4.15.까지 최대 화물적재량을 초과한 화물을 적재하여 139회 운항하면서 합계 29억 6,000만원의 초과운임을 취득하였다고 한다. 이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운항시 화물과적을 일상적으로 함으로써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하여 선박의 안전조치를 무시하는 행태를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삼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과연 ‘기업’ 청해진해운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청해진해운’은 과실로 선박기름을 유출한 점에 대하여 해양환경관리법위반으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은 것이 전부였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져’는 유해성실험 사실을 은폐하였고, 대학의 일부 교수들이 실험결과를 조작・은폐하였다는 의혹, 그리고 원료공급에서부터 제조와 판매에 관여한 기업들이 유해성물질의 안전에 관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옥시레킷벤키져 등 가해기업에 대해서 현행법을 적용해 보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에 대한 양벌규정(동법 제19조)을 적용하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 기업에 대해 부과할 수 있는 형벌은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이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이라는 기업의 경영전략 때문이었건만, 청해진해운에게 기껏해야 선박기름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수가 2016년 5월까지 집계된 것만 해도 464명에 이르는데도 옥시레킷벤키져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제품의 허위표시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우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바로 양벌규정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사업주와 기업이 제대로 책임지도록 해야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기타 수많은 특별법에는 기업이 준수해야 할 안전의무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산업현장의 안전이 자동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업은 철저하게 ‘비용-수익’ 논리에 입각하여 움직인다. 기업이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 속된 말로 -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은 대개 기업의 사업정책 내지 경영전략에서 연유하는 측면이 강하다. 더구나 다단계 하도급의 경우 원청기업은 현행 법체계상으로 아예 안전의무 자체를 면제받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해사고가 발생하면 대개 하급직 노동자나 중간관리자를 처벌하는 수준에서 형사 처벌이 마무리되어 왔다. 이는 기업에 대하여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효과적인 정책이 되지 못한다. 기업은 처벌받은 하급관리자 대신에 다른 사람을 채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 자체에 대해 안전조치 불이행의 책임을 물으려 해도 고작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것도 미미한 수준의 벌금형만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처벌로 인한 불이익보다 안전조치를 방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형사처벌 방식으로는 기업의 안전의무이행을 담보하는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및 경영진에 대한 처벌수위는 매우 낮고 벌금형도 경미한 수준이라 안전의무 소홀로 인한 기업의 막대한 이익을 상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안전조치를 강구해야 할 책임은 분명 기업의 경영책임자 내지 기업 자체의 의무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영책임자와 기업에 대해 재해사고에 관한 형사책임을 확실하게 지울 수 있을 때 비로소 효과적인 안전조치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다. 안전의무를 등한시한 채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문화 내지 조직구조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한 경영전략을 선택한 경영책임자, 그리고 그로 인한 이익이 귀속되는 기업 자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기업으로 하여금 재해의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참사를 막기 위한 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6월 24일 국회에서 입법토론회를 열었다.

▲ 20대 국회에서 참사를 막기 위한 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6월 24일 국회에서 입법토론회를 열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시급히 필요하다

바로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2015년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약칭 :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마련하여 입법운동을 시작하였다. 그 핵심은 기업의 경영책임자와 기업 자체가 안전의무 위반으로 인한 재해사망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데 있다. 특히 기업 처벌에 관한 현재의 양벌규정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의 입법례도 여럿 있다. 2007년네 제정된 영국의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은 기업이나 단체 등이 “운영되고 조직되는 방식(the way in which its activities are managed and organised)”의 실패로 인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고, 그러한 운영방식의 실패가 고위경영진에 의한 것으로서 당해 기업이 사망한 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주의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는 때에 해당 기업을 기업살인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 경영진의 조직관리 상의 책임 내지 운영실패를 근거로 해당 기업을 처벌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재해사고에 관하여 기업의 독자적인 형사책임을 묻는 가장 혁신적인 입법례는 호주의 1995년 형법전(Criminal Code Act 1995)이다. 호주 입법례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소위 ‘기업문화’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였다는 점에 있다(동법 12.3. (6)). 기업문화란 기업 내에 존재하는 태도, 정책, 규칙, 행동방침이나 관행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호주 형법전은 기업문화로 인하여 관계 법령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었거나 기업이 관계법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기업문화를 형성・유지하지 못한 경우에는 기업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흔히 오늘날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부른다. 위험의 생산자는 대부분 기업이다. 기업의 이윤추구 전략이 안전의무를 압도하면 할수록 위험은 증폭되게 마련이고, 그 참담한 피해는 결국 시민과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산업재해를 비롯한 재해참사를 “구조적 살인”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위험을 생산하는 기업이 그 위험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하는 사회 전반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도 그 첫걸음은 기업과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위험통제와 안전조치의 책무를 지고 있음을 분히 선언하면서, 그 위반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고도 명확하게 지우는 일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하여 시민의 힘을 모아 보자.
덧붙임

이호중 님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