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가난을 떠나온 사람들 인도주의적 접근 필요

'북인권' 워크샵 지상중계 ③ 3부 북이탈주민(탈북자) 인권 (끝)

북인권 워크샵의 마지막 주제는 '북 출신 이주자'의 인권이었다. 국제사회에서 북 인권 문제를 이슈화시킨 직접적인 동인에는 이들의 인권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인권 현황에 대한 보도와 증언이 무성하고, 국제적 지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이들의 인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날 발제와 토론은 이들은 누구이며(국제적 지위) 무엇이 문제인가(인권 침해 상황) 그리고 해법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발제 요약과 함께 토론 내용을 정리해본다.


[발제1] '북 출신 이주자 그들은 누구이며 무엇이 문제인가?', 김정아(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용어 선택의 배경 : 탈북자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떠났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개념이고, 북이탈주민은 이들을 한 국가의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음을 의식,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개념이다. 새터민 역시 국내 정착민에 한정된 개념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 경제적 동기로 이주하는 현상이 보편적이라고 판단하므로 '이주자'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재중 북 출신 이주자의 현재

인권운동사랑방은 올해(2005년) 4월과 7월 중국 동북3성을 중심으로 북 출신 이주자들 20여명을 만났다. 만나본 이주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어머니이자 딸들이었다. 그들은 '정치적 인간'이 아니라 그와 무관하게 살아온 이들이었으며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욕하거나 원망할 줄 모를 정도로 순박했으며,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었다. 2000년대 이후 최근의 이주 원인은 기근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생계형이지만 삶의 질과 관련된 생계형 이주가 주를 이룬다. 기근을 피해 양식을 구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주의 동기와 유형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취약계층 여성의 마지막 선택으로 보인다. '고난의 행군'을 통해 국가가 생계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삶에 대한 절박감 속에서 이주하게 된다. 이번 실태조사 과정에서 합법적 통행증을 갖고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는데 반면 북 출신 이주자의 경우, 이러한 경제적 힘이나 배경도 없는 취약계층의 사람들이었다. 결국 빈곤국가의 여성들이 경제적 이유로 불법 입국으로 주변부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현상이 지금의 탈북 현상이다.

기획망명에 따른 이주현상은 이주노동처럼 구조적인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족 재결합', '남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의 배경 속에서 이른바 '탈북지원단체'나 기획망명 브로커들과의 연계가 있어야 가능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근절된다면 '기획'망명과 같은 현상은 지속될 수 없다. 또한 남북이 좀 더 자유롭게 왕래하고 서로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면, 죽음을 무릅쓰고 3국을 떠돌고 있는 '기획망명'의 대열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북 정부의 정책 변화

2002년 이후 기획망명이 확산되면서 중국 정부는 월경자 단속,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재중 북 출신 이주자들은 신분 불안, 고용 불안·착취, 성을 매개로 한 협박과 갈취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한편 북 정부는 초기 조국반역죄를 적용했었으나 최근 경제적 사유로 인한 불법 월경자에 대해서는 최고 2년의 노동단련형에 처하는 등 처벌의 정도를 완화시켰으며 지역사회에 정착시키는 정책을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열악한 조건으로 말미암아 다시 중국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해법에 대하여

재중 북 출신 이주자의 인권실태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인한 고용불안, 저임금, 성을 매개로 한 협박과 폭력, 인신매매, 강제송환 등이 악순환되는 구조라고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에 대한 '탈정치화' '비범죄화'가 중요하다. 정치적 박해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보편적인 양상은 경제적 이주자가 기획망명의 과정을 통해 '정치적 박해자'로 둔갑하게 되며, 이는 중국에 체류하는 이주자들에게 광범위한 악영향을 끼침과 동시에 기획망명에 성공해 한국에 정착한 이주자들에게도 질곡으로 작용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이주자에게는 단속과 강제송환이 강화되는 악영향이 되며 한국으로 온 사람들에게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이산가족'의 아픔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주자들에게 정치색을 덧씌우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하며, 더불어 생존권을 위협받아 이주하는 이들의 필연적 동기는 간과한 채 단속과 송환으로 범죄시하는 행위도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인신매매'나 '성을 매개로 한 폭력, 협박'에 대한 긴급 구제가 시급한데, 이들을 위한 쉼터나 상담센터의 설치도 검토할 수 있겠다. 이주자에 대한 저인망식 단속과 송환은 '보호해야 할 대상'과 '처벌해야 할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주자들의 인권을 좀먹는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주지해야 할 사실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사후적 조치보다는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약자인 이주자를 보호하고 그 권리를 옹호하는 정책을 펼 때 범죄자들은 그 주위에서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인권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발제2] '유엔과 미국의 북한이탈주민 인권문제 해법의 비판적 고찰', 조백기(천주교인권위 활동가)

무엇으로 호명할 것인가?

용어부터 정리하면, 국적국 혹은 거주국인 북을 탈출하여 일시적으로 제3국에 머물거나 제3국으로 망명을 요청한 북 주민을 일컬어 흔히들 '탈북자'라고 한다. 이외에도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귀순자', '북한귀순동포', '북한탈출주민', '자유난민', '새터민' 등의 다양한 것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들은 언론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기 하지만, 법학적인 용어로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


유엔과 국제 NGO 그리고 미국의 주장에 대하여

90년 이후 유엔에서 북 인권에 대해 논의 시작되었다.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북 이탈주민을 명백하게 난민으로 개념정의하고 있지만, 강제송환의 문제와 처벌을 주로 우려하고 있다. 난민은 그 고유한 의미가 '정치적 박해'의 존재 여부로 판단할 때 난민 개념과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경우, 구체적인 난민자격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한 난민의 범위를 난민의정서 규정상의 난민으로 축소하려 한다. 이에 따라 UNHCR은 일부의 북 이탈주민만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 이탈주민들이 난민의 요소를 완전히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북 이탈주민 전체를 협약상 난민이나 위임난민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 NGO가 지적하는 이탈주민의 문제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가 있다. 앰네스티는 80년대부터 북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주로 정치범의 문제였다. 북은 91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앰네스티 조사방문단의 입북을 허용한 바 있다. 앰네스티는 북 이탈주민과 관련 강제송환 문제, 본국 송환 이후 처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인권법 발효에 따라 북이탈주민 미국망명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되, 대규모 망명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미 의회에 제출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난민수용 프로그램에 의해 미국에 재정착한 북 인민은 없고, 불법입국 후 망명이 허용된 북 인민은 2002 5명, 2003 3명, 2004 1명 등 9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이, 미국이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가 명확히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UNHCR을 중심으로 전쟁난민, 경제적 난민, 인도적 난민 등으로 난민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또 아프리카단결기구, 중남미 지역 등에서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난민의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 협약 난민의 경우,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이탈주민에 대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논란이 된다. 법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인 측면에서 협약상 난민, UNHCR 위임난민으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강제송환 어떻게 볼 것인가?

북 이탈주민을 성격상 경제적 이주민으로 본다면 강제송환이 아니라 강제추방이 되며 이는 밀입국자 송환의 원칙에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강제송환금지원칙과 밀입국자송환협정은 서로 저촉되는 것은 아니며 양립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 적용범위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강제송환금지원칙의 보호대상은 난민협약상의 난민이나 혹은 UNHCR의 관행에 의해 국제적 보호대상인 난민이다. 이러한 난민이 밀입국자송환협정상의 '밀입국자'에 해당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강제송환의 대상이 되는 '밀입국자'라 함은 강제송환금지원칙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는 자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만약 중국의 당국이 '밀입국자'가 아닌 '난민'을 밀입국자로 보고 북에 강제송환 하였다면 그것은 곧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또한 양국간의 밀입국자송환협정에도 위반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북이탈주민이 '난민'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단순한 '밀입국자'인가 라는 '사실문제'일 뿐이고, '법률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질적 해결방안에 대한 모색

'북 인권' 문제를 '북'만의 문제, 즉 개별국가 단위의 문제로 한정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인권문제 일반의 문제로 풀어가는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에 국제인권규약의 당사국으로서 북의 자발적이고 지속가능한 인권향상을 위한 노력들에 주목하고, 유엔의 국제인권규약과 그 이행감시 기구를 통한 사안별 '북인권' 문제의 제기와 해법, 유엔인권고등판무관과의 지속적인 인권향상을 위한 기술협력프로그램, WFP, FAO, WHO 등의 국제기구를 통하여 단순 식량지원을 넘어 식량 자급시설과 의료시설 건립지원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자립역량 강화를 돕는 지원 등이 '북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이며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참석자들의 논의 : 해법에 대하여

참석자들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해법으로 모아졌다. 근본적 문제해결은 빈곤이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식량문제 해결과 경제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주자의 현상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았을 때 오히려 기획망명보다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망명은 범죄적 요소를 하루 빨리 제거하고 기획망명에 대한 부풀려진 정보가 사라진다면 지속될 수 없지만 생계형 이주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계형 이주자, 특히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는 '근본적 해결' 방식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한편 난민 인정 여부 역시 쟁점으로 토론되었다. 이주 동기로 보았을 때 난민이 아니더라도 돌아갔을 때의 박해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경제적 이유로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까지 '매국노'로 취급하는 북 정부의 문제도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느 나라나 '출입국 관리 위반'에 대한 처벌이 있는데 북 정부의 조치가 그 정도인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문제의 접근에 있어 논리적 적합성이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냐를 가려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주자이든 난민이든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의 현실에 다가가야 한다. 난민이라는 주장이 논리적 일관성을 획득할 수 있을 지라도 그것이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없을 때에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후 워크샵에 대한 기대

3개월 마다 연속적으로 개최될 이 워크샵에 대한 참석자들의 기대도 이야기되었다. 북 인권 문제가 원론적 문제를 벗어나 구체적 문제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번에 논의된 에너지 권리가 바로 그런 좋은 방향이라는 것, 북 인권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 중요한데 이번 논의보다 더 심화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이런 워크샵을 넘어서서 좀더 포괄적인 대중들과 함께 '북 인권의 대안적 접근'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