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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의 인권이야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범죄 예방이지 차별하기, 구분짓기가 아니다

3월 18일 저녁 노숙인인권실천단 등과 함께 종각역에 있는 노숙인들에게 기초수급권을 비롯한 다양한 권리에 대해 알려주는 지원 사업을 나갔다. 그런데 이 날 노숙인들은 요사이 경찰들의 행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경찰들은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미숙한 대응 탓에 여론으로부터 쓴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자 경찰들은 단속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는데 그 대상이 노숙인들이다. 특히 경찰들은 용산 등에서 무료 급식소에 줄을 지어 서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일일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노숙인들의 가방을 강제로 열어서 뒤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이야기하던 노숙인들의 격양된 목소리 사이로 ‘우리가 이야기 해 봤자지 뭐’, ‘인권 단체에서 뭐라도 해줘’ 같은 이야기들이 들렸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는 불심검문시 경찰이 지켜야할 수칙 및 절차가 나와 있다. 경찰관은 행동이 수상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분과 이름, 그리고 이를 증명할 증표를 보이고 불심검문의 이유를 밝힌 이후에야 검문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검문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심검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들은 먼저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고 막무가내로 노숙인들을 몰아세웠다. 또한 경찰은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노숙인들의 가방 안까지 마음대로 뒤졌다고 한다.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강력 범죄가 터지면 경찰은 늘 치안 강화를 외친다. 그런데 치안 강화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어 경찰의 표적이 되기 쉬운 사람들이 바로 노숙인이다. 단속 강화 기간은 달리 말해 경찰의 눈에 ‘이등국민’을 걸러내는 기간이 된다. 적절한 주거권(잠자리)과 먹거리를 비롯한 건강권을 누리지 못하는 노숙인은 경찰에게는 단순히 ‘잠재적 범죄자’로만 간주되는 게 현실이다.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이 터질 때 경찰의 중간발표 과정에서 노숙인은 항상 용의선상에 오른다. 일부 언론에서도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서 노숙인을 범죄자의 이미자로 덧칠한다.

그러나 실상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노숙인이다. 명의 도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술 취한 사람들의 일방적인 폭언, 폭행에 시달리기도 한다. 작년 연말에는 중학생들이 노숙인을 집단 구타하는 동영상이 온라인 공간에서 나돌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잠자리를 준다는 명목으로 노숙인을 끌고 가 고기잡이 배에 태우는 인신매매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노숙인은 오랫동안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혹은 노숙인에 대한 차별의 시선으로 인해 주변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우리는 원하는 제대로 된 예방 활동

경찰 권력과 언론에 의해서 ‘노숙인은 범죄자가 되기 쉬운 무서운 존재다’라는 의식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퍼져있는 듯하다. 급식을 받기 위해 늘어선 노숙인들을 일일이 검문할 때 주변의 시선은 어쩌면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을까? 그 일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관심을 거둬버리고 있지는 않을까? 자신과 달라 보이니 차별받는 것도 ‘사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와 ‘그들’은 다르다고 우리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면, 그 일이 내게 터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그렇기에 경찰의 예방 활동 강화 소식은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그러나 이때의 치안 강화가 누군가를 차별하고 집단에서 배제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죄가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내는 것이지 적법한 절차마저 무시한 경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의 강화가 아니다. 범죄 원인에 대한 분명한 분석과 이해 없이 누군가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방식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은 결국 차별의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바람과는 다른 것이다.


덧붙임

초코파이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