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도 적법절차 지켜야"

제1회 이주와 난민 포럼 (상)

[편집자주] <인권하루소식>은 제1회 이주와 난민 포럼의 논의내용을 3회로 나눠 소개한다.

지난 24일 '이주노동자의 단속과 보호(수용)상의 제문제'를 주제로 제1회 '이주와 난민 포럼'(아래 포럼)이 아름다운재단 본관 2층에서 개최됐다. 이주노동자 관련단체 활동가들과 학자, 변호사들이 모인 이날 포럼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현행 법규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2월 16일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강제단속 규탄대회

▲ 지난해 2월 16일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강제단속 규탄대회



단속사례에 대해 발제한 서울경인지역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사무국장 쏘냐 씨는 "단속 당한 이주노동자들에 따르면 출입국 직원들은 얼굴색이 다르고 제3세계 외국인이다 싶으면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달려든다"며 "가끔 신분증을 보여주며 나름대로 법을 준수하는 직원이 있기는 하나 이주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확인할 시간도 없이 일단 수갑이 채워지고 호송차에 태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쏘냐 씨가 각 지역 이주노동자 상담소로부터 모은 사례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도 시흥 미산동의 한 공장 부근에 봉고차를 타고 들이닥친 단속반원들은 자기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고 외국인등록증을 보여달라는 말도 없이 무조건 잡아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비자 만료가 두 달이나 남아 단속대상이 아닌 필리핀 노동자가 잡혀가기도 했다. 또 같은날 인근의 이주노동자 기숙사로 이용되는 값싼 빌라촌에서 단속반원들이 저녁 시간에 각 방문을 두드려 외국인이 나오면 바로 잡아가기도 했다.

단속과정의 폭력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쏘냐 씨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 1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의정부의 한 의류공장 곳곳에 갑자기 가스가 뿌려졌고 노동자들이 매케한 냄새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낀 순간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이날 단속반이 발사한 고무총에 맞은 노동자를 포함해 30여 명이 붙잡혔고 한 네팔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는 팔이 부러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을 정도로 폭행 당했다.

2004년 7월 화성 외국인보호소 수용자를 상대로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 구금시설실태조사소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속장소가 거리(43.75%), 직장(21.875%), 거주지(15.625%)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고 △오후 6시 이후에도 상당수(31.25%) 구인되는 등 야간단속도 진행되고 있으며 △출입국 직원에 의한 물리적 강제력 행사(25%)가 적지 않고 △긴급보호서 등을 제시받거나 취지를 설명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78.125%)이었다. 이 조사는 설문 응답자를 보호소 측에서 미리 지정했기 때문에 현실은 통계치 보다 더 열악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월 18일 열린 이주노동자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

▲ 지난해 1월 18일 열린 이주노동자 국제공동행동의 날 집회




적법절차 내팽개친 '인간사냥'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1항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외국인이…(강제퇴거의 대상자)…에 해당된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는 경우 사무소장, 출장소장 또는 외국인보호소장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부 받아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은…보호의 사유, 보호장소 및 보호기간 등을 기재한 보호명령서를 발부 받아 이를 용의자에게 내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단속에서는 사전에 보호의 사유와 대상자를 특정하는 보호명령서를 발부받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단속반은 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3항의 "긴급을 요하여…보호명령서를 발부 받을 여유가 없는 때에는 그 취지를 알리고 출입국관리공무원의 명의로 긴급보호서를 발부하여 그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긴급보호의 사유 △보호장소 △보호시간 등을 기재한 긴급보호서(동법 시행령 제64조 제3항)를 용의자에게 내보여야 한다. 또 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4항은 "48시간 이내에 보호명령서를 발부 받아 그 외국인에게 이를 내보여야 하며, 이를 발부 받지 못한 때에는 즉시 보호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포럼에서 '외국인보호(수용) 법제와 운영실태 및 정책제언'을 주제로 발제한 황필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신체의 자유나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사에 대해서는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원칙인 미란다 원칙 등 적법절차원칙, 영장주의가 예외없이 적용된다"고 전제하며 "긴급보호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대상 외국인이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된다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어야 하며 △외국인보호소장 등으로부터 보호명령서를 발부받을 여유가 없을 만큼 긴급해야 하고 △대상 외국인에게 이런 취지를 알려야 하며 △긴급보호의 사유, 보호장소 및 보호시간 등을 기재한 긴급보호서를 발부해야 하고 △이 긴급보호서를 대상 외국인에게 내보여줄 때만이 적법하다"고 밝혔다.

황 변호사는 "단순히 불법체류 외국인처럼 보인다는 이유,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연행되는 등 긴급보호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긴급보호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단속, 공동대응 필요하다

포럼 참석자들은 불법단속의 책임자 처벌과 피해배상을 위한 법적인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례 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쏘냐 씨는 "불법단속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증과 피해자들의 증언이 필요한데,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곧바로 추방되고 있고 목격했다 하더라도 보호소 외부로 알리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단속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므로 이주노동자 관련단체도 알지 못해 묻혀 있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일단 각 단체가 가지고 있는 사례를 모아 분류하고 물증과 증언을 발굴해 공동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최영일 사무국장은 "정치운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강제출국당한 것이 현실"이라며 "후속 인터뷰 등을 통해 사례집이라도 발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의 친구들 차미경 운영위원은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은 두려움이 너무 커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다 잊어버리게 되고 손배소송을 해야겠다는 결의를 하기도 힘들어 한다"며 "각 단체가 일상 상담활동과 함께 이주노동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각성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현웅 국제이주기구 서울사무소장은 "출입국관리국이 당사자를 강제 퇴거시키면 퇴거무효판결을 받아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피고인 출입국관리국이 증거인멸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기완결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한 감시·견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제안되어 2차례의 준비모임을 거쳐 개최된 이번 포럼에는 국제이주기구, 금속연맹 법률원, 민주노총 법률원, 법무법인 지평, 사법연수원 인권법학회, 서울경인지역평등노동조합이주노동자지부,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참여연대,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 등의 활동가, 변호사, 학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럼은 참여원칙으로 △누구나 정기 포럼에 참여해 내용 공유와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고 △준비주체가 되어 특정한 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표할 수도 있는 '열린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이후 포럼은 4월 28일로 예정된 2차 포럼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문제를 다룰 예정이며, 3차 포럼에서는 현행 고용허가제의 문제점과 함께 세계 각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비교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