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강제추방'에 '인권'은 없다

인권단체, 강제단속 실시후 이주노동자 인권실태 조사 발표


정부의 '싹쓸이' 추방정책 속에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낱낱이 고발됐다. 12일 오전 10시 인권단체이주노동자농성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추방 정책으로 인한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단속이 진행 중이던 1월부터 최근까지 마석, 안산, 고양·일산, 인천·부천지역에서 64명을 조사한 결과, "일상적인 인권침해 상황에 놓여있던 이주노동자들은 강제단속·추방 정책 실시 이후 더 가혹한 인권부재의 상황에 내던져졌다"고 밝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단속 이후 자유로운 외출과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산재나 질병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권 박탈이 심각하다는 것이 이번 조사결과 확인됐다. 방글라데시 출신 아샵 씨는 단속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다가 견디다 못해 입원했지만, 그마저도 두려워 결국 3일만에 퇴원해야 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되면서 따라다니는 빈곤의 무게는 단속의 눈을 피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아짐, 잘랄 씨 등 4명은 단속이 두려워 산 속에서 라면과 빵만으로 연명해야했다. 주거권 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집중단속 이후 실직상태에 빠진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콘테이너 박스 등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다는 것.

한편, 지난 2일 4차 단속이 시작된 이래 단속과정에서 야기되고 있는 인권침해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된 증표 제시의 의무 등 법적인 절차를 지키기는커녕 욕설, 폭행 등 비인간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5일 밤 의정부에서는 정부단속반이 이주노동자 숙소 문을 부수고 들어가 4명을 강제 연행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이혜령 씨는 "단속이 많이 이루어지는 안산역 앞 상인들도 '욕하고 때리면서 동물 잡는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을) 잡아가더라'며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1월 합동단속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2월말까지 자진출국 하는 이주노동자에 한해서 고용허가제로 재입국을 허용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 안산의 비아르(51세) 씨는 "한국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지난달 22일 TV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고용허가제만 도입됐지 인권보장의 관점에서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태를 인정하고, "법무부가 올해 정책적 접근을 통해 해결해 가도록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 장관이 인권보장의 의지가 있다면 25일 넘게 단식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강제추방의 부당성을 알리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