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정상'가족 봉건적 틀을 깨라

인권사회단체들,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 촉구

18개 인권·여성단체와 정당들로 구성된 '개인별 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아래 공동연대)'가 4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주제 폐지와 성씨 선택의 자유 보장,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공동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호주제는 남성 가장 중심의 가족 유대라는 구시대의 봉건적 명분 하에 남녀간, 가족 구성원들 간의 차별을 법적으로 보장한 대표적인 악법"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호주제 폐지 관련 민법 개정안을 온전히 통과시킬 것을 국회와 정부를 향해 촉구했다.

지난 달 27일 여야의원 52명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민법개정안은 호주 승계 순위 등 호주 관련 규정과 아내의 남편 본적 강제 입적 규정의 전면 삭제를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녀의 성씨를 부모 협의 하에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부모 또는 자녀가 필요에 따라 성씨 변경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혼 또는 재혼한 부모의 자녀가 성을 바꿀 수 있는 길도 열어두었다.

이날 공동연대는 한나라당을 향해 "호주제 폐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비난하고, "민법 개정안의 찬반여부는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공동연대는 호주제 폐지 이후의 새로운 대안적 신분등록제로서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모든 개인이 '나'를 중심으로 자신의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재되는 하나의 호적을 가지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만이 남성 가장 중심의 봉건적 종속관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인별 신분등록표에는 자신 외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신분 변동 사항은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 호주제 하에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공동연대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가족별 호적편제'에 대해서는 호주제를 넘어 서는 대안적 신분등록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핵가족별 호적편제는 부부의 협의 따라 호적상의 '기준인'을 두도록 하고 있어 현행 호주제의 가부장성과 남성 중심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결혼한 남녀 부부와 미성년 자녀를 하나의 단위로 설정해놓고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구분하고 있어 동성애자,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도 '핵가족별 호적편제'에 대한 반대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동성애자연합 등 동성애자 단체들도 참가해 "호주제는 남성중심·이성애중심 문화의 바탕"이라며 호주제 폐지와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에 한 목소리를 냈다. 단체들은 "우리사회는 호주제를 통해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구분하고, 성적 소수자들의 결혼할 권리와 아이를 입양·양육할 권리를 부정하면서 그들이 '정상' 가족을 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있다"면서, "복지제도 조차 가족단위로 편성돼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소수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