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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검찰 공안부 폐지해야"

민변, '검찰, 공안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검찰 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검찰 공안부의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은 '검찰, 공안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검찰 공안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공안'은 사전적으로는 '공공의 안전'을 의미한다. 형법상 '공안'에 해당하는 범죄로는 범죄단체 조직죄, 소요죄, 다중불해산죄 등이 전형적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안사건'으로 분류하는 유형에는 사회·종교단체, 노동, 학원 등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들의 영역까지 포괄하고 있다.


'공안정국'의 진두지휘자, 검찰 공안부

유신 및 군사독재정권 시절 공안기능은 군수사기관, 정보기관 등에 집중되어 있다가 문민정권 이후 1996년 연세대 한총련 통일축전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공안기능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검찰은 1996년 9월 '한총련좌익합동수사본부'를 발족하고 이듬해 5월 이를 확대해 '좌익사범합동수사본부'로 개편했다. 1998년에는 다시 '공안합동수사본부'로 변경하여 한총련 등 '좌익사범'에 대한 검거작전을 주도했다. 또한 1999년에는 '공안대책협의회'로 전환했으나 같은 해 진형구 검사에 의해 검찰 공안부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이 밝혀지면서 검찰 공안부의 본질이 드러나게 된다.

2003년 검찰 공안부가 처리한 공안사건을 보면 노동관계법 위반이 22.3%로 가장 많으며, 집시법 위반이 19.3%, 선거법 위반 10.1%, 국가보안법 위반 2.1%이다. 이에 대해 민변 사법위원회 이상희 변호사는 "검찰이 정치권력에 예속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기관으로 전락하면서 공안부는 정권 안보를 목적으로 민주화세력과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국보법이나 집시법 등을 근거로 억압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이념이 퇴색하면서 '공안'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사회의 자율성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기능을 해 온 공안부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안' 핑계로 존재 정당화

검찰이 공안 사건에 대해 관행적으로 증거주의를 지키지 않고 불충분한 증거로 기소를 남발해 왔던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송두율 교수 대책위원회 송호창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이 송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을 때 서울지검 차장검사가 '김정일을 불러오란 말이냐, 그렇게 엄격하게 증거판단을 하면 공안사건 수사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며 "이는 검찰 공안부의 수사관행이 엄격한 증거주의라는 형사소송법 기본원칙으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 교수 사건은 공안부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강행이 낳은 결과이다. 공안 검찰은 더 이상 국가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안부 자신의 존속을 위해서만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박성희 간사도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검찰 공안부가 다양한 논의와 토론, 자유로운 의사표현 행위들을 '공안'의 이름으로 단죄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식을 통제하고 제한하는데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통제기관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전반에 극단적인 냉전논리를 강요하고 민주주의를 질식시켜온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증진 위해 공안부 폐지 당연

검찰 내부에서도 노무현 정권 이후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공안부 존재여부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지면서 지난 6월 법무부는 공안부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전국 지방검찰청에 설치된 17개 공안과 가운데 16개를 폐지해 감축되는 인력을 대부분 다른 부서로 흡수할 방침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상희 변호사는 "시행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공안부의 존재가 미치는 부정적 요인들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대신 형사부나 '범죄'를 중심으로 한 전담 부서에서 담당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민주질서에서의 공공의 안전이란 주민투표, 국민소환, 정당제도, 대의제도, 언론과 출판 등을 통한 절차적 합의과정을 통해 획득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과거 '공안'의 논리에 사로잡혀 시대와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공안 검찰이 과연 '인권증진과 검찰개혁'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