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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 영화를 만나다] 문화미디어로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

화려한 향연의 장막을 투시할 카메라가 돌아간다.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부산에서 열릴 2005 아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에 동참하려는 미디어문화 활동가들의 움직임이 한창이다. 노동네트워크, 문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아펙에 반대하는 미디어문화행동'(아래 미디어문화행동)은 미디어 운동의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아펙반대문화제 [출처]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

▲ 아펙반대문화제 [출처]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



미디어문화행동은 이미 지난 10월 아펙 섹션이 마련된 부산영화제 기간에, '아펙반대 문화제'를 개최하여 아펙에 반대하는 영화인 선언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영화제 개최, 음악 공연, 미술 전시 등을 추진하며 행사 전반을 인터넷으로 중계한 바가 있다. 이는 문화 운동과 미디어 운동의 긴밀한 조우를 꾀하고자 한 행동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활동가들의 작품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그 노출공간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한 실례라고 평할 수 있다.

아펙반대 교육홍보용 영상, 전교조 마녀 사냥의 계기가 되기도 한 작품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아펙반대 교육홍보용 영상, 전교조 마녀 사냥의 계기가 되기도 한 작품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그리고 아펙 회의 기간 동안 현지 생중계와 스튜디오 구축의 이원적 시스템을 갖춘 인터넷 방송국을 개설할 예정이다. '아펙반대투쟁 10문 10답', 교육홍보용 영상 등 사전제작 프로그램과 아펙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방송을 편성하되, 부산 모처에서 벌어지는 가변적인 소규모 시위와 대규모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예정이다. 인터넷 방송국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활약하는 영상미디어 활동가들의 구심점이 되어, 각자의 촬영소스를 집결시키는 중심으로 기능할 때, 투쟁의 의지를 북돋는 현장의 열기는 풍부하게 전달될 수 있다. 즉 인터넷 방송국은 영상 미디어의 저변 확대에 따른 기자재 접근도 완화, 교육 프로그램의 양적 확충 등으로 양성된 촬영자들을 영상미디어 활동가로 조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99년 시애틀에서 있었던 제4차 WTO 각료회의를 무산시키는 데에 중요한 공헌을 하며 대안 미디어의 전진 기지로 떠오른 독립미디어센터 역시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2003년 미주자유무역협정의 저지를 위하여 설립된 마이애미의 비디오 워킹 그룹은 개별 영상미디어 활동가들이 투쟁 현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수백 시간에 해당하는 촬영 소스 분을, 시간대/세부 주제 별로 편집하여 한 편의 거친 다큐멘터리로 완성하였다. 방대한 양의 촬영 소스 분은 집회 현장 곳곳에서 자행되었던 경찰 폭력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 자료로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 페미니스트 등 각자의 정체성에 입각하여 투쟁을 전개했던 다채로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미디어문화행동은 투쟁을 전개하는 사람들이 직접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아펙반대 모바일 참여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2004년 미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부시 집회에서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한 속보 제공 시스템이 구축되어, 미디어 운동의 수단으로서 모바일의 잠재력을 새삼 증명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2003년 프랑스 G8 반대 시위에서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탑재한 휴대전화를 인터넷과 연결하여, 휴대전화를 소지한 개개인과 소규모 그룹 역시 '미디어가 된' 선례를 남긴 바 있다.

여성 농민, 성적 소수자, 청소년, 장애인이 외치는 신자유주의 반대는 어떤 빛깔일까? 지역에서 활약하는 퍼블릭 액세스 활동가들이 제작한, 정치적 소수자들의 신자유주의 반대 의의를 되새기는 짧은 영상 클립들을 취합하여 재편집하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젝트도 미디어문화행동의 주된 활동 중 하나이다. 이주 노동자, 국가보안법, 비정규직 등을 주제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사회를 향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던 독립영화인들 역시 이번 아펙 회의를 겨냥해 단편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더욱이 미디어문화행동은 부산국제민중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신자유주의 반대와 미디어 행동 - 미디어 두더지 번식 프로젝트' 워크샵을 열어 미디어문화활동가들의 번식을 꿈꾸며, 급진적 미디어운동의 이론을 체계화 시키는 장을 마련한다.

지난 4일 열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활동가 사전 워크샵

▲ 지난 4일 열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활동가 사전 워크샵



미디어문화행동은 문화예술 활동가, 영상제작 활동가, 진보적인 기술전문 활동가들이 각기 쌓아온 역량을 결합시켜, 전세계를 아우르는 공공의 적인 신자유주의를 표적으로 삼아 상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크다.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하며 정신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등 신자유주의가 끼치는 해악의 폭과 깊이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세계화가 자연스러운 시류로 일상 깊숙이 파고든 형국에서, 그저 추상적 단어로 들리기 쉬운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역설하기란 만만치 않다. 이에 말과 글을 활용한 접근 방식을 넘어 '신자유주의'가 일상의 폐부를 찌르는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진보적 미디어문화 컨텐츠는 효과적일 수 있다. 브로드 밴드의 전국적 보급, 진보적 인터넷 방송국의 설립, 멀티미디어 기능을 내장한 휴대전화의 출현 등으로 시공간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상호 교감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졌음을 감안할 때, 미디어문화행동의 활동은 더욱 각별하다.

미디어문화행동은 아펙 회의의 종결 후에는 홍콩 WTO 각료 회의 저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