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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큼 다가온 물 사유화 시대

정부, '물산업 육성방안' 확정…올해 로드맵 마련

최근 정부가 상하수도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는 10년 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물 사유화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무회의는 2015년까지 △상수도 △하·폐수 처리 △해수담수화 등을 미래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물산업 육성방안'을 의결했다. 환경부·건설교통부·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방안은 2005년 현재 약 10조9천억원인 국내 물산업 규모를 201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세계 10위권 기업 2개 이상을 육성한다는 것.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구조개편 및 민간참여 활성화 로드맵'을 만든다는 것이 이 방안의 핵심이다.

정부는 "국내 상수도 서비스는 지자체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효율성이 낮고, 적극적 수익창출 및 해외진출 동기가 결여"되었고 "지자체와 공기업으로 짜여진 현 시스템에서는 민간업체가 상수도 사업에 참여할 기회와 유인이 낮"다고 분석했다.


상하수도 공기업 민영화, 사기업 진출 확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08년까지 상하수도 서비스업의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며 △수도사업자간 연합·공사화·민영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상하수도 사업분야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며 △시군지역 중소규모 수도사업의 운영효율화와 지자체간 통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0년까지 민간사업자의 상하수도 분야 진출기회를 확대한다며 △복합도시·신도시의 상하수도 기반시설 설치·운영에 대한 민자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출자·매각 등 다양한 사업참여 방식을 마련하며 △지자체의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의 위탁방식을 성과주의·포괄적 위탁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Mason Water Yearbook 2003-2004』 등에 따르면 영국(2002년)의 경우 상·하수도 모두 사기업이 맡고 있고, 프랑스(2001년)는 상수도의 79%와 하수도의 53%를 미국(2001년)은 각각 15%와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세계인구의 9%인 5억4500만명이 민간기업의 상하수도 서비스를 받고 있고 2015년에는 이 비율이 17%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한국(2003년)은 하수도의 29%를 사기업이 운영하며 상수도를 운영하는 사기업은 없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물산업'의 수출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진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하수도 분야에서 국내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사례로는 수자원공사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발원조를 활용해 페루에서 진행하고 있는 상수도 보급 타당성 조사와 이라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상하수도 현대화사업 정도이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에서 물산업 분야 지원을 확대해 중국, 인도, 동·서남아 등에 진출거점을 마련하고 시장 선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수에 부과되는 수질개선부담금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며 현행 판매가 7.5%인(톤당 7283원) 부과요율을 올해 6.75%로 인하하는데 이어 내년에는 대폭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물 사유화가 부를 암울한 미래

이 방안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은 17일 성명서를 내 "국민의 생명인 물을 상품화하여 민간업체에 맡기겠다는 정부발표를 보며 실망에 지나쳐 절망의 심정"이라며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국민의 생활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저소득층은 생명을 위협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무원노조 민영화특위 고성배 위원장은 "민영화가 되면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재정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사기업의 본성"이라며 "물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공적관리가 필요한 물이 사기업의 영업대상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김낙중 간사는 "시민들의 수돗물 이용비율이 환경부 통계로도 1%밖에 안되고 정수장 가동량도 줄어들고 있다"며 "민영화되면 수도요금은 인상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 간사는 "사회양극화 문제가 이미 심각한데 물산업의 민영화는 기본적인 공공서비스 분야까지 양극화의 골을 깊게 만들 것"이라며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기업이 설비투자 하겠나?"

수도요금 인상과 함께 서비스 질의 하락문제도 지적됐다. 고 위원장은 "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수약품이나 배관, 유지보수 등 다양한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되어야 한다"며 "물 자체 비용보다 이런 비용들이 더 엄청난데 사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이런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무원노조는 △물산업 육성방안의 철회 △물 공공성 확보 대책 마련 △현행 수도가격 차등유지와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계층차등 신설 △지방상수도가 열악한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 등을 요구했다. 또 "투쟁하는 모든 진보민중단체와 함께 물사유화 저지투쟁을 조직함은 물론 모든 조직의 동력을 동원하여 물사유화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공무원노조 입장에서는 생존권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미 중복·과잉투자된 상수도 행정을 개선하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물은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이므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국민들에게 알리고 사회의제로 다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는 물 사유화로 인해 해외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정부의 민영화 논리에 대한 대응논리를 모아 정책연구서를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