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94돌 세계여성의날 맞아 여성계 요구 한자리에

성매매된 여성 인권, 보육 공공성, 가족 평등을 향해 앞으로


오는 8일로 94돌을 맞는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대회가 10일 낮 12시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린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보육의 공공성 확보, 호주제 폐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각종 문화공연과 거리퍼레이드 등으로 구성돼, 대학로 일대를 남녀 평등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에 즈음해, 올해 여성운동의 주요 과제를 소개한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최근 2년 간 발생한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사건은 여성들이 감금 상태에서 노예 매춘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이것이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거대 성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충격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현행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사문화되어 성매매를 근절하는 데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들을 오히려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문제가 이 과정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는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및방지에관한 법률(아래 성매매방지법)'을 새로이 제정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여성단체연합과 한소리회가 청원한 성매매방지법률안은 우선 장애인, 외국인여성, 청소년, 성매매를 강요받는 자들을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이들이 성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기초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밖에 성매매 알선 등 범죄로 인한 불법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제도 규정을 두고, 행정기관의 재량의 여지없이 성매매 알선 관련 일체의 시설을 폐쇄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는 한소리회의 김미령 사무국장은 "성매매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루밤 사이에 여러 남성들을 받으며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여성들을 생각해 보라"며, "여성들을 성욕의 도구로 만드는 성매매는 사창이든 공창이든 그 자체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성매매방지법을 만드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엔 성매매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법 집행 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육의 공공성 확보

6일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부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일반가정에서도 소수의 영아보육을 전담하는 가정보육모 양성·배치 △영아·장애아 등 특수보육시설에 인건비 등 약 5백28억원 추가지원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보육시설에 대한 보육료 규제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연합과 보육교사회 등은 민간보육시설의 보육료 자율화는 보육의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대책은 저소득층과 취약보육에 대한 예산을 좀 늘렸을 뿐,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발상이라는 것. 현재 전체 보육 시설 중 92.2%를 차지하는 민간시설은 비싼 보육료와 불균등한 보육의 질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24개월 미만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는 한 달에 30만원을 웃돈다. 더구나 정부의 대책대로 규제가 완화되고 아무런 지원 없이 가정보육모 제도가 도입되면 개별 가정의 보육비용 부담이 더 늘어나는 꼴이다. 애초 여성단체들은 보육이 가족의 복지와 여성의 일할 권리, 아동의 권리 차원에서 공공화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윤경 보육교사회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공보육시설이 아무리 적어도 최소 40% 이상"이라며, "우리나라도 공보육을 60% 이상 수준으로 늘리도록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은 상품이 아니라 복지의 권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 보육교사회는 여성단체들과 함께 이번 정부대책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전달하는 동시에 영유아보육법의 개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운동도 펼친다. 한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의 소개로 곧 입법발의될 예정이다.


호주제 폐지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 의식과 관행의 대표적 상징은 호주제다. 아들-손자-딸--배우자-어머니 순으로 호주가 승계돼 서너살 짜리 아들이 어머니와 할머니의 호주가 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호주제도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이혼·재혼·미혼모 가구의 자녀들이다. 이혼한 여성이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 실제로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에도 자녀는 아버지의 호적에 남아야 한다. 또 재혼 가족의 경우 가족 내에서 성씨가 달라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안고 산다.

개인의 족보나 사문서도 아닌 국가공문서에 호주를 기본으로 가족을 편제하는 호주제도는 결국 아들을 낳아야만 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남아선호 의식과 가부장 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1년에 3만명에 달하는 여아낙태와 심각한 성비불균형은 호주제가 유발하는 반인권적인 결과라고 여성단체연합은 지적한다. 또 호주제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6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2000년부터 전개해 온 호주제 폐지 운동을 올해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견고한 성벽이었던 호주제는 이같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