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다시 고개 쳐든 테러방지법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 발의…열린우리당도 법안 마련 중

지난 16대 국회에서 국가정보원이 추진하다 인권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초했던 테러방지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5일 공성진(한나라당·강남을) 의원이 '테러대응체계의 확립과 대테러활동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

지난 2001년 국정원에 의해 처음 제기된 테러방지법은 2003년 11월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이른바 '3당연합안'을 공동 발의해 국회 정보위를 만장일치로 통과, 제정을 눈앞에 둔 바 있다. 하지만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삭제되는 등 난항을 겪다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 과정에서 고영구 국정원장이 고위 간부들과 함께 여당 지도부를 만나 협조요청을 하는 등 법 제정에 앞장서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명목으로 권력 확장을 기도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테러센터' 움켜쥐는 국정원

이번 법안 또한 국정원장 소속으로 대테러센터를 둬 "대테러활동의 기획 및 조정"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국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테러센터의 장은 △테러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내외 국가나 지역을 특정해 테러경보를 발령할 수 있고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의 수집"을 위해 본인을 조사할 수 있으며 △"테러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규제와 외국환 거래의 지급중지를 법무부장관과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해 국정원에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을 집약시켰다.

또 법안은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국정원장·경찰청장 등이 참여하는 '국가대테러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를 둬, 대책회의 의장은 급박한 상황으로 판단될 경우 군병력 또는 향토예비군의 지원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은 국회 통보만으로도 군병력을 지원할 수 있다.

한편 법안은 '테러'를 "정치적 이념적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또는 그 밖의 유사한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 또는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테러단체 또는 그 구성원에 의하여 행해지는" "폭력행위"로 모호하게 정의했다. 또 '테러단체'를 "테러의 준비, 선전, 선동, 실행 등과 관련된 단체로써 UN에서 테러단체로 지정한 단체 및 테러와 관련하여 이 단체를 지원하거나 이 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그 구성원은 최고 사형에, "테러를 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공 의원실 관계자는 "테러의 개념은 각국 상황에 맞아야 하므로 모호할 수밖에 없다"며 "국정원 권한이 비대해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현재 국가 조직 중에서 테러와 관련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권한강화 수단"

이에 대해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16일 성명서를 내 "모호한 테러개념으로 인한 자의적 적용, 남용의 위험성과 함께 의사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된다며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동행동은 법안이 "테러예방 활동 명분으로 (국정원 산하의 대테러센터에) 정부 각 부처의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초법적인 권한을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은 과거 안기부, 중앙정보부 등을 전신으로 고문, 조작 사건을 통한 인권침해, 공작정치의 산실"이었다며 "비밀정보기구로서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과도한 권한에 대해 마땅히 수사권을 폐지·축소하고, 정보기관으로서 투명한 업무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테러위협의 궁극적인 해결은 각 나라의 정부가 정치적 평등관계를 획득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방식으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에서 시작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또한 제2정책조정위 내에 테러방지법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공 의원이 발의한 내용과 비슷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3월 중 당정협의를 거쳐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돼 테러방지법 제정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참여연대 양영미 간사는 "양당의 추진주체 의원들을 항의방문 해 반대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고, 이달 23일 공동행동 대표자회의를 시작으로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운동에 재시동을 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