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수집에서 집적까지 사생활 침해, 가족 차별 안돼!


호주제 폐지 이후 새로운 국가신분등록제도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시작됐다. 17일 오전 이은영 의원실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호주제 폐지에 따른 신분공시제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 새로운 신분등록제 마련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대법원 권순형 심의관이 발제를 통해 '혼합형1인1적제'를 소개한 후 이에 대해 여성, 인권단체가 입장을 발표했다.

대법원은 '혼합형1인1적제'를 통해 개인의 신분사항과 가족의 기본적 신분정보를 하나의 신분등록부에 집적한 후, 본인과 국가기관만 신분등록부의 발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밖의 경우는 가족증명, 일반(이력)증명, 혼인(이력)증명, 입양(이력)증명 등 목적에 따른 정보를 출력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목적별신등록제실현연대 범용 활동가는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정보의 이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보의 수집과 집적까지를 아우르는 것으로 가족증명, 혼인증명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수집한 개인 정보들을 하나로 집적하는 대법원안은 목적범위를 넘어서는 정보 수집으로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의 신분등록부를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게 발급하게 한 것도 지나치게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며 법률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용 활동가는 대법원안이 개인 신분등록부의 기본틀 중 배우자와 부모·자녀란을 설정함으로써, 여전히 이러한 형태의 가족만이 '정상가족'이라고 못 박고 다른 형태의 가족은 소위 '결손가족' 이라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목적별공부'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가족법률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대법원의 '혼합형1인1적제'를 찬성하면서도 문제점을 지적해 다소 모순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를테면 한국가족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신분등록원부에 개인의 모든 신분변동사항이 기재되어 국가가 개인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대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록하는 방식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반영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기했다.

한편 토론자들은 국회가 신분등록제에 관한 대안 합의를 전제로 호주제 폐지를 지연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