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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개인별 신분등록제도 입법예고

법무부 내주 입법예고…소수자, 정보인권 등한시 한계

22일 법무부가 현행 호주제를 대신할 개인별 신분등록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양성평등과 관련해 진일보한 부분이 있지만, 소수자 가족의 인권과 국가에 의한 개인통제, 개인의 정보인권에 관해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입법예고안은 △개인별 신분등록을 기본으로 개인의 신분변동사항과 부모·배우자·자녀의 신상을 기록하고 △자녀가 원칙적으로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되 부부 합의하에 어머니 성으로 결정할 수 있고 형제자매는 같은 성과 본을 따라야 하며 △재혼할 경우 친아버지의 성 대신 새 아버지나 어머니 성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 양성평등의 측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법안이다.

현행 호주제 하에서는 남성 우선의 승계순위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가정의 비민주성과 남아선호사상을 온존시키고 혼인한 여성의 부가입적을 강제해 여성을 가족의 구성원으로만 머물게 하는 성차별을 강제했다. 또한 호주제는 여성의 혼외자녀의 경우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입적할 수가 있는 등 전근대적인 성차별의 온상이었다. 나아가 개인 신상에 관한 방대한 사항을 모두 호적에 기록, 사생활이 국가에 의해 지나치게 관리·통제되도록 하는 등 많은 인권침해를 양산해 왔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입법예고에 대해 그 동안 호주제 폐지를 요구해 왔던 진영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가운데,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채택하면서도 부모·배우자·자녀의 신상이 모두 기록되어 일인가족, 모자가족(미혼모), 동성가족 등 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여전하다. 박김수진 한국동성애자연합 간사는 "기준점이 개인인 획기적인 안이기는 하지만, 결국 가족 구성원을 함께 표기함으로써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나누어 소수자들의 인권을 온전하게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개인별로 등록되는 것은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라면서도 "출생자녀의 성 선택 시 원칙적으로 아버지 성을 택하도록 하고, 예외조항으로 부부 합의에 의해 어머니 성을 쓰기로 한 것은 확 열어 젖히지 못한 미흡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도로 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국가가 가족에 관한 사항과 여러 가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축적해 온 현실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호적과 세대별 주민등록표가 별 차이가 없는 만큼, 같은 정보를 서로 다른 부처가 다루면서 국민에 대한 감시통제가 강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부분적이나마 진일보한 법무부 입법예고안이 국회에서 후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