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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IMF 핑계, 테러방지법 억지

민주당, 궁색한 변명… "입법 불가피" 고집


인권침해 논란으로 테러방지법 제정이 주춤하자, 이제 국정원과 민주당은 국제기구의 요구라는 궁색한 이유를 들이대며 끝내 입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아침 인권단체 대표단과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김덕규 국회 정보위원장은 "4월에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이 우리나라에 오는데, 테러근절을 위해 지난 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아래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결의가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며, "테러방지법 제정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IMF?유엔안보리 결의, 테러방지법 제정 여부와 무관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근거로 삼은 아이엠에프 및 세계은행의 방한과 유엔안보리의 결의 내용은 테러방지법 제정 여부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지난해 9?11 테러 이후 9월 28일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1373은 테러 행위에 대한 자금줄 동결과 차단이 핵심인데, 이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법'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등 현행 국내법으로 대처 가능하다고 이미 지난해 연말 재정경제부가 밝힌 바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는 이밖에 테러행위에 개입된 단체나 개인을 지원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테러행위에 대한 정보교환 등의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대한변협,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들은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 없이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관련 국가기관들 각자가 현재의 역할에 충실할 때 대응 가능하다고 수차 지적해 왔다.

또한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 4월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한국방문은 전반적인 금융과 경제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며 대테러 관련 협의사항은 테러자금의 동결과 차단 시스템에 국한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아이엠에프가 테러자금을 추적하는 금융시스템의 평가를 맡게 됐다"며, "아이엠에프와 협의할 사항은 테러 그 자체가 아니라 테러자금 추적 금융시스템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본지 기자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국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 어디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주로 국정원 쪽 얘기"라고 답했다. 결국 국정원이 유엔안보리, 아이엠에프 등을 핑계삼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도록 밀어붙이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반면,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의 대테러대책 활동을 규제하는 유엔인권위의 결의(2000/30, 2001/37)는 전혀 관심 밖에 놓여있다.


국정원, 국제적 불이익 운운

한편, 이날 아침 최병모 변호사 등 인권단체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김덕규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모호한 테러 개념, 정보와 수사권의 결합, 계엄이 아닌 상황 하에서의 군병력 동원 등 현재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국제관계 등 변화된 상황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끝내 고수해, "새로이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과 평행선을 그은 채 면담은 끝났다.

이날 면담에 인권단체에서는 최병모 변호사, 진관스님, 박창일 신부, 임기란 민가협 전 회장, 조순덕 민가협 회장, 남상덕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이 참석했으며, 민주당에서는 정균환 원내 총무, 김덕규 정보위원장, 천용택 국방위원장, 함승희 제1정책조정위원장이 국정원 관계자 1명과 함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