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노 정권, 인권유린 정권으로 남을 것인가"

민주노총, 비정규법 개악저지 농성 돌입

비정규 노동법 개악에 맞서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둥지를 틀었다. 19일 민주노총(위원장 이수호)은 개악안 폐기를 요구하며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1000여명은 국회 앞에서 '비정규 노동법 개악저지! 권리입법 쟁취! 최저임금 제도개선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 개악안의 폐기와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에 대해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파견허용 업무 확대 반대 등을 골자로 한 의견표명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이목희 의원(열린우리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

▲ 19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최소한의 인권도 박탈당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려고 주체가 되어 투쟁해온 결과 국민 여론에 힘입어 인권위가 의견표명을 한 것"이라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인권위 의견을 일단 받아들이고 이것을 논의의 최저수준으로 해서 합의된 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안도 인권위 결정에도 파견법에 의한 중간착취의 문제, 불법파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제부터는 (개악안) 저지가 아니라 쟁취하는 싸움으로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김 장관은 15일 <오마이뉴스> 네티즌과의 대화 '일자리 문제 해법 없나' 토론회에 참석해 인권위 의견에 대해 "인권위에는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 "인권위의 의견은 부적절하고, 잘못된 많은 의견 가운데 하나로 치부하겠다", "노동시장 선진화로 가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돌부리라고 생각한다", "대로변의 돌부리는 파내는 것이 예방의 차원에서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바쁘니까 그냥 가겠다"는 등 막말을 일삼아 물의를 빚었다. 또 같은날 '외국인 투자기업 최고경영자 대상 조찬 간담회'에서는 "인권위가 자기 업무 영역을 벗어난 월권행위를 했다"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이 의원도 같은날 기자브리핑에서 "황당무계하다", "고용안정과 불안정은 인권위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는 등의 발언으로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바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고종환 본부장은 "17년 노동운동 경력을 팔아 국회에 들어간 이 의원이 정권과 자본의 개가 되어 노동자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위한다며 노동교수 직함으로 장관이 된 김 장관 덕분에 자본가들이 좋다고 활개치고 있다"고 비꼬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은 (인권위 결정에 의해) 양심과 인권의 철퇴를 맞아 버렸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권유린 정권으로 역사에 남을 것인지, 노동탄압 정권으로 낙인찍힐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집회장 주변에서 차량을 검문검색해 천막을 실은 차량은 진입할 수 없도록 하고 침낭을 든 집회참가자들로부터 침낭을 빼앗아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정부 개악안 분쇄투쟁을 넘어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한 강력한 총파업투쟁전선을 펼쳐 나가고 △민주노총 지도부 천막농성투쟁을 시작으로 18개 연맹, 15개 지역본부와 전국 단위노조 간부들의 철야농성투쟁을 전개하며 △가장 차별받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보장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으로 월81만5100원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은 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노동부와 재계의 반발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단 의원실에서 (주)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과 18일 국민 6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2.7%가 "정부가 인권위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항목별로 보면 기간제의 사용사유 제한에 69.9%, 동일노동 동일임금 채택에 82.6%, 파견범위 현행유지에 70.7%가 찬성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인권위 결정 수용에 81.5%, 기간제의 사용사유 제한에 73.2%, 동일노동 동일임금 채택에 93.0%, 파견범위 현행유지에 80.4%가 찬성해 찬성비율이 더 높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0%이다.

이에 대해 단 의원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인권위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드러내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까지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정규 법안을 제정하였다고 누차에 걸쳐 강조했"다며 "이제 그 보호의 수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이상 그것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의대회에는 283일간의 투쟁 끝에 지난 16일 새벽 △용역철회 △원직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쟁취한 한원CC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 결의대회에는 283일간의 투쟁 끝에 지난 16일 새벽 △용역철회 △원직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쟁취한 한원CC 조합원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