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을 딛고 ‘개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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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반세기만에 성차별의 대명사 호주제는 2008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성차별을 정당화했던 악법의 소멸은 한국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족’이라는 화두는 호주제 폐지운동의 성과와 남겨진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사랑방은 <인권하루소식>을 통하여 호주제 폐지의 과정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가족’ 중심주의의 극복 필요성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처음 호주제 폐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은 1997년부터 부모성 같이 쓰기와 같은 문화운동을 시작으로 호주제 폐지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때였다. 운동의제가 영역으로 나누어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호주제 관련 운동은 여성운동계에서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인권운동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몫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다 2003년 인권운동사랑방이 호주제 폐지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호주제 폐지 이후 새로운 신분등록부를 만드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제시했고 여성운동계가 찬성한 ‘가족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가족부’는 가족단위(부모, 자녀로 구성되는 핵가족)로 신분등록부를 만드는 것으로 이때 기준인을 누구로 세우냐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가족부’가 아닌 ‘개인’에게 신분등록부가 있어야 한다는 ‘1인1적’을 주장했다. 어떤 사회에서든 ‘나’라는 존재가 ‘가족’이라는 집단 속에서가 아니라 ‘개인’이라는 틀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 인권운동사랑방은 ‘다름으로닮은여성연대’ 등과 함께 연대해 이러한 운동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나 지금이나 운동사회 안?밖으로 ‘가족해체’를 걱정하는 사람의 우려와 지탄을 받아왔다.
한국사회, 좁게는 운동사회 내에서 ‘가족’에 대한 담론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 같다.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지만, 그 대안이 여성은 물론 아동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온존시키는 가족제도의 틀로 흡수되는 여성운동계의 전략에 찬성할 수 없었던 것. 가장 단적인 예로, 재혼가정 아이의 경우, 아버지의 성씨가 달라 겪는 고통을 언급할 때마다 왜 또 다른 부성의 혈통으로 아이의 성을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한 주장에 양성평등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었다.
최근 법무부는 새로운 신분등록제로 1인1적제와 기족부를 혼합한 ‘본인기준 가족기록부’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 골격이 1인1적을 위한 취하고 있는 점에서 가족부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여전히 ‘개인’을 ‘가족’이라는 관계를 통해서 파악하려는 의도만큼은 숨기기 않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시장과 국가정책에 두루 관통되고 있다. 시장은 남성가장이 가족을 부양한다는 모델에 기초해 ‘가족임금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이 구조에서 여성과 아동, 노인의 노동은 부차적인 존재로 남겨지고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따른 동일한 임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규직 남성의 갹출(기여)에 근거해 만들어진 사회보장 체계에서 여성과 아동, 노인은 남성가장의 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 가장남성이 없는 여성, 아동, 노인은 공적부조로 가거나 아님 빈곤의 늪으로 빠져야 한다. 기존의 사회보장권이 추구해온 가족모델은 가족에 포함되지 못한 개인을 배제하고 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사회포럼에서 제기된 ‘1인1연금’제도는 가족단위가 아닌 개인단위, 노동시장에 대한 기여에 상관없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으로써 빈부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을 말하면, ‘가족’이라는 틀은 ‘당연’한 것이 아닌 ‘선택’으로 남겨져야 한다. 가족에 대해 선택할 수 있으려면, 한 사회의 기본단위로 ‘가족’을 언급할 것이 아니라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람 대 사람』이라는 책을 쓴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는 ‘개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진보의 끝이라고 보았다. 호주제 폐지가 가족 안에서 개인이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가족에 대해 선택할 권리까지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제 폐지로 한국사회 가족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시작이며 그 과정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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