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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간 사냥' 나선 출입국관리소

"동료 이름 대라"며 이주노동자에게 구타․폭언 등 가혹행위 주장 제기돼

지난 17일 고용허가제 시행과 함께 정부가 '불법체류자' 대거 단속을 공언한 가운데 단속반이 한밤중에 공장 담을 넘어 이주노동자를 붙잡아 수갑을 채우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자정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 10여 명이 파주시 광탄면 P가구공장 담을 넘어 무단 침입했다. 이들은 공장 안 기숙사에 혼자 머무르고 있던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A씨를 잡아 "불법체류자들이 있는 장소를 대라"며 하복부를 발로 차고 각목으로 다리를 때리는 등 집단 폭행했다.

겁에 질린 A씨가 합법체류자임을 증명하는 외국인등록증을 보이면서 "당신들 누구냐"며 항의했는데도 이들은 "우리는 경찰이야. 너희들 비자가 있어도 우리가 다 추방할 수 있어"라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 이들 중 일부가 A씨에게 수갑을 채워 공장 밖으로 끌고 나갔고 나머지 단속반원들은 공장 안을 샅샅이 뒤졌다.

마침 공장에 들어가다 이 장면을 목격한 동료 박 아무개 씨가 "누구 허락을 받고 공장에 들어왔느냐", "이 사람은 비자가 있는 합법체류자인데 왜 그러냐"며 제지했으나 단속반원들은 조서를 꾸미겠다는 명목으로 A씨를 타고 온 봉고차 안에 가두었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A씨의 뺨을 때리며 "친구 중에 불법체류자 이름을 대라"고 강요했다. A씨는 새벽 1시경이 되어서야 풀려났고 한국인 동료들에 의해 광탄병원으로 옮겨져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이날 제보를 받고 A씨를 면담한 '아시아의 친구들' 차미경 활동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연행 실적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단속반원들이 이제는 불법 주거침입까지 불사하는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고발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당일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과 직원들이 파주시 광탄면으로 단속활동을 나간 적은 있다"면서도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를 구타한 사실은 없고 수갑 사용 여부도 확인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쌍방의 안전과 도주 우려를 고려하여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이주노동자에게 수갑을 채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는 "공장주의 허락도 없이 담을 넘어 공장에 들어간 것은 형법 상 건조물 침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데도 강제로 구인하고 게다가 수갑까지 채운 것은 불법체포, 감금에 해당하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