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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외국인 연수생, 족쇄 채워라”

연수제 유지․불법체류자 단속 급급


정부는 지난 20일 ‘현대판노예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를 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의 개선대책’(아래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사회단체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중소기업협동조합 등 이익집단의 요구만 반영한 것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대책」은 “외국인산업연수생 제도(아래 연수제)를 적극 활용토록 하는 한편, 이탈 및 불법체류 방지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한다는 방향 아래 마련됐다. 세부 내용은 △연수생 정원 확대 △연수생 이탈 방지를 위해 퇴직적립금 의무화 △불법체류자 강력단속 등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박천응 목사는 이에 대해 “연수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할 생각은 않고, 연수생 정원을 확대해 인력 장사로 먹고사는 사람들 밥그릇을 늘려주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91년 이후 계속 존속돼온 연수제는 외국인 연수생들에게 ‘연수’ 없이 ‘저임금 노동’을 강요해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연수생을 관리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중소기업협동조합(아래 중기협) 등의 반대로 연수제 폐지 노력은 좌절을 겪어왔다.

또한 「대책」은 연수생들이 연수업체를 이탈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선 눈감은 채 이탈자 수 줄이기와 불법체류자 단속에만 급급하고 있다. 특히 퇴직적립금의 의무화는 정부가 나서서 연수생에게 족쇄를 채우는 꼴이란 비판이 높다. 이윤주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장은 “퇴직적립금은 그 동안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지적돼 왔던 강제적립금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도 성명을 내 “퇴직적립금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강제저금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동안 연수업체들은 연수생의 이탈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강제로 임금 일부를 매월 원천공제해 은행에 적립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동법 위반이란 비난이 일면서, 최근엔 연수생의 의사를 묻는 쪽으로 상황이 일부 개선됐다. 또한 이 지부장은 “요즘도 불법체류자 단속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비관해 자살하는 등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데, 앞으로 단속을 강화하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