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교도소보다 못한 외국인보호소"

제1회 이주와 난민 포럼 (중)

[편집자주] <인권하루소식>은 제1회 이주와 난민 포럼의 논의내용을 3회로 나눠 소개한다.


지난달 24일 열린 '이주와 난민 포럼'(아래 포럼)에서는 외국인보호소(아래 보호소)의 처우 문제도 다양하게 지적됐다. 무엇보다도 '허가를 받지 않고 어떤 장소에 있는 것'에 불과한 불법체류행위가 범죄로 여겨지고 이에 따른 보호소 수용이 처벌로 간주되어 기본권 침해가 당연시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보호소 수용은 처벌 아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보호'는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다만 외국인이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된다고 의심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경우 퇴거 대상자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외국인보호소장 등이 해당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고(제51조),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을 경우 송환이 가능해질 때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해(제63조) '보호소 수용'은 범죄에 따른 처벌이 아니라 '강제출국 대상자 여부 조사'와 '출국을 위한 일시 대기 장소'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세계적인 입법추세도 차별금지와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불법체류행위를 범죄로 구성하지 않고 행정절차로 처리하고 있으며 한국의 사법당국과 출입국관리당국도 불법체류행위를 입건해 형사처벌 절차로 처리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포럼에서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외국인보호제도가…행형법이나 동법 시행령에 규정된 미결수용자의 수용에 관한 내용, 심지어는 징벌이나 교정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징역, 금고형의 내용보다도 질적 양적으로 강한 기본권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결수보다 못한 처우

실제로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심사를 위해 보호하는 경우 보호기간을 10일로 규정(10일에 한해 연장 가능)하고 있지만 심사 결과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송환할 수 없는 경우"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무기한 구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보호장소로 보호소와 보호실 외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구치소와 교도소도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신병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보호'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외국인보호규칙은 "자살이나 자해를 꾀하거나 또는 까닭없이 단식을 한 때" 등의 경우 독방에 가둘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은 보호소장이 정할 수 있도록 하며(제37조) 행형법상 가장 중한 징벌인 금치와 유사한 '특별계호'를 통해 격리수용과 함께 면회·독서·운동을 금지(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 제72조)할 수도 있는 등 자의적이면서도 중한 징벌이 아무런 절차적 통제 없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포럼에서 평등노조 이주지부 사무국장 쏘냐 씨가 발표한 사례는 관련법규의 문제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 2004년 2월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주장하다 화성보호소로 연행된 명동성당 농성단 소속 이주노동자 3명의 단식에 동조단식을 시작한 러시아 출신 한 이주노동자는 이 일로 독방에 갇혀야 했다. 그는 면회조차 금지 당한 상태에서 며칠 후 강제출국 당했지만 이주지부에서는 이 사람의 신상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또다른 동조단식자인 몽골 노동자는 단식 과정에서 위장출혈 등 복통을 호소했으나 병원치료는커녕 며칠 후 추방됐다.

쏘냐 씨는 "단속과정이 납치와 폭력으로 일관된 무법천지라면, 보호소는 보호라는 말이 무색한 구금과 징벌의 장소이고 일반 교도소에서도 요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의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보호소는 철옹성

교도소 수용자의 경우에도 보장되는 면회는 보호외국인의 경우 보호소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외국인보호규칙은 "(면회는) 보호소장이…보호소의 안전이나 질서유지…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는 때"(제30조) 준수사항을 정해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행형법에서도 면회는 소장의 허가사항이지만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없는 한…허가를 하여야 한다"(제18조)고 규정하고 있어 보호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폭넓게 보장되고 있다. 또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는 교도관이 참여하거나 내용을 청취·녹취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제66조).

게다가 외국인보호규칙시행세칙에는 "보호소 내 보안상 불가피"(제42조)한 경우 면회를 전면 중지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27일 오전 화성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를 위해 면회를 신청한 국제민주연대 등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보호소 측의 전면 면회금지 조치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당시 보호소 측이 당일 오후 정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주노총 집회를 이유로 그날 하루 종일 모든 수용자의 면회를 금지했던 것.

이밖에도 포럼에서는 △"보호소의 안전이나 질서유지"(외국인보호규칙 제23조) 등 추상적인 기준만으로 언제든지 자유시간이나 운동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점 △수용자의 방 내부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여성 수용자의 방도 남성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지켜보고 있는 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나 해가 진 후에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라마단(이슬람 금식기간) 기간에 대한 배려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굶어야 하는 점 등이 지적됐다.


외부로 알릴 수도 없어

보호소에는 수용자가 부당한 처우에 불복하려 해도 이를 보장하는 절차가 없다. 법무부장관과 보호소장에 대한 청원은 가능하나 그 내용 또한 외국인보호규칙시행세칙에 따라 "보호소 안"에서의 "자신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한해 가능하며 △공동청원 △다른 외국인에 대한 사항 △막연한 희망사항 △감정적인 의견 등에 대한 청원은 금지하고 있다(제38조, 제39조). 이마저도 행형법에는 명시된 청원내용의 비밀보장 규정(제6조)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행형법 제5조는 법무부 장관 또는 소속공무원의 순회점검, 판사와 검사의 수시시찰 및 학술연구 등을 목적으로 한 일반인의 참관 등 미비하나마 외부로부터의 감독과 감시를 규정하고 있지만 보호소에는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것.


권리는 쏙 빼고 규칙만 고지

아예 자신의 권리조차 알지 못해 부당한 처우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외국인보호규칙시행세칙은 보호외국인에게 미리 알려야 할 사항으로 △준수사항 △하루생활 기준 △보안 및 위생상 지시사항 등을 열거할 뿐 행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접견·서신·청원 등 수용자의 기본적 권리는 제외되어 있다. 게다가 출입국관리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은 공인된 영문 번역본조차 없고 외국인보호규칙은 공인되지 않은 영문번역본조차 없다. 물론 다른 언어 번역본은 전무하다.

더군다나 기본권 제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법무부 훈령인 외국인보호규칙시행세칙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보호소 밖에서도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황 변호사는 "행형법령보다 더 심각한 피구금자 기본권 제한 근거가 숨겨져 있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내용과 형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내용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떠나 헌법상 기본권 보장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보호소, 대수술이 필요하다

황 변호사는 "외국인 보호는 강제퇴거의 심사나 집행을 위한 신병 확보라는 목적달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주거·신체의 자유 제한에 그쳐야 한다"며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징벌이나 교정교화의 목적을 위한 기본권 제한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극대화시키면서도 법률에 근거하지도 않는 격리수용은 폐지하고 △실질적인 접견권 보장을 위해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도 면회를 보장하며 △면회시간도 통역이 필요한 경우를 고려해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익법무관의 정기적인 방문과 상담 등을 통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모든 나라의 영사관과 지원단체들의 연락처를 보호외국인에게 제공하면서 동시에 무료통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처우에 불복하는 청원과 진정이 예외 없이 전달되어 그 결과가 신속하게 통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