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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호의 인권이야기] 맥도날드, 그리고 최저임금

“지난 60년간 나이, 학력, 성별에 상관없이 열심히 성실히 일하는 모두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 1만8000명의 우리 직원들은 자랑스러운 일터인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맥도날드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에 400개 매장, 18,0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하는 맥도날드는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2014년 10월 9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08∼2013년 5년간 고용성장지수(기업 일자리 창출 지수)가 가장 높았던 기업’에서 맥도날드(한국)는 5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5월 맥도날드는 ‘전국 채용의 날’을 열기도 했다. "I'm lovin' It." 우리는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 맥도날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걸까.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 맥도날드를 점거하다

“… 우리는 맥도날드에 다시 요구합니다. 부당해고를 철회하십시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은 부당한 해고임을 인정하고, 이가현 조합원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또한 매출대비 인건비 비율을 통제하는 레이버컨트롤 정책을 즉각 폐기하십시오. 그리고 알바노동자들의 시급을 인상하십시오. 맥도날드의 취업규칙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임금협상을 하십시오. 더불어 맥도날드의 정규직 비율도 늘리십시오. 이러한 문제를 의제로 노조와 교섭에 나서십시오. 이러한 요구가 다시 묵살된다면 우리는 2차 맥도날드 점거시위를 벌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1차보다 더 많은 매장을 상대로 점거시위가 벌어질 것입니다. …”

3월 12일, 2차 매장 점거시위를 하겠다는 알바노조의 경고장이 붙었다. 2월 7일에 있었던 1차 점거시위 이후 맥도날드의 입장이 변화된 것이 없기에 해결을 촉구하며 붙인 경고장이었다. 그리고 3월 28일 맥도날드 신촌, 종로, 홍제점 세 곳에서 ‘점거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서울 주요 시내 맥도날드 앞에는 경찰 병력이 상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일부 매장은 손님을 받지 않고, 셔터를 내렸다. 매장을 점거한 알바노조와 매장 문을 닫은 맥도날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태는 맥도날드 크루였던 이가현 씨 해고사태에서부터 시작한다. 2014년 5월 '근무시간 조작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등 맥도날드의 부당한 노동환경을 증언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이가현 씨는 9월 해고되었다. 회사에서는 계약만료라고 했지만 “너의 노조활동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매니저의 태도는 이가현 씨의 해고가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임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항의가 이어져왔음에도 변하지 않는 맥도날드의 태도에 분노한 이들이 점거시위에 나선 것이다.

맥도날드, 대한민국 프랜차이즈의 기준

맥도날드 노동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자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2014년 12월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들이 35%였고, 임금체불도 22%에 달했다. 임금체불을 당한 이들 중 실제 근무한 시간과 월급에 반영된 근무시간이 달랐다는 이가 44%였다. 주휴‧연장‧야간수당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이들 역시 70%였다. 실태조사 결과는 시급이 7,000원~9,000원까지 된다는 맥도날드의 광고가 거짓임을 폭로했다.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일찍 퇴근할 것을 요구하는 일명 ‘꺾기’를 당한 이들도 64%에 달했다. 이 숫자들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매우 불안정하고, 각자 기대했던 월급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현실을 보여줬다. 맥도날드의 민낯은 그러했다.

이번 맥도날드 점거시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실태가 맥도날드 한 곳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프랜차이즈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효율성, 계량 가능성, 예측 가능성, 통제의 증대로 일컬어지는 ‘맥도날드화’는 노동자들을 대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관리직 이외의 직원은 모두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수준은 최저임금에 불과한 맥도날드는 한국 대다수 프랜차이즈 기업의 척도가 되어 있다. 서울시 25개 구 아르바이트 현황(2015)에 따르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주를 이루는 패스트푸드점의 평균임금은 5,898원, 커피전문점은 5,544원, 편의점은 5,434원이라고 한다. ‘최저’의 기준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이 된 어긋난 노동환경을 만드는 데 맥도날드가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바람과 의지를 모아낼 때

이제는 보수언론도 최저임금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떤 만화에서는 ‘빅맥지수’를 문제 삼으며 “왜 최저임금을 빅맥 세트 하나를 사먹을 수 있는지 여부로 따지냐”며, 찾아보면 최저임금보다 저렴한 세트도 있고, 단품을 사먹을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제시한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한 끼를 라면으로 달래는 사람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종북’, ‘좌빨’ 딱지를 붙인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져만 간다.

UN 사회권위원회는 “②사회권규약 제7조 제(a)항 제(ii)호에 따라 근로자와 그 가족의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절한 생활수준의 임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의 현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라는 명목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1인의 최소생계비를 지원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는 바람, 휴대폰 요금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경조사가 두렵지 않고 싶다는 바람, 이런 소박한 바람을 가진 수많은 ‘을’들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외친다. 처음에는 다들 허무맹랑하다고 말했던 ‘최저임금 1만원’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주요 시민사회단체의 공동의 요구가 되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1만원이 소중한 것은 통계적 수치를 통해 제출된 것이 아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 산출된 숫자라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논할 때 단골로 등장하던 ‘빅맥’지수는 ‘맥도날드 점거시위’를 거쳐 구체적인 삶으로 들어왔다. ‘빅맥’은 어려운 계산으로 만든 통계가 아닌 ‘빅맥’을 만드는 맥도날드 노동자들의 손안에 있다. 보수세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고 묻는다. 2013년 가계소득이 2008년에 비해 26.5% 증가하는 동안 기업소득은 80.4%가 증가했다. 대한민국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500조를 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을 훌쩍 넘는 기업의 사내유보금만 가지고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 이제 더 많은 바람과 의지를 모아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덧붙임

오진호 님은 비정규직없는세상 네트워크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