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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족정책 톺아보기] ‘다문화 트렌드’의 관용적 얼굴과 현실

4차 가족정책포럼 “다문화 정책과 가족구성권”

다문화 트렌드

2009년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한 데 이어, 12월 한나라당의 조진래 의원은 ‘다문화가족지원법(2008년 제정)’개정안을 발의했다. 입법 예고된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인종에 따른 모욕적 언행을 포함하여, 고용·교육·재화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문화가족지원법’개정안은 결혼이민자 여성의 정착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복리후생을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입법예고 이후 답보상태이나, 지난 4월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인종에 따른 차별’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안’은 지방선거의 흐름을 타고 대다수가 복지에 치중된 ‘다문화정책’이나 조례 제정으로 몸집을 불리며 다시 태어나고 있다. 지자체의 다문화센터는 가정의 달을 맞아 다문화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데 분주하다.

국제결혼은 2004년부터 한 해 3만 건을 넘기 시작하여, 이후로는 소폭의 변동은 있으나 한 해 3만~4만 건 내외로 추산된다.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등록·미등록 외국인 체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의 귀화자는 2만 5천명으로, 이중 한국인과의 혼인에 따른 귀화가 68%, 한국인 부모에 따른 자녀의 귀화가 29%이며, 이중 여성 귀화자는 약76%로 결혼이주여성의 증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한 ‘외국인’의 수에 관한 통계들은 공히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암시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질적인 외국인, 소위 ‘제3세계’ 이주민들에 대해 동화 모델에 기반을 둔 정책들이 제안되는 가운데, 특히 아내, 며느리, 어머니라는 ‘소명’을 전제로 체류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동화정책 및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양육, 교육‘문제’라는 측면에서 복지정책이 활발히 제안되고 많은 자원이 투여되고 있다.

4월 20일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의 네 번째 가족정책포럼 <다문화정책과 가족구성권>의 발표자였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허오영숙은 이러한 ‘다문화’, ‘다문화가정’은 어느 새 복지정책, 지자체가 주도하는 문화행사의 블루칩이 되었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트렌드로서의 다문화를 지적했다.



다양한 경계 위에 선 다문화 트렌드의 이면

‘다문화’라는 키워드는 ‘결혼이주-여성’을 매개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주노동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재현되며, 외국인 남성과 한국 여성, 그 자녀들은 다문화 가정으로서 두드러지게 재현되지는 않는다.

정부의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지위 규정 또한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다문화 가정’으로서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부터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난민 간의 결혼으로 구성된 가족은 제외되고 있다. 결혼이주자 그룹에서 미등록 이주의 비율이 늘고 있으며 이 미등록 이주여성/남성에 대한 처우는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주자의 자녀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외국인 주민으로서 관리 및 지원대상이 되고 있다. 결혼이주를 통해 구성된 가족은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다문화 가정’으로 관리되며 ‘외국 국적’이 아닌 ‘외국 태생’이라는 경계를 상정하게 된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이주자의 가족은 여러 가지 (분명치 않은) 법적, 정책적, 문화적 규정과 경계 위에 거주하게 되는 것이다.

‘관용’의 얼굴로 가려진 결혼이주여성의 가족구성권

가족구성권은 ‘혼인’이라는 이벤트만으로 이야기될 수 없다. 다른 가족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뿐만 아니라 가족 안에서 가족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 자아 실현할 수 있는 조건, 개인의 권리와 선택으로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조건들과 관계한다.

2005년도 가구 당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결혼이주여성 가구의 절반이 넘는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결혼이주여성 가구의 절대빈곤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설동훈 외, “국제결혼 이주여성 싵태조사 및 보건복지 지원 정책방안”)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취업은 출신국에 있는 원가족을 부양하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60%가 취업 상태(한국인 여성의 취업률을 웃돈다.)에 있으며, 미취업 여성들의 대부분이 취업 의사를 가지고 있는 등 결혼이주여성의 취업 열기가 높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이 취업을 하거나 사회적 구성원 협상력을 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언어, 문화 장벽과 친족 및 사회적 네트워크의 부재도 장벽이지만 한국에서의 체류 자격이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주어졌기 때문에 취업, 사회활동, 여가, 소비 등에 있어 남편에 대해 협상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간혹 여권을 빼앗거나, 이혼을 무기로 삼는 경우 결혼이주여성은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지위에 머물게 된다.

최근 국제결혼의 급증과 동시에 이혼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200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2008년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 건수가 2007년 보다 30% 증가했고, 이 중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 건수는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의 이혼 건수의 2배에 달하며, 증가율 역시 전년 대비 40%에 육박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결혼과 무관하게 체류 자격이 인정되도록 체계가 개선된다면, 이혼률이 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불안정한 결혼이주여성의 지위가 가족 내의 취약한 여성의 지위와 고충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허오영숙은 한국 여성이 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빈 공간을 ‘정상 가족 만들기’라는 환상을 통해 이주여성들로 하여금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 트렌드’는 인종, 계층에 대한 동정심을 매개로 한국 사회의 ‘관용’적 표정을 전시하는 데 급급하다. 특히 가족이라는 생활영역에 초점을 맞추며 가족 안에서의 이주여성의 현실과 투쟁에 대해서는 무감하다. ‘다문화’는 최신의 현상이 아니다. 인종 편견과 차별의 역사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덧붙임

더지 님은 언니네트워크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