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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의 인권이야기]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하라!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한지도 어느새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런 저런 변화들이 있었지만 태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변하지 않고 끄떡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이주노조의 합법화 판결이다. 워낙 국내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라도 이주노조 합법화에 관한 경과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2003~4년 명동성당에서 381일간 “강제추방반대, 노동허가제 쟁취”를 외치면서 농성투쟁을 했던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을 주축으로 2005년 4월 이주노조가 설립되었다. 설립과 동시에 서울지방노동청은 ‘조합원 대부분이 체류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이주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이에 이주노조는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내 2006년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패소했지만, 2007년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승소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인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 등 수입에 의해 생활한다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라며 “조합원 체류자격을 확인할 목적으로 아무런 법령상 근거 없이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이 대법원에 상고한 뒤 7년 동안 판결 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이주노조 간부 5명을 포함하여 수많은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법무부의 단속으로 강제출국을 당했다.

위 내용에 관해서 이미 수차례 UN, ILO 등 국제기구에서 한국정부로 하여금 조속한 합법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권고를 내린 바 있지만 한국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ILO위원회의 권고

600. 전술한 중간 결론에 비추어, 위원회는 이사회가 다음과 같은 권고를 승인할 것을 요청한다.
(a) 위원회는 노조활동에 대한 중대한 방해의 위험을 수반할 수 있고 노조 지도부에 당선된 것과 관련된 이유로 이들을 체포하고 추방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조치들도 삼갈 것을 촉구한다. 위원회는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징벌적 조치를 취소하는 행정법원의 결정을, 법원이 요청한 바대로 카투이라씨의 거주 허가 갱신을 부여하는 것을 포함하여 정부가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 위원회는 진정인의 9월 28일자 공문에 대한 답변으로 카투이라씨의 노동 허가의 현재 상태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이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기타 정보도 정부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다.
(b) 위원회는 정부가 즉각 이주노조 등록을 진행하고 이 사안에 관하여 충분한 상세보고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확고한 기대를 표시한다.
(c) 위원회는 정부가 위원회의 결정, 특히 이주노동자의 결사의 자유권에 관한 결정들이 대법원의 검토를 위해 제출된다는 것을 정부가 보장할 것과 대법원 결정이 나오면 그 복사본을 제공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d) 위원회는 등록노동자 상황에 있든 미등록노동자 상황에 있든 결사의 자유 원칙에 따라서 모든 이주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기본적 권리들을 완전히 보장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사회적 파트너들과 함께 완전한 협의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지위와 관련한 상황을 심층적으로 검토할 것과,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한 협상된 해결책을 찾는 수단으로서 관련 사회적 파트너들과 대화를 최우선순위에 놓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위원회는 이 점에 관하여 진행된 진전사항을 계속 알려줄 것을 요청한다.


함께 싸워가는 힘, 이주노조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노조 필증이 없다고 해서 노조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법! 이주노조는 한국에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철주야 오늘도 달리고 있다!

2년 동안 이주노조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마다 각각 수많은 사연들을 안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적인 이유로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난민신청을 한 사람, 심장병 때문에 병원치료를 계속 받고 있지만 일을 할 수 없어 너무나도 불안한 사람, 본국에서 대학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매우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매일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한국인 사장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 등을 만나다보면 2014년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이주노동자들에게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이주노조의 역할이다. 물론 모든 문제를 100% 해결하는 해결사라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함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싸워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몇 년 동안 고생해서 일을 했는데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경우 대게 사장들은 월급에 퇴직금을 나눠서 다 지급했으니 나는 더 이상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민주노총 이주노조의 이름을 걸고 이주노동자가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임금은 모두 지급받을 수 있도록 작지만 의미 있는 투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에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당당한 노동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그날까지 이주노조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덧붙임

박진우 님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