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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과 건국 60주년을 맞아 국면 전환을 꾀할 정부

[인권을 꿰고 깨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보기좋게 심판했으면...

이명박 정부의 첫 인권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인사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반대해왔고, 인권보다는 안보를 강조해왔던 인물이다(그가 인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알고 싶은 분들은 포털에 그의 이름으로 검색해보시라). 인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 이번에 인권대사로 임명되어 유엔과 국제사회를 상대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인권 쪽으로 경력이 없는 그에게 1년짜리 인권대사를 맡겼다가 내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종료될 때쯤 해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나 사무총장 자리로 내보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터에 덜컥 그의 인권대사 임명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인권의식은 이렇게 드러났다. 더 이상 볼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꼴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대표 격에 해당하는 국제적인 인권기준은 아예 무시하고 가겠다는 발상이다. 제성호와 같은 인물을 인권대사로 임명할 정도이니 최근 국제 앰네스티가 촛불집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경찰을 비롯한 정부가 보인 반응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국제 앰네스티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의 조사에 대해 발표문을 트집 잡고, 명예훼손으로 법적인 고소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제성호를 인권대사로 임명하는 정부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 정책의 추진을 막아왔던 거대한 방파제였다. 촛불이 약화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들이 추진하려던 반인권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방송장악 음모는 YTN 사장에 구본홍 씨 임명,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 퇴출을 위한 수순 밟기, MBC PD 수첩에 대한 수사 등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매일 방송 통제와 인터넷 통제에 대한 대책을 정책이라고 내놓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이고, 명예훼손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포털 운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한다. 일상적인 사전검열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서 조중동 불매운동을 벌였던 누리꾼들 20명을 영업방해 등으로 출국금지하고, 차례로 소환하며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었던 인터넷 공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토론의 성지’였던 다음 아고라를 떠나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국외 사이트들을 찾아 나서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주말로 연행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섰다. 경찰은 1,004명을 연행해서 13명은 구속, 893명은 불구속 입건, 56명은 즉결심판 회부, 26명은 훈방 조처했다. 수배자가 7명이고, 앞으로도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에 대해서 사법처리를 계속할 작정이다. 경찰 보안수사대와 국정원이 움직이면서 촛불로 연행된 이들의 과거 전력을 뒤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그 중 한 명이 과거 전력을 문제 삼는 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소환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탄압 방식인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권침해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평화적인 표현의 자유는 촛불만이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될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가 공공연히 부정되는 사회, 그런 짓을 하는 정부가 독재정부가 아니고 무엇일까? 자신들의 정부에 동의하고, 정책에 찬성하는 이들에게만 자유를 주고, 그에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이들에게는 사법처리를 들이미는 정부라면 독재정부라고 부르고도 남을 것이다.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냉전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제성호와 같은 인물을 인권대사로 임명하는 정부라면 표현의 자유쯤이야 아무리 80일이 넘도록 광장에서 촛불이 켜진다 한들 상관할 바 있겠는가. 더구나 대통령이 인터넷 공간을 악의적인 괴담이 유통되는 공간쯤으로 밖에 인식하지 않는 마당에야 더 따져 무엇 할까.

그러더니 경찰의 촛불집회 탄압도 강화되고 있다. 서울광장에 대한 접근을 불허하던 것을 넘어서 청계광장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7월 22일 청계광장은 한때 시민들이 아니라 경찰들로 점거 당했다. 촛불집회가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로 변질되었으므로 불허한다는 예전의 논리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 대신에 한진희 서울시경찰청장이 자리를 물러난 상황과도 맞물려 촛불집회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상된다. 아마도 정부는 오는 8월 초 부시의 방한 전에 촛불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어 할 것이다. 깨끗이 정리된 광장에서 아마도 퍼레이드라도 하고 싶지는 않을까. 아니면 시끄러운 서울은 아니고, 어디 한적한 지방으로 ‘모시고’ 싶어 할 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을 잘 통치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이다.

정부, 공안탄압과 함께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이명박 정부는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한껏 자세를 낮추었던 정부 각료들이 다시 고개를 뻣뻣이 치켜들고 대들고 있다. 그들은 한 마디로 ‘우리가 잘못 한 게 뭔데?’ 하는 꼴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승수 국무총리다. 촛불 전에는 국무총리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에 가려졌던 인물이 이제는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다.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의 질의를 도도하게 맞받아친 일을 두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총무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껏 칭찬해댔다.

이런 정부는 오는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름조차도 ‘건국절’이라고 바꾸어 부를 작정이다. 지금까지 불렸던 ‘광복절’이라는 용어를 대신해서 말이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이 용어에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이 사회 보수우익들의 역사관과 국가관이 숨어 있다.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출범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할 수 없는 게 그들의 역사인식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는 것은 근대화에 기여한 일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임시정부에서 외면당해 미국 땅에서 자치나 구걸했던 이승만을 건국 영웅으로 내세우려는 의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8월 15일을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로 기리는 대신에 이승만이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세운 날로 자리 매김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건국 60주년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서 선진화라는 이데올로기로 국민 대중을 몰고 가려던 원래의 계획이 촛불로 인해서 차질을 빚었던 것을 이번 기회에 만회하려고 한다. 그래서 10월 1일 국군의 날까지 대대적인 보수우익들이 총궐기를 통해 국면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근대국민국가에서 우익들은 대개가 민족주의적인데, 이 나라의 우익들은 사대주의적이다. 미국과 일본을 사대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이 보기에 이 나라는 지나치게 좌경으로 기울여져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건국 60주년을 맞아 국면을 전환하려고 애써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바로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현실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예고되고 있다는 진단은 진작 나왔다. 한국경제는 이미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는 진단들이 유수의 경제연구소들에 의해서 계속 나오고 있다. 6월 소비자 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 5.5%나 상승했고, 생산자 물가는 같은 시기에 10.5%나 올랐다.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가스나 전기,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도 곧 오를 전망이다. 반면에 비경제인구는 급격하게 늘고 있고, 치솟은 유가는 내릴 줄 모른다. 이 상황을 탈출할 비책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가다보면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충격파가 몰아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경제도 침체이고 중국의 증시도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이징 올림픽 이후 거품이 꺼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고환율 성장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따라 강만수 재정기획부장관을 교체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 IMF 직전 상황과 빗댄 ‘괴담’이 번져가는 것도 이런 경제위기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턱밑까지 닥친 경제위기

이후 진행되는 정국에서 유념해 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먼저 다음 달로 예정된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다. 전기, 가스, 물, 의료는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거듭 밝히고 있지만, 공공부문의 통폐합과 선진화라는 것이 실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회공공부문이 민영화되는 것은 사회권의 후퇴와 악화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될 개헌과 관련한 움직임이다. 이번 달에 국회가 열리면서 여권의 대표주자들이 개헌과 관련한 말들을 쏟아낸 것을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개헌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우익의 입장에서는 이명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명박에 대해 기대할 것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개헌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때를 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민인권선언’ 같은 운동을 통해 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한껏 높여놓아야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 관심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북한의 원자로 폭파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되었고, 거기서 확인된 바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의 한계였다. 동북아 정세가 급격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무능한 외교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국회 개원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의 이행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터진 금강산 관광객 피살 문제가 다시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겠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방한하는 부시가 이번 기회에 북한을 방문할 것인지도 향후 정세의 변화와 관련해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이렇게 동북아 정세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파주 무건리 종합훈련장에 대한 강제토지수용이 절차를 밟아서 진행된다는 점을 평화적 생존권의 차원에서 유념해 보아야 한다.

촛불은 계속 되어야 한다

8월 공안탄압이 가속화되고, 건국 60주년 행사가 대대적으로 치러지고, 보수우익들이 총궐기한다. 촛불은 태풍과 폭풍우를 이기고 아직도 불타고 있다. 오는 8월 15일이면 촛불이 밝혀진 지 100일이 된다. 진보와 반동의 대결이 첨예하게 광장에서 일어나게 될 지도 모르는 8월, 마침 있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보기 좋게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내친 김에 광장에서 쏟아낸 권리에 대한 요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서 인권선언을 만들어가고, 이어서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치달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덧붙임

박래군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