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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북인권' 왜곡을 넘어 '희망의 원리'로

'북인권' 워크샵 지상중계 ① 1부 '북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방식 검토

[편집자주] 11월 30일 서울 장충동 분도빌딩에서 다산인권센터 등 6개 인권·사회단체 공동주최로 "'북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이란 주제로 '북인권' 워크샵이 열렸다. 이날 워크샵은 3부로 나뉘어 종일 진행됐다. <인권하루소식>에서는 3부 각 주제에서 다뤄진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1부 '북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방식 검토는 '북인권' 문제를 바라볼 때 전제돼야 할 시각에 대한 이야기다. 이에 대해 정희찬(사회진보연대 정책편집부장), 류은숙(인권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정태욱(영남대 법학 교수) 등 3인이 차례로 발제했다.

11월 30일 열린 워크샵

▲ 11월 30일 열린 워크샵



북 인권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

"세계 도처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극단적 폭력과 야만의 유형들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신자유주의 실패라는 관점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미국의 대북정책은 첫째로 '불량국가'로서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둘째 미국 주도의 군사 질서에 대한 도전과 위협에 대한 불용, 셋째, 비록 가상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옵션에 기반하고 있다.…'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인 목표(정권의 전복, '체제의 전환')가 반영되어 있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수단과 보완적인 관계를 맺는다."(정희찬)

"북한 체제가 인권문제에서 취약성을 보인다고 하여도 북한의 법질서를 '정상이 아닌 것'으로 취급할 이유는 없다. 이편은 정상이고 저편은 비정상이라는 '타자화'의 인식이야말로 인권에 가장 치명적인 인식일 수 있다."(정태욱)

"왜 유독 인권문제를 북한 '만'의 문제로 몰아가는가?" "차이에 대한 '존중' 수준까지는 못가더라도 적어도 '인정'하고 '관용'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대화의 출발점이다. 북한 체제의 모든 영역을 '반보편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일방적 횡포이다."(류은숙)


북인권에 대해 취해진 조치들은 정당한가

"(북인권에 대한 미국의 공세에는) 북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북한 체제의 붕괴를 원하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정희찬)

"최근에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집착(미국의 북한인권법, 유엔인권위원회에서의 세 차례의 대북 인권결의안,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 등)은 과한 것이며, 그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는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고, 따라서 부당한 개입과 정치적 활용이 아니라 인권의 정신에 충실하며 북한에게도 납득될 수 있는 접근이 요망된다."(정태욱)

"사회·경제·정치적 강자들의 행위가 그렇지 못한 약자들을 위해 제한되는 것이 인권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보편적 인권규범의 성립을 방해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는 쿠데타를 지원하고,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쪽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이 인권이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반북인권운동세력의 북한 예외주의가 미국 예외주의와 짝지어 다니는 이유이다."(류은숙)


'북 인권' 문제를 정치도구가 아닌 '인권'문제로

"부당한 개입과 정치적 활용이 아니라 인권의 정신에 충실하며 북한에게도 납득될 수 있는 접근이 요망된다.…첫번째 단계는 북한의 체제 내적인 인권개선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북한도 나름의 인권존중의 전통과 그에 대한 제도가 있음을 상기할 때, 그것을 무시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인권 문제는 체제에서 불거진 문제도 있지만, 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더 많다고 할 때, 그 체제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 인권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는 체제에 한계를 설정하고 보충하는 인권개념을 주지시키는 일이다.…체제의 오류와 부정을 시정할 수 있는 피해자 개인의 고유한 인권의 개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이러한 개입이 반드시 체제의 부정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으며 체제의 개선을 위한 협력의 방식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정태욱)

"인권보편성을 추구하기에 첫째 할 일은 북한인권을 정치문제가 아닌 인권문제로 돌려놓은 것이다. 정치문제로서의 북한인권은 체제전복용이요, 평화위협용이요, 실질적 개선과는 거리가 먼 정치도구용이다. 인권문제로서의 북한인권은 평화적 생존권의 추구, 극빈 속에 인권 없다는 상식 속에서의 협력과 지원, 이산가족상봉 등 조건 없는 인도주의적 교류의 확산, 공동실천이 요구되는 의제발굴과 대화와 실천노력이다. 이는 체제 경쟁이 아니라 남북한 둘 다의, 관계국 모두의 자기 인권문제에 대한 자기 반성적 고려와 진지한 계획 없이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며, 친미·반북 공세로서 결코 근접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는 과제들이다."(류은숙)


산적한 과제들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인정하기 어려운 폐쇄성이나 절대성을 버리고 인권의 보편성을 북한에 적용하기 위한 제안으로서 다음과 같은 의견이 제출됐다. △북한을 폐쇄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창"을 제공하는 국제연대활동이 요구된다 △인권의 보편성 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버리고 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은 인류 보편이익의 추구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것이 한국 정부가 할 일이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과 북한의 교류협력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그 기금을 내놓는 것을 비롯해 북한이 거부하는 정치공세로부터 물러나 인권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날 참가자들이 제기한 주요 문제는 '북인권' 논의에 포함되는 여러 행위자들 중에서 반북 입장의 행위자들에 초점이 맞춰지고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북한'에 대한 얘기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그간 유엔인권조약에 근거하여 각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등을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 자체를 총체적으로나 각론으로나 짚어보고 다음 워크샵에서 상세히 다룰 것이 요청됐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냥 '내재적 관점'이 아니라 '내재적인 비판적' 관점에서 북 인권을 살펴 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한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도 충분히 인권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제기된 문제는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행위자를 국제사회의 인권 행위자 전반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들 행위자는 구분 지어 얘기할 필요가 있으며 북 인권 논의에 있어 이들 국제사회 행위자들과의 논의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 인권운동의 국제역량이 국제사회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에 미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제사회 행위자들에게 일부의 편향된 시각만이 전달되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다급한 요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