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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따로 있다(20150909)

터키 해변가에서 잠든 것처럼 누워있는 모습으로 발견된 죽은 3살 아기의 사진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아이가 정세가 불안정한 시리아를 도망쳐 유럽으로 들어오다가 다른 가족과 함께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각국 시민들은 자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들 난민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그 결과 난민들의 유입을 꺼리던 유럽 국가들도 난민 수용 인원을 확대하는 한편, 난민 의무 할당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조치에 어떤 이들은 ‘그들의 인도적 처사’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 난민 사태의 원인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우리는 미국과 유럽 각국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된다.

미국 및 유럽 각국이 정말 책임져야 하는 이유

유럽 각국 정부는 쏟아지듯 들어오는 난민들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난민을 발생시킨 중동의 정치적 불안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4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를 비롯해 중동 지역의 분쟁을 확대시키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다. 해변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아이의 고향인 시리아의 경우도 러시아가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과 영국이 반정부군을 지원하여 내전을 지속시키고 있다. 중동 전역을 전쟁의 공포로 몰고 있는 IS의 경우도 그 태동이 중동 지역에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권을 세우기 위해 미국과 영국 등이 무장세력을 지원한 결과였음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재스민 혁명으로 불렸던 중동의 민주화 움직임 속에서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무기 시장을 확보한 미국과 프랑스 등만이 이익을 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웃들과 어울리며 생계를 꾸려가던 터전이 불타 없어지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도록 한 이들이 바로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인 것이다.

위 사진:(출처: 유엔난민기구)


최근 사태를 계기로 유럽 사회 내에서 난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대부분의 주요 언론들이 중동 등에서 넘어오는 이들을 난민이라 부르지 않고 ‘이주민’이라고 칭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이들 난민에 대해 유럽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그들을 ‘난민’이라 칭하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너희가 원인이다’라고.

지금 난민들에게 필요한 것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이익 싸움에 결국 고향을 잃고 떠돌아다니며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난민이다. 이탈리아 난민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의 44%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위태로운 자국의 상황, 그리고 거기서 탈출해 유럽으로 이주하는 과정, 이후 거주 과정에서 난민들은 큰 상처를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평화’일 수밖에 없다. 내전이 끝나고 자신들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그들은 바란다. 머나먼 다른 나라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이웃을 비롯한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상황에서 당장의 생존도 보장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가 무기 지원을 비롯해 중동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이어 중동의 혼란을 멈출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중동의 평화가 올 때까지 낯선 땅에서 살 수밖에 없는 난민의 생존권 문제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난민 인권 문제는 단순히 입국 문제로만 제한되지 않는다. 입국 이후 난민에게 주어지는 것은 약간의 식량 등에 대한 배급이 전부이다. 난민들은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받을 권리는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독일에서만 올해 들어 난민 수용소 공격이 200건이 넘을 정도로 난민들은 유럽 내에서 점차 늘어나는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단순히 몇 명을 더 받는 문제로 난민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그들에게 적절한 의식주와 의료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며, 자신들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일할 권리, 난민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권도 시급한 상황이다. 나아가 그들을 타인으로 바라보며 심지어 혐오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인위적인 국경선에 맞춰 자국 시민과 타인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인권의 보편성, 인간 존엄성의 관점에서 난민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 분명히 서야 한다. 

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게, 그리고 다시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최근 난민 문제가 불거지자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난민은 수용하겠지만 “난민들이 애초에 목숨을 건 도피를 택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전쟁을 일으키고 확대한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를 꾸짖는 꼴이다. 우리도 그들이 목숨을 건 도피를 하지 않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외칠 수밖에 없다. 정말 그들이 떠돌길 원치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 등은 전쟁 개입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나아가 지금 전 세계를 떠돌고 있는 난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유럽 몇몇 국가만이 책임질 것이 아니라 유엔 난민협약 가입국 145개국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한국도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전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38%)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난민 인정률(6%)을 보이는 한국 정부의 태도부터 바꾸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