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이주노동자를 짐승 취급하는 법무부의 그물총 사용 발상을 강력히 규탄한다

<성명서>

이주노동자를 짐승 취급하는 법무부의 그물총 사용 발상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달 법무부가 이른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기 위해 그물총을 도입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달 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압축공기를 이용해 그물을 발사해 목표물을 덮치는 그물총 4개를 지급했고, 시범 사용한 후 효과가 좋으면 전국으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사회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서둘러 "단속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나 일부 극렬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무장하지 않은 단속원을 폭행하고 도주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여 단속원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도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검거하고자 도입하였으나,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해명자료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는 법무부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하기 위해 그물총을 도입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합동단속반이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연행하는 과정에서 가스총과 수갑을 사용하고 욕설과 폭행을 자행하는 등 이주노동자를 중죄인 취급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해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일반 형사범이나 파렴치범이 아니라 단순히 허용된 체류기간을 넘긴 출국 대상자일 뿐이다. 이들을 연행해 보호소에 일시 '보호'하는 것도 형벌 목적이 아니라 출국심사 등 실제 출국할 때까지 실무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단속반의 편의를 앞세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며 이들을 '인간사냥'의 대상으로 삼아온 정부가 급기야 그물총까지 도입한 것은 이주노동자를 짐승 취급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한국인에게는 아무리 극악한 형사범이라 해도 사용하지 않는 그물총을 유독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용하겠다는 법무부의 인종차별적 발상에 우리는 어이없어질 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국정부의 홍종기 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3월 22일 유엔인권위의 의제 6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와 모든 형태의 차별'을 다룬 회의에서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률구조 제공,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에게 동등한 입학기회를 보장 등 이주노동자 차별철폐를 위한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표를 했다. 이렇게 너무나 모순되는 정부의 태도는 철저한 자기기만이자 위선이다. 안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을 '인간사냥'하기 위한 그물총 도입이라는 인종차별 행위를 버젓이 자행하면서도 밖으로는 마치 한국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 나가는 인권국가인 양 선전하는 한국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인권단체들과 양심적인 시민들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할 따름이다.

또한, 이번 단속추방은 체류기간을 기준으로 일부에게만 합법적 지위를 주고 일부는 추방하는 차별적인 정부정책의 산물이다. 최근 정부가 출국대상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만큼 신규인력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강제출국 정책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한국문화에 익숙한 장기체류자를 추방하고 그 자리를 한국 사정에 어두워 통제가 쉬운 저임금의 신규 이주노동자로 채우려는 속셈일 뿐이다. 게다가 합법적 지위를 일시적으로 받은 이주노동자들도 고용허가제 하에서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도 마음대로 옮길 수 없고 1년 주기로 고용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등 노동권을 박탈당한 채 노예 신세로 살거나, 작업장을 이탈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것인지를 선택해야할 운명에 처해 있다.

자본의 손익계산에 따라 그물을 뒤집어씌우고 연행하고 추방하는 정책은 그 정당성을 상실했다. 이미 자유롭게 일하고 동등한 노동조건을 누려야할 권리를 박탈당한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물총은 비인간적인 정부정책의 상징이 될 뿐이다. 정부는 이미 도입한 그물총을 폐기할 뿐 아니라 단속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여야 할 것이다.


2004년 3월 31일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민주연대, 다름으로 닮은 여성연대,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인권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인권센터,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이동권연대, 전북지역대책위,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추모단체연대회의, 평화인권연대,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 이상 21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