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움틈] 일류 삼성, "이제 됐거덩"

국가권력 능가하는 기업권력과 맞서기 '삼성바로보기 문화제'

지난해 발생한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을 기억하는가. 삼성의 전현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휴대전화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친구 찾기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리고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 '친구'는 전현직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감시했다. 이를 알게 된 노동자들이 그 친구를 찾았더니 놀랍게도 죽은 사람이었다. 일명 '유령의 친구 찾기'가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의 본론이다.


유령의 친구찾기

그런데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근황을 궁금해 할 만한 유령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동태를 파악하려고 애쓸 이유나 능력이 있는 자는 있었다. 바로 '삼성'이었다. 노동자들은 모두 삼성 노조결성에 적극적인 노동자들이거나 산재보상문제로 삼성과 소송중인 즉, 삼성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만들 수 없다"는 창업자의 유언을 신주단지처럼 받들어서, 절대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기업. 노조를 만들려는 '불순한' 노동자들에게 미행과 협박, 도청과 해고의 길을 걷게 하는 기업.

휴대전화 위치추적이라는 치졸한 범죄가 이뤄질 수 있는 배경에는 삼성의 무노조경영이 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법원으로 넘기지 조차 못했다. '위치추적을 한 성명불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기에 기소중지 하며,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관계자 8명에 대하여 참고인 조사를 중지 한다'고 밝히더니, 항고조차 기각했다. 검찰이 무능하거나 삼성 앞에 아부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성의한 수사는 그렇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검찰의 결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폭로되었다. 바로 이학수 삼성 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대선정치자금에 대한 대화가 녹음된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이 세간에 공개된 것이다. 법무부 차관에서부터 주니어 검사들에게까지 차곡 차곡 알뜰히 챙겨주겠다는 떡값이, 검사와 삼성의 유착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물론 이 전에도 이들의 이러한 친밀감은 조금씩 바깥으로 새어 나왔었다. 울산 SDI 해고자 송수근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2000년 6월, 삼성을 비난하는 유인물과 기자회견 때문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때 검사가 그러더라. 삼성과 합의하지 않으면 자기가 책임지고 구속시키겠다고. 그래서 석 달간 징역을 살았다. 그 뒤 임금체불 민사소송이 있었는데, 그때 나온 회사측 변호사가 누군지 아느냐. 바로 나를 구속시켰던 그 검사더라."


삼성이 지배하는 사회

사람들은 삼성이 정부를 대신하는 권력이라고 말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삼성이 한국을 지배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법조·의료·문화·복지 모든 사회 영역에서 삼성은 독자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력을 압도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삼성의 인력으로 국무회의도 운영할 수 있다'는 세간의 평을 입증할 만한 파워엘리트를 자신의 수하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계와 정계를 망라하는 혼인동맹으로도 삼성의 인적네트워크는 보강된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에 들어간 재경부·금감위·공정위·감사원 등 감독기관 출신자가 31명이었다. 물론 전 국무총리 이수성(현 삼성언론재단 이사) 외에도 총리출신이 2명이나 된다. 현 정통부 장관 진대제나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직접적으로 삼성의 인물로 분류된다. 여기에 법조계 인사 중 삼성에 들어간 판검사가 27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삼성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사건 종결이전에 바로 삼성의 옷을 입은 경우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에도 삼성의 인적네트워크는 촘촘하다.

삼성이 이렇게 인적자원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사업수행 또는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유발되는 각종 법률적 위험요소를 관리하고, 재벌, 금융정책 등의 정부정책을 포함한 경영환경 전반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이다. 단적인 예로,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이씨 일가 배정과 관련해서 법원은 무려 3년을 끌다가 최근에서야 배임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엑스파일 사건에서 불거졌듯이 삼성은 대권주자, 정치인들에게도 엄청난 불법자금을 제공하면서 정경유착의 검은 사슬을 만들어 왔다. 삼성정치자금의 역사는 이병철이 이승만 정권에게 4억 2500만환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이건희가 2002년 대선에서 3당 후보에게 385억을 제공해온, 역사적이고 유구한 전통이다.


우리가 삼성과 싸워야 하는 이유

삼성은 막대한 경제력과 사회지배엘리트의 포섭을 통하여 이미 우리 사회에서 '천상천하 삼성독존'의 자리를 굳혔다. 삼성은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면서 삼성공화국을 구축했다. 삼성의 이 같은 파워는 위임받지 않은 권력의 행사를 통해,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 생겨난 권력이 아니기에, 어떠한 견제나 평가, 시정 등의 성찰과정을 가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삼성을 견제할 세력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삼성은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 있다. 일례로 노동기본권 탄압은 명백한 범죄행위임에도 한 번도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이 없다. 언론도 이미 삼성의 자본 앞에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다. 결국 삼성의 사회지배력은 언론, 1인 1표의 선거제도 등 민주주의 제반요소들을 짓밟고 있다. 삼성의 '능력'이 법과 국가를 뛰어넘는 현실은 전근대적인 독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류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철저히 반영하는 것이기에 더욱 위험하고 두려운 것이다. 우리가 삼성과 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 법조인, 학자 등을 동원해,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만들고, 지구적인 '무한경쟁' 분위기를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능력의 전반적인 축소, 즉 자본의 자유화, 탈규제, 노동자 무권리 상태를 확대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따른 법률'(금산법) 사건, 삼성화재를 매개로한 민감보험시장 확대 및 국내의료시장 장악 시나리오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삼성의 '경쟁' 논리를 통한 노동자 통제와 내재적 규율은, 전경련 등을 통해 다른 기업들의 노동자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들을 마련하고 반영케 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한편 가족은 곧 소비자라는 논리를 생산해서,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과의 투쟁은 삼성노동자 뿐만 아니라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원칙을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성과의 싸움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해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는 싸움이다.


삼성바로보기 문화제 "삼성, 이젠 정말 즐쳐드셈"

국감에서 언론에서 삼성이 회자되자, 한편에서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론이 슬며시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은 전 국민을 '삼성 가족화'한 저들 전략의 일환이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비판이 이건희 일가의 봉건적 소유지배구조방식에 대한 것이더라도, 곧 삼성 공장의 문이 닫힐 것 같은 위기감이 조성된다. 삼성은 이 같은 공포를 대중에게 유포시킴으로써, 불법행위를 용인하게끔 하고, 나아가 삼성에 대한 비판의식과 저항의 싹을 제거하려고 한다.

현재 삼성에 대항하는 세력은 엑스파일 사건에 대응하는 '엑스파일 공대위'와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건 이후 구성되어 노동인권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는 삼성경기공대위, 경제민주화와 법적 대응을 중심에 둔 참여연대 등이 있다. 그리고 그동안 삼성에 노조의 깃발을 꽂기 위해 싸워 온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삼성일반노조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 선 신세계 이마트 용인수지분회 조합원들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함께 투쟁을 시작했다가 사측의 회유와 압력에 밀려 등 돌린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혀를 깨물고 피를 토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사건, 올 해들어 연이어 터진 고려대 사건, 엑스파일 사건 등에 의해 시민사회운동진영이 함께하는 대중적 공간을 만났다.

바야흐로 삼성 투쟁이 본격화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삼성바로보기문화제'는 삼성 부정부패에 관한, 삼성의 신자유주의 지배전략에 관한, 노동인권탄압에 관한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조직되었다. 노동자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시작한 삼성반대투쟁을 예술인들을 통해 일반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문화제는 삼성에 반대하는 난장과 전시, 문화제 마당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삼성공장투쟁순례단의 활동으로 삼성공장이 위치한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모아나갈 것이다. 그리고 삼성투쟁은 11월 부산 아펙에서 민중포럼과 선전활동으로 집중될 것이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쳤던 노동자들의 고단한 세월은 자본과 권력의 정점에 선 삼성을 무너뜨리는 투쟁으로 보상될 것이다. 문화제는 투쟁을 위한 연대의 시작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29일 대학로 마로니에에 모여서, 함께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즐거운 연대. 앞으로 또 긴 싸움을 해 나갈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 연대의 춤을 기다린다.

문화제 일정 및 장소

△일정 : 2005년 10월 29일 낮 2시부터 밤 9시까지
-낮 2시부터 7시 : 전시마당, 난장
-저녁 7시부터 9시 : 문화제
△장소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과 그 일대(공공연맹 집회가 낮 4시까지 있을 수 있음)
△순례단은 10월 24일 출발(서울-거제-구미-울산-광주-천안-수원-서울)
△행사 문의처 : 삼성경기공대위(031-213-2105) / kinsamsung.nodong.net


문화제 포스터 [출처] kinsamsung.nodong.net

▲ 문화제 포스터 [출처] kinsamsung.nodong.net

덧붙임

박진 님은 삼성노동탄압분쇄를 위한 경기지역공대위 사무국장이자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