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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현대차 정몽구를 고발했다

두 개의 518, 계속 죽게 놔둘 것인가

햇살이 뜨겁다.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아스팔트가 뜨겁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사실 항쟁의 5월, 죽음의 5월이다. 오늘은 광주 항쟁 36주년이다.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군인이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 국민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 그 외는 무엇이 더 있는지 모르겠다. 랑시에르가 민주주의는 민(민중)이 주체가 돼 부조리한 권력질서에 맞선 저항이며, 민주주의는 제도화가 아니며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거대한 의미 규정에 비추지 않아도 도무지 달라진 게 뭔지 크게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탐욕의 권력이 더 많아지고 구체화됐기 때문이 아닐까? 1980년에 박정희부터 이어진 전두환 군사독재권력이 독점적으로 국가권력을 쥐고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았다면, 2016년에는 재벌과 재벌을 비호하는 국가권력이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는다.

1980년의 광주, 2016년의 공장

오늘은 광주에서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날이기도 하고, 2011년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이 사측이 고용한 용역 깡패의 폭력에 시달리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오늘은 유성기업과 현대차의 노조파괴, 노동자 괴롭힘에 시달리던 노동자 고 김기종 조합원이 목숨을 잃은 날이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나?

3월 17일 고 한광호 조합원이 괴롭힘에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오늘로 두 달이 넘었지만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도, 현대차 정몽구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게 두 달이 흐르는 동안 한 명의 조합원이 자살을 시도했다. 조합원들이 영동 시내를 돌아다니며 허리띠를 들고 헤매던 그를 찾은 덕에 그의 자살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 그는 억울했다. 동료가 죽었는데도 잘못 없다는 회사나, 부당노동행위를 한 유성기업과 현대차를 그냥 냅두는 정부나, 여전히 징계와 해고를 일삼는 회사. 그래서 그는 조합 간부에게 ‘내가 죽으면 유성기업과 정몽구가 죽인 것으로 알라’고 문자를 보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라도 고 한광호의 억울한 죽음을 달래고 책임자가 누군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여전히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유성기업 때문에 2016년 5월 18일인 오늘 한명의 노동자, 고 김기종 조합원이 목숨을 잃었다. 한광호 열사 투쟁을 하면서 서울에 시민분향소도 차리고 법원이 어용노조는 노조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공장도 세상도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4월 14일 ‘어용노조 설립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고용노동부는 5월 3일 어용노조 판결을 받은 노조와 동일한 위원장임에도 설립신고를 받아주었다. 유성기업은 여전히 민주노조 조합원이 조퇴증을 내는 것조차 막고 있고 징계와 해고를 중단하지 않았다. 부당한 임금삭감에 항의하면 바로 고소를 하고 검찰은 그걸 받아 기소한다.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현대차가 유성기업에 노조파괴를 지시하며 노동자 괴롭힘을 지시했기에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갔다. 제발 사과라도 하라고, 이제라도 노조 파괴 지시를 멈추라고, 그래야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다고. 그러나 돌아온 것은 용역깡패의 폭력과 경찰의 농성 방해였다. 경찰에게 들려나오고 여러 명의 연대자가 연행되는 모습을 보던 고 김기종 조합원은 동료들에게 속상해하며 내일이라도 상경해야겠다고 했다. 그는 다리를 다쳐 산재요양 중이라 상경투쟁을 못한 것을 미안해하고 경찰과 용역 폭력에 분노했다. 아마도 5년 전 용역깡패의 폭력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오늘 새벽에 눈을 뜨지 못했다. 고 김기종 조합원의 죽음에 경찰과 현대차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있는가.

2012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는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정신건강 조사를 했다. 우울증 고위험군이 많았을 뿐아니라 2011년의 용역 폭력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고문을 겪은 사람들이 비슷한 폭력을 보면 다시 비슷한 심리적 충격을 받는 것처럼 고 김기종 조합원도 양재동에서 동료들이 당하는 폭력을 보며 비슷한 어려움에 처하지 않았을까.

5월 18일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노조파괴와 노동자괴롭힘을 사주한 현대차의 책임을 묻기 위해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 한광호 열사 분향소를 차렸다. 그 과정에 27명의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연행됐다.

▲ 5월 18일 금속노조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노조파괴와 노동자괴롭힘을 사주한 현대차의 책임을 묻기 위해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 한광호 열사 분향소를 차렸다. 그 과정에 27명의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연행됐다.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현대차 정몽구를 고발한다

오늘 아침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왜 유성기업 유시영회장과 현대차 정몽구와 경영진을 고발하려 하는지 더 분명하게 깨달았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어가게 놔둬서는 안 된다. 사람 목숨 따위는 돈과 권력 앞에 휴지조각이 되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노동자도 존엄한 인간이다’라는 인권의 가치를, 힘없는 우리라도 더 손에 꼭 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노동자들을 생지옥으로 내모는 ‘노동자 괴롭힘’이 경영전략으로 노무관리로 인정되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현대차는 부품사인 유성기업이 심야노동을 없애고 월급제 주간2교대로 바꾸는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노조파괴를 지시했다. 원청인 완성차도 시행하지 못하는 월급제 주간2교대를 부품사가 먼저 시행한다면 현대차 자본의 이윤은 줄어들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창조컨설팅’과 함께 노조파괴를 기획했다. 2011년 깡패를 동원한 노조파괴 공작은 국회에서도 비난을 받을 정도라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 현대차는 노조파괴 방법을 바꾸었다. 바로 일상적으로 노동자를 괴롭히는, 가학적 노무관리라는 방식이었다. ,

일상이 전쟁인 노동자 괴롭힘

2011년 복귀한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관리자들로부터 일상적인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을 악용해 회사는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관리자들과 어용노조 간부들은 여성조합원들에게 쌍욕은 물론 침을 뱉어도 징계나 고소는 없었으나 민주노조 조합원이 부당한 감시와 임금삭감에 항의하면 회사는 바로 고소하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소하고 벌금을 내렸다. 최근에는 징역까지 구형하고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유시영 처벌을 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만 벌금을 내린다. 사법기관의 공정하지 못한 편향적 태도로 조합원들의 상실감과 절망은 클 수밖에 없다. 믿을 수 있는 국가기관은 없다. 관리자가 조퇴를 안 시켜줘서 항의하면 명예훼손이라고 하고,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욕을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다시 징계한다. 어용노조 간부들은 폭력을 행사해도 징계는 없다. 2번 이상 고소당한 조합원들 16.4%(48명)의 90% 이상이 유성지회에서 임원, 상집, 대의원 활동을 했던 간부들이다. 노조원들은 1인당 많게는 50여건, 적게는 2~3건 정도의 고소를 당하고 있다. 한광호 열사도 죽기 며칠 전 3번째 징계위원회 출석요구를 받고 있었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그에게 3번의 징계는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리자들의 입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현대차 최재현 이사가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 사측을 양재동 현대차 본사 10층에 불러 어용노조 조합원이 왜 안 늘어나냐고 따지는 이메일이 발견됐지만 검찰은 기소도 하지 않는다. 원청의 부품사 노사관계 개입은 부당노동행위이지만 조사도 수사도 없다. 현대차는 유성기업에게 민주노조 파괴를 지시했고 그 대가로 평균 부품 단가보다 한참 많은, 23%인상을 해줬다. 유성기업은 민주노조 조합원을 괴롭힌 대가로 몇 십억의 이윤을 남겼다.

현대차가 그렇게 유성기업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정규직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쉽게 쥐어짜기 좋은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유성에서 노동자들의 힘을 싸그리 말려버리면 다른 곳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보았을 것이다. 더구나 현대차와 창조컨설팅이 합작한 민주노조 파괴공작으로 이미 상신브레이크, 대림자동차의 노조가 무너지고 있으니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고 여겼을 것이다.

현대차의 탐욕으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날로 나빠졌다. 충남노동인권센터가 매년 정신건강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져 2011년에는 3.5%인 우울증 고위험군이 2015년 약 7배 증가하여 22.1%까지 올라갔다. 노동자를 괴롭히는 수준이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3월 17일 그렇게 한광호 열사는 목숨을 잃었다.

오늘 또 한명의 유성지회 노동자가 죽었다. 모든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원칙은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인권침해 상태가 중단되는 일이다. 유성기업에서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괴롭힌 유성기업과 현대차가 처벌 받아야 한다. 유성기업 공장에서 노동자 괴롭힘이 중단돼야 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서울에 분향소를 세우고 싸웠듯이, 시민들이 연대하며 함께해야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현대차 정몽구를 고발한 이유이며,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유이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