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법원, 검찰·언론의 마녀재판에 쐐기

송두율 교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법원,

"국가보안법은 법이라 말할 수 없는데, 우리 스스로 법인 것처럼 생각해 스스로를 옥죄어 왔다" 서울구치소 문을 나서는 송두율 교수는 37년 만에 고국땅을 밟은 자신을 지난 10개월 동안 감옥에 보내고,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 수행자에서 파렴치범까지 몰고 갔던 국가보안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던 송 교수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21일 오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반국가단체의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는가'에 대해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 내렸다. 다만, 91년부터 94년까지 5회에 걸쳐 '북한으로 탈출'한 것과 노동당 가입여부와 관련해 황장엽을 상대로 한 소송제기를 사기미수로 인정, 이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장엽의 진술과 김경필의 대북보고문, 피고인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 등의 내용을 검토해보건대,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사실을 인정하기 매우 미흡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송 교수가 외국인인 점, 북한당국에서 공식적인 선출이나 공표절차가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북한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에서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저술활동을 통해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는가' 여부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저작물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북한에 편향된 점은 인정하나, 피고인의 전체 저술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국가의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도 아니"라며, 특히 "그 저술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김일성 장례식 참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인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고, 통일학술회의를 주선하고 참가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사회의 갈등을 불러오고 현시기 남북대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고려해 송 교수를 '자유정신과 동포애로 포용'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국가발전과 평화적 통일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선고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송 교수 변호인단은 '매우 상식적인 법 적용'이라는 입장이다. 송호창 변호사는 "2심 재판부에서는 (검찰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한 것인데, 일반적인 상식에 기반한 당연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국가 안전, 안보에 대한 위협은 실질적 위험이 있어야 유죄가 되고, 이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하며 "법원이 이러한 원칙을 수용·적용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송 교수 재판에 주목하고 있던 사회각계에서는 안도와 환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여연대는 "검찰과 국정원, 일부 보수언론이 마치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을 재현하듯 몰아붙였던 1심 재판을 시정한 매우 다행스런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 다만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타협적 결론을 맺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등도 논평을 내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