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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건대생 2명, 이적표현물 제작 등으로 끝내 기소

검찰 중세시대 이적표현물 잣대로 생각 옭아매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 14일 구속됐던 건국대 학생 김종곤 씨와 김용찬 씨가 지난 6일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지검 김재옥, 허상구 담당검사는 서울지법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두 학생이 △'4.30 청년학생문화제 메이데이' 자료집 제작·배부·소지 △'2002 하계 반신자유주의 선봉대' 자료집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자료집 제작·배부 △<새로운 학생운동을 위한 진지구축> 표현물 제작·소지 △<비정규직 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노동해방투사의 임무> 등의 표현물 인터넷 클럽 안 게재·반포 등 국가보안법 7조의 1항(고무·찬양)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배포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한편, 애초 구속사유 중 하나로 알려졌던 <자본론>, <맑스를 위하여>, <신좌파의 상상력>
등의 책은 공소장의 이적표현물 목록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적표현물로 지목된 위 자료집과 표현물은 사회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발췌, 편집하거나 그대로 게재한 것이어서 법 적용의 형평성이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피고측 조영선 변호사는 "여전히 '빨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에 반론을 제기할 의도로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것 같다"며 "접견을 갈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느라 접견을 못할 만큼 매일 수사를 진행하고, 구속기간을 10일이나 연장해 마지막날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봐서도 검찰이 기소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지만,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계획이며, 만약 기각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이란 계류중인 사건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위헌소지가 있을 때, 그 법률의 위헌여부를 당해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의뢰해 판단을 요청하는 제도이다.

조 변호사는 "국보법 7조 3항(이적단체 구성)이 냉전시대의 유물이라면, 7조의 1항과 5항은 중세시대의 유물"이라며 "우리 사회는 냉전 시대보다 더 이전 시대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폭력 행위를 처벌할 수는 있지만 생각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으며, 국가가 국민들의 생각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매우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박하순 집행위원장도 "검찰이 낡아빠진 국가보안법을 들이밀며 이런 식으로 마녀사냥을 한다면, 그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일한 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는 사회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나아가 모든 국민을 다 기소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과 국가보안법을 강력 규탄했다.

한편, 김용찬 씨와 김종곤 씨의 첫 공판은 각각 오는 21일 14시 서울지법 가동 425호와 27일 14시 서울지법 가동 519호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